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1인1표’ 원칙 재확인...연방 의회, 대법관 인준 등 안건 산적

미국 워싱턴의 대법원 건물. (자료사진)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연방 대법원이 ‘1인 1표’의 의미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미국 연방 의회가 부활절 휴가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가운데, 앞으로 의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 안건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범죄 기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주택 임대를 금지한다면, 공정주택법 위반이란 연방 정부 발표 내용도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1인 1표의 의미를 재확인했다는 평가인데요, 먼저, 이번 대법원 결정의 배경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현재 미국의 모든 주와 시는 선거구를 획정할 때 그 지역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2년 전에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이 제기된 겁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현행 제도가 투표자격이 없는 주민들까지 포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전체 인구가 아니라 유권자만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번 소송은 민주선거의 핵심인 ‘1인 1표’ 원칙에서 ‘1인’이 전체 인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권자만을 말하는 것인지를 따져본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1인 1표 소송'으로 불렸습니다.

진행자) 1인 1표라면 한 사람이 한 표씩 행사한다, 이런 원칙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법률상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없는 사람도 계산에 넣을 경우, 선거구 전체 인구는 같지만, 유권자 수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의 주장인데요, 예를 들면,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텍사스 주의 경우, 주 상원의원 선거구를 약 81만1천 명을 기준으로 나눴지만,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선거구마다 실제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 수가 큰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이는 ‘1인 1표’의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습니까?

기자) 만장일치로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각 주는 선거구를 획정할 때 유권자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들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한 겁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판결문을 작성했는데요, “역사와 선례, 그리고 현재의 관행이 보여주듯이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주와 시의 선거구를 나누는 것이 분명히 허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964년에 선거구 획정이 동일한 주민들의 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주민들의 정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전체 인구를 의미하는지 유권자를 의미하는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과연 선거권이 없는 사람까지 포함한 총인구 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누고 있는 현 제도가 엄밀한 의미에서 1인 1표제에 합당한 것일까? 이런 의문이 제기된 겁니다.

진행자) 전체 인구 중에서 유권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기자) 법률상으로 투표할 자격이 없는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는 어린이와 영주권자, 불법체류자, 그리고 수감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이민자인데요, 여기에는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영주권자를 포함한 합법 이민자도 포함됩니다. 현행 미국 법률은 시민권자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만일 대법원이 유권자 인구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요?

기자) 그렇게 됐더라면 각 주와 시의 선거구가 대폭 재조정돼야 했을 겁니다. 특히, 도시 선거구는 줄어들고 시골 지역 선거구가 늘어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도시에서 시골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왜냐하면, 투표 자격이 없는 영주권자나 불법 체류자 등이 대부분 도시 지역에 몰려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주로 히스패닉 계 등 이민자 사회도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러면 결과적으로 공화당 측에 유리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소수계와 이민자 사회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반면에, 시골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백인들은 공화당에 우호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주권자나 불법체류자들이 몰려 사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애리조나와 네바다 등에 정치적 지각 변동이 촉발될 것으로 전망됐었습니다. 또한, 시카고와 마이애미 같은 도시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선거구 획정 시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소수계 옹호 단체 같은 진보적인 단체들은 대법원 결정을 환영했고요,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결정을 민주당의 승리다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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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달 말에 미 의회가 부활절 휴회에 들어갔는데요. 월요일(4일) 다시 문을 열었죠?

기자) 네, 연방 상원이 월요일(4일) 다시 회의를 시작했고요. 하원은 다음 주 화요일(12일)에 다시 모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의회가 해결해야 할 안건이 쌓여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안건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기자) 네, 먼저 대법관 지명자 인준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메릭 갈랜드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장을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는데요. 공화당 의원들은 내년에 취임하는 다음 대통령이 지명하게 해야 한다면서 대법관 인준 절차를 밟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4월에 청문회를 열고 5월에 인준 투표를 하자면서 공화당에 계속 압력을 넣고 있죠.

진행자)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갈랜드 지명자에게 의회를 방문할 필요도 없다, 만나지도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갈랜드 지명자가 계속 의원들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여러 의원을 만났고요. 이번 주에도 상원의원 11명을 만납니다. 그 가운데는 공화당 의원 2명도 포함돼 있는데요. 메인 주 출신 수잔 콜린스 의원과 아칸소 출신 존 부즈맨 의원입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이미 갈랜드 지명자를 만난 의원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주에 일리노이 주를 대표하는 마크 커크 의원이 갈랜드 지명자를 만났죠. 공화당 의원 가운데 처음이었는데요. 커크 의원은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데요. 현재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최소한 15명에 달하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갈랜드 지명자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 가운데 인준 청문회와 표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의원은 콜린스 의원과 커크 의원뿐입니다. 캔자스 주 출신 제리 모런 의원은 앞서 인준 청문회와 표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가 말을 바꿨죠.

진행자) 다음 회계연도 지출안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사안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는 의회가 12개 세출법안을 각각 따로 승인해야 하는데요. 그런 식으로 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다가 연말에 가서야 일괄 법안으로 처리하곤 해왔죠.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상원 공화당 지도자들은 올해에는 제대로 예산안을 처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상원 세출위원회는 다음 주 월요일(11일)부터 모일 예정입니다.

진행자) 전망이 어떻습니까?

기자) 별로 밝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민정책과 환경규제, 총기, 남부연합기 등 여러 문제가 지출안 처리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하원의 경우, 지출안에 앞서 통과시켜야 하는 예산안에 대한 승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뭣보다도 7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문제인데요. 의회에서 푸에르토리코를 돕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죠?

기자) 네, 앞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푸에르토리코를 돕기 위한 안을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혔고요. 푸에르토리코 정부 관리들 역시 이 안을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연방 의회가 도와주겠다는데, 푸에르토리코 관리들이 거부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파산 신청을 해서 보호받길 원하는데, 그런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 주나 도시는 파산 신청을 할 수 있지만, 푸에르토리코 같은 미국 자치령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해 3천700만 달러에 달하는 채권 이자 등을 낼 수 없다면서 디폴트,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의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이 법안은 5명으로 구성된 감독위원회를 창설하는 내용이 들어있는데요. 이 위원회는 푸에르토리코 정부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고 재정 계획을 세우는 일을 맡게 돼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감독위원회가 지나치게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대합니다. 그런가 하면 공화당 의원 170명으로 구성된 보수 모임 공화당연구위원회는 부채 구조조정 조항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법제도 개혁 문제도 연방 의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법제도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연방 의회 상, 하원이 여름이 오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법은 마약 사범에 대해 최소 형량을 정해놓고 있고요. 또 3번 이상 마약 관련 범죄로 기소되면 의무적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게 돼 있는데요. 새 사법개혁 법안은 판사들에게 비폭력 마약 사범의 형량을 낮출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은 이런 법안 내용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 법안이 통과되면 수많은 폭력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풀려날 것이란 주장입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톰 코튼 의원 등이 반대하는데요. 현재 상원의원들이 법안 수정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법안 처리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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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앞으로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도 집을 구하기 쉬워질 전망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전면적인 임대 금지 조치는 공정주택법에 어긋난다고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가 밝혔습니다. 차별 행위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건데요. 줄리언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월요일(4일) 정식으로 이런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먼저 공정주택법이 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공정주택법은 주택 임대자나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요. 주택을 사고팔거나 임대할 때 인종이나 성별, 종교, 출신 국가 등에 따라서 차별하지 못하게 금하는 법입니다. 1968년에 민권법의 일부로 제정됐는데요. 1988년에는 장애와 가족사항에 따른 차별 금지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주택도시개발부 발표 내용은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전면적인 차별을 금지한다는 건데요. 그럼, 이제까지는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주택 임대나 판매를 거부할 수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공정주택거래법에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이 확실하게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주택이나 방을 임대할 때, 보통 신청자에 대해 신원조회를 하는데요.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범죄 기록은 없는지 조사합니다. 미국 민간 임대 회사 가운데는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게는 임대를 금한다는 정책을 취하는 회사가 많은데요. 현행법상 이런 정책이 완전히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해 일괄적으로 임대를 거부한다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주택도시개발부의 얘기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각각의 경우를 달리 봐야 한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원조회를 하면 사소한 기록까지 다 나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체포됐다가 무죄로 판명돼서 풀려난 사람들도 있고요.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든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범죄일 수 있는데요. 신원조회를 하면 그런 것까지 모두 범죄 기록으로 나오니까, 무고한 사람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인들 가운데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이 많은가요?

기자) 4명 중 1명꼴이라고 합니다. 미국 연방 정부는 임대주들이 체포와 유죄 판결 기록을 구별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체포된 기록이 있다는 것만으로 임대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임대 거부가 정당화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지, 범죄 종류나 정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렇게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차별이 인종 차별로 이어진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흑인들과 중남미계 비율이 높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전면적인 임대 거부 정책은 흑인들과 중남미계에게 불리하다는 겁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집이 있느냐, 없느냐가 범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집이 있으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