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속도전과 스키장'

지난달 3일 북한 평안북도 구장군에서 농부들이 눈덮인 밭길을 걷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요즘 영하 10도의 매서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대동강과 남포 항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는데요. 혹한의 날씨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1월 말 시베리아에서 몰려온 매서운 한파는 평양 대동강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KCNA] “이런 날씨는 한 해에 한두 번 정도 나타나는 것인데 올해에도 대한이라는 게 자기 계절을 잊지 않고 아마 찾아온 모양입니다.”

한파로 평양의 관문인 남포항도 얼어붙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이 최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남포항부터 신의주에 이르는 서한만 전역에 얼음이 얼었습니다.

영하 10도를 오가는 한파 속에서 북한 당국은 ‘수소탄 완전 성공 축하’ 군중대회를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평양에서 10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군중대회는 평안북도, 자강도, 강원도, 함경북도, 양강도, 나선시 등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KCNA] “가장 유력한 수소탄을 가진 백두산 조국이다, 이렇게 자랑하고 싶습니다.”

북한 당국은 오는 5월로 예정된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여기저기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강도에서 진행 중인 백두산 3호 발전소 공사장의 청년 돌격대원 목소리입니다.

[녹취: KCNA] “그저 이 기쁜 소식을 안고 냅다 내달려 발전소 건설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이밖에도 양강도 혜산 시와 삼지연을 연결하는 철길공사와 황해도 물길공사에서도 속도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북한 당국이 당 대회를 위해 청년들을 속도전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공사를 7차 당 대회가 열리는 5월 전까지 완공하기 위해 밀어부치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영하에서 공사를 하면 콘크리트가 양생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눈보라를 맞으면서 돌격대원들이 강행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또 혹한 속에서 퇴비를 만드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1-2월이 ‘퇴비전투’ 기간인데 주민들이 퇴비를 만들어 바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살다가 지난 2003년 한국으로 망명한 김영순 씨입니다

[녹취: 김영순]“한 세대 당 한 톤이에요, 겨울철 내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동사무소에서 이런 말도 했어요, 한 톤을 먹어야 한 톤을 싸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전기와 식수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점도 주민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방영한 드라마 ‘우리의 이웃들’ 한 대목입니다.

[녹취: KCNA]”양수기가 나간 모양이죠. 상수도 지배인이 한 아파트에 살면 뭘 해, 덕 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러나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혹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 간부 등 출신성분이 좋은 특권층 자제들은 원산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면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KCNA]“동무들과 함께 초급주로를 씽씽 달리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분입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평양 승마구락부에서 승마를 즐기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일부 평양 주민들은 창광거리나 새로 건설된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사우나를 즐기기도 합니다.

안찬일 소장은 출신 성분에 따라 주민들의 겨울나기가 천양지차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신흥부자나 노동당 간부, 자제들은 승용차를 가지고 마식령에 가서 스키를 타고 그렇지만 노동자, 농민, 탄광 근로자들은 혹독한 겨울에는 생산활동도 마비됩니다. 전력 공급도 안되니까..”

한국 기상청은 음력 설인 8일부터 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