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1일은 '슈퍼 화요일'이었습니다. 미국의 10여 개 주에서 동시에 대통령 후보 경선이 치러졌는데요. 그만큼 많은 대의원 수가 이날 하루에 걸려 있어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각각 7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지명을 받는 데 필요한 대의원 수를 아직 확보하진 못했지만 일단 승기는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의원과 슈퍼 대의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절차”
[녹취] 슈퍼 화요일 현장음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가 섞여서 상당히 복잡한 절차로 진행됩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단계는 크게 각 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 단계와 대통령 선출 단계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요즘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예비선거 소식이 바로 대선의 첫 관문인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 예비선거는 보통 대통령 선거가 있는 그해 2월에 시작해서 6월까지 주별로 돌아가며 무려 4개월에 걸쳐 진행되죠. 이 예비선거가 모두 끝나고 나면 7월이나 8월에 각 주에서 뽑힌 대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전당대회가 열리는데요. 여기서 각 당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거고요. 이 후보가 11월에 있을 본 선거에서 경쟁 당의 후보와 대권을 놓고 맞붙는 겁니다.
“미국 선거에서 대의원이 하는 역할이 뭔가요?”
대의원은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예비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자신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게 아니라 당의 전당대회에 가서 자기 대신에 대통령 후보를 뽑아줄 대표, 즉 대의원을 선출하는 겁니다. 이 대의원들이 누구를 더 많이 지지하느냐에 따라 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후보들은 이 예비선거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의원 수는 각각 주별로 다른데요. 원칙적으로 주의 인구에 비례해 정해집니다. 그리고 투표가 끝나고 대의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른데요. 민주당은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 수를 배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별로, 또 주 안에 있는 선거구별로 배분 비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꽤나 복잡합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데요. 득표비례 방식과 최다 득표 후보가 모든 대의원을 다 가져가는 이른바 승자독식 방식, 또 득표 비례에다가 부분적으로 승자독식제도를 택하는 방식 등이 섞여 있어 셈법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대의원이 필요한가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대의원의 절반이 넘는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요. 공화당의 경우, 광역 대의원과 일반 대의원 등 모든 대의원을 다 합치면 전체 대의원 수가 2천472명입니다. 그래서 후보 지명을 받으려면 1천237명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전체 대의원이 4천 132명으로, 2천 383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공화당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 수가 걸려있는 주는 인구가 제일 많은 캘리포니아 주고요. 텍사스 주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캘리포니아 주가 가장 많은 대의원을 갖고 있고요. 이어서 뉴욕 주와 텍사스 주, 플로리다 주 순입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3월 첫 화요일, 이른바 슈퍼 화요일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날 10여 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은 이날 대통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의 절반이 걸려있고, 민주당은 약 3분의 1이 걸려 있어서 앞으로 과연 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돼왔습니다.
“슈퍼 대의원은 뭔가요?”
슈퍼 대의원은 유권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일반 대의원과는 달리,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 연방 의원, 전국위원회 위원 등 당의 고위 지도자들로 구성된 당연직 선거인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대의원은 영어로 'Pledged Delegate'라고 하는데요.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서약한 대의원'쯤 되겠죠. 즉 이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에 가서 자신의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로 서약한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슈퍼 대의원은 이런 서약과는 무관합니다. 즉 자신의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를 뽑을 수도 있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을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이 슈퍼 대의원 제도를 도입한 건 1980년 선거 이후인데요. 문제 있는 후보가 대중적인 인기만을 바탕으로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일반 대의원의 지지를 많이 받아도 슈퍼 대의원의 지지를 많이 못 받으면 후보로 지명될 확률이 낮아지는 거죠. 그러다 보니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과정에서 이들 슈퍼 대의원의 비중이 커지며 민심을 외면하는 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에도 슈퍼 대의원이 있긴 한데요. 민주당 슈퍼 대의원과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숫자도 얼마 안 되고, 일반 대의원과 마찬가지로 그 주에서 선출한 후보를 지지하게 돼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선거제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의원과 슈퍼 대의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