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VOA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손전화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싼 미국 법무부와 애플 간의 대립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공항 경계 노력을 강화하려는 미 연방 의회의 노력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미 해군이 잠수함 탐지용 무인 군함을 공개한 소식도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연방 법무부와 미국의 첨단기기 제조업체인 애플이 손전화 정보 접근을 두고 요즘 대립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법무부 쪽에서 눈길을 끄는 움직임이 있었죠?
기자) 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 따르면 뉴욕 시 브루클린 지역을 담당하는 연방 검사가 금요일(8일) 연방 지방법원에 서류를 제출했는데요. 손전화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의 소송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이게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시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하고 관련이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직접 관련은 없고요. 별개 사건으로 지난 2014년에 시작된 마약 범죄 수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연방 수사당국이 마약 밀매용의자의 손전화인 아이폰을 압수했는데요. 수사당국이 이 아이폰에 들어있는 정보를 열어보려는데, 애플이 협조해 주지 않으니까 법원에 이 손전화를 볼 수 있게 애플에 명령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진행자) 그럼 판결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1심 판결에서 뉴욕 브루클린 법원은 연방 정부가 애플에 손전화 잠금장치를 열도록 강요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니까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거죠? 하지만 수사당국은 포기하지 않고 이 건을 상급 법원으로 가지고 가겠다고 밝힌 겁니다.
진행자)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의 수사과정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쓰던 아이폰을 둘러싼 분쟁이었죠? 당시 수사당국이 사망한 테러범 사이드 파룩이 쓰던 아이폰을 열려고 했는데, 이게 여의치가 않자, 애플에 손전화를 열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이 건이 결국 법원으로 갔고요.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는 손전화 정보에 접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애플에 명령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법원은 수사당국의 편을 들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전화기 여는 것을 도우라는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죠. 결국 FBI가 애플의 도움 없이 아이폰 잠금장치를 푸는 방법을 확보했다면서, 법원에 들어간 요청을 거두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지난 화요일(5일) FBI가 민간 업체로부터 테러범 파룩의 아이폰을 열 수 있는 방법을 돈을 주고 샀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FBI가 사들인 방법을 뉴욕 검찰이 진행하는 마약 수사에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게 안 된답니다.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아이폰은 5C 기종이었는데요. 뉴욕 검찰이 압수한 아이폰은 이보다 뒤에 나온 5S 기종이라서 열 수 없다고 합니다.
진행자) 애플이 암호를 풀게 되면 방법을 알려달라고 FBI에 요청했었는데요. 아직 알려주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FBI는 애플과 정보를 공유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금요일(8일) 이 때문에 FBI를 상대로 소송을 걸 생각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FBI가 어떤 방식을 썼는지 모르지만, 회사 측이 계속 오류를 찾고 이를 수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거란 겁니다. 실제로 FBI가 다른 기종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죠.
진행자) 연방 정부와 애플사의 힘겨루기가 다시 원점이 된 셈인데요. 양쪽이 내세우는 논리,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정부 측에서는 국가안보와 공익에 필요하니까 개인 손전화에 담긴 정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애플은 연방 정부의 이런 요구를 들어주면, 고객들의 권리, 특히 사생활이 침해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 쪽은 필요하면 기계에 담긴 고객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보여달라고 하지만, 기기 제조업체 쪽에서는 이를 피하려고 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애플이나 구글 같은 휴대용 기기 제조업체들이 고객이 가진 정보를 보호하려고 이걸 암호화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를 암호화하면 해당 기기를 가진 사람 외에는 정보를 볼 수 없게 돼서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정보가 암호화되면 수사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기기를 만든 회사도 볼 수 없어서 그런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테러 용의자 수사 등 각종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니까 문제가 커지는 거죠. 그래서 연방 정부 쪽에서는 정보가 암호화돼도 이를 나중에 열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줄기차게 업체 측에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지금 여러분께서는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듣고 계십니다.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달 22일, 벨기에 브뤼셀의 공항과 지하철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숨졌습니다. 그 뒤 각국이 공항과 기차역 등의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미국 의회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목요일(7일) 미 연방 의회 상원이 미국 교통체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몇 가지 조항을 승인했습니다. 이들 조항은 미 연방항공국(FAA)의 다음 회계연도 예산에 관한 수권법안에 첨부될 예정인데요. 이르면 다음 주초에 통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이 들어 있습니까?
기자) 네, 공항 직원에 대한 신원조회를 강화하고요. 공항 검색 과정 시험을 늘립니다. 또 눈에 띄게 배치된 보안요원의 수도 두 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테러 시도를 막기 위한 노력입니다. 또한, 공항 주변 경계도 강화하고요. 총격범 대처 훈련을 위한 기금도 제공합니다. 연방 교통안전국(TSA)에 대해서 공항 직원들에 의한 잠재적 내부 위협을 재검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 이집트에서 출발한 러시아 항공기에서 폭탄이 터진 사건이 있었는데요. 테러범이 공항 내부 직원의 도움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이미 신원조회 과정을 통과해서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프리체크(PreCheck)’같은 사전 심사 서비스를 확대하는 내용도 들어있는데요. ‘프리체크’는 사전에 신원조회 절차를 걸쳐서 신속하게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프리체크’에 가입하면, 검색대를 통과할 때 신발을 벗거나 허리띠를 풀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보안 검색을 훨씬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고 검색요원들이 다른 승객들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항공기 여행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요. 요즘 여러 항공사가 좀 더 많은 승객을 싣기 위해서 비행기 좌석 크기를 점점 줄이고 있는데요. 승객들의 고충이 크죠?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비행기 좌석이 점점 작아지고 있고 앞 좌석과의 간격도 점점 줄어들고 있죠. 일반석이라고 해서 다 같은 일반석이 아니고요. 좀 더 간격이 넓은 자리에 앉으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승객들이 앉아서 가는 게 아니라, 서서 가게 하는 좌석, 또 엇갈리게 마주 앉아서 가게 하는 좌석까지 고려되고 있다고 하죠.
진행자) 좌석 간 간격이 좁다 보니, 승객들 간에 충돌하는 때도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가운데 자리에 앉으면 옆 사람들 사이에 껴서 옴짝달싹 못 하고요. 앞에 앉은 사람이 좌석을 뒤로 젖힌다거나 하면,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불평이 나오고, 승객들이 서로 다투는 일도 일어납니다.
진행자) 그런 가운데 상원에서 항공기 좌석 크기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목요일(7일) 상원이 상업용 항공기 좌석에 대한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항공기 좌석의 크기와 넓이, 좌석 간 간격 등에 대해 최소 기준을 정해서 더는 줄이지 못하게 막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비행기 이용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법안이 아닐까 싶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42대 54로 부결됐습니다. 차기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로 유력시되는 척 슈머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었는데요. 슈머 상원의원은 어린 자녀와 함께 탄 어머니들이 좁은 비행기 좌석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법안 승인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키가 큰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열심히 설득했지만,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일반 승객들은 실망했겠지만, 항공업계는 기뻐했겠네요.
기자) 네, 항공사들은 항공업계를 재규제하려는 시도라면서 이 법안에 반대했었습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기업 규제를 반대하는데요. 1명을 제외한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죠. 요즘 여러 분야에서 무인기가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군사 작전에서 많이 쓰이는데요. 최근에는 무인 군함이 개발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군이 목요일(7일) 미국 서북부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실험용 무인 군함 ‘시헌터(Sea Hunter)’를 공개하고 명명식을 가졌습니다. ‘시헌터’는 ‘바다 사냥꾼’이란 뜻인데요. 적의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무인 함정입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해군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맞서기 위해서 미국이 로봇을 이용한 전투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그런 노력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공개된 무인 군함의 크기나 성능이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네, 무인 군함 시헌터는 미 국방부 산하 첨단과학기술 연구소가 개발했는데요. 길이가 40m입니다. 디젤 엔진 2개를 장착해서 시속 50km로 항해할 수 있는데요. 요즘 구글이나 몇몇 기업이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무인 자동차와 비슷한데, 다만 바다에서 달리는 배라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사람이 타거나 멀리서 조종하지 않아도 2달에서 3달동안 바다를 달릴 수 있게 돼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순전히 컴퓨터로 몇 달씩 자율 운항이 가능하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조종하는 유인 함정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적의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이번 무인 군함 개발은 ‘변곡점’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대양을 건널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완전히 자동화된 군함을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앞으로 5년 안에 서태평양에 배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시험용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배치되기 전에 시험 기간을 거치게 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2년 동안 시험 항해를 하면서 국제 항해규정을 안전하게 따를 수 있는지 등을 살피게 됩니다. 뭣보다도 중요한 것은 레이다와 카메라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다른 배와 부딪히지 않고 잘 다닐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사고 위험 때문에 무인 자동차도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런 무인 군함에 대한 우려나 반대는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무기를 갖춘 무인기나 무인 군함이 무고한 사람을 위협으로 간주해서 살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이번에 공개된 무인 군함 시헌터에는 무기가 달려있지 않은데요. 워크 국방부 부장관은 앞으로 무기를 장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이런 무인 군함에 무기를 달게 된다면, 이 무기 사용에 관한 결정은 로봇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내리게 될 것이라면서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