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집을 통해 북한사회를 분석하는 일본인 학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25년 동안 북한 쓰레기를 수집해 온 미야쓰카 도시오 교수를 소개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68살의 미야쓰카 도시오 교수는 일본 도쿄 변두리의 사무실에 다양한 북한산 잡화들을 모아놓고 있습니다.
모두 북한의 쓰레기 더미를 파헤쳐 찾아낸 것들로, 도자기, 장난감, 담뱃갑, 책, 2013년 달력, 진귀한 책들, 미용기구, 햄버거 포장지, 대동강 맥주, 여자 속옷 등 다양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23일 미야쓰카 교수를 소개하며 “그의 수집물은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나라에 대한 단서를 준다”고 평가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식량배급표는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난을 보여주고, 여러 다른 품질의 담뱃갑은 북한에 형편이 다른 여러 계급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일본 야마나시 현의 야마나시가쿠인 대학에서 한국 현대사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미야쓰카 교수는 1991년 평양을 처음 방문하면서 북한 쓰레기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방문 당시 북한 당국이 허락한 장소만 방문하는 데 지친 미야쓰카 교수는 새벽에 호텔을 몰래 빠져나와 시내를 둘러봤습니다. 낮에는 깨끗했던 거리에 담배꽁초와 빈 상자가 굴러다녔습니다.
이런 쓰레기에서 인류학적 가치를 느낀 미야쓰카 교수는 쓰레기를 더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진정한 모습은 쓰레기 안에 담겨있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미야쓰카 교수는 방북 당시 전화번호부를 입수하려 했는데,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 교수에 대해 가뜩이나 의심을 품고 있던 북한 당국자들은 이 일을 계기로 그의 방북을 금지했습니다.
미야쓰카 교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1992년부터 북-중 국경지대를 47 차례 방문해 정보와 쓰레기를 수집했습니다. 그는 때때로 중개인들을 고용해 북한 쓰레기들을 중국으로 빼오기도 했습니다.
손에 넣고 싶어했던 전화번호부도 2천 달러를 지불하고 확보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에는 북-중 접경 지역의 중국 군인들에게 일시적으로 구금돼 심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야쓰카 교수는 그럼에도 또다시 북-중 국경지대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 연구자들이 성지순례하듯 미야쓰카 교수의 사무실을 찾곤 합니다.
오사카 간사이대학의 이영화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야쓰카 교수는 괴짜이지만, 발품에 토대를 두고 있는 그의 정보와 분석은 가장 신뢰할만한 것으로 꼽힌다”고 말했습니다.
미야쓰카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과 관련한 책을 10 권 출간했고, 최신 북한 쓰레기 수집물을 공개하는 강연회도 열고 있습니다.
미야쓰카 교수의 꿈은 언젠가 자신의 수집물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여는 것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