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경선, 트럼프-클린턴 반등 노려...금권정치 반대 시위대 체포

19일 미국 뉴욕 주에서 경선이 실시된 가운데, 뉴욕 시 센트럴 할렘 지역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VOA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화요일(19일) 뉴욕 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예비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최근 미국 연방 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로 수백 명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이어서 인기 뮤지컬 ‘해밀턴’이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현재 미국인들의 관심이 뉴욕 주에 쏠려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예비선거가 열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뉴욕 주에 많은 대의원이 걸려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은 95명, 민주당은 291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는데요. 이번 뉴욕 예비선거는 각 당 선두주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최근 경선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기세가 다소 꺾였는데요. 두 사람은 이번에 뉴욕 주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분위기를 전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민주당을 보면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의원 수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만, 최근 계속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에게 패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건 지난달 22일 애리조나 주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최근 8개 주 경선 가운데 7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죠. 하지만 뉴욕 주는 클린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두 차례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는데요. 월요일(18일)에 나온 에머슨대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 후보가 55% 지지율을 보이면서 40%를 얻은 샌더스 후보를 15% 포인트 차이로 앞섰습니다. 하루 전에 나온 CBS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간의 격차가 10% 포인트였습니다.

진행자) 그 정도 격차로는 클린턴 후보가 안심하기 힘든가요?

기자) 글쎄요. 전문가들이 대체로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치긴 하는데요.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앞서 미시간 주를 예로 들면, 경선 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섰는데요. 막상 선거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진행자) 뉴욕은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텃밭이기도 한데요.

기자) 맞습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후보는 뉴욕에서 태어나서 자랐고요. 뉴욕을 기반으로 사업하고 있죠.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2위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이 여러 차례 승리하면서 트럼프 후보와의 대의원 격차를 줄여나갔는데요. 뉴욕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사실 뉴욕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나 격차를 벌리면서 승리하느냐가 관건인 거죠?

기자) 맞습니다. 에머슨대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후보가 30% 이상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면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트럼프 후보 55%, 존 케이식 후보 21%, 테드 크루즈 후보 18%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요. 트럼프 후보의 자녀 가운데 2명이 제때 유권자 등록을 하지 못해서 이번 예비선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등록 마감 시한을 놓쳤나 보네요. 미국은 주마다 유권자 등록 시기가 다르죠?

기자) 그렇습니다. 뉴욕 주의 경우, 새로 유권자 등록 신청을 하려면 지난달 25일까지는 우체국에 가서 신청서를 부쳐야 했고요. 이미 등록한 유권자들 가운데 소속 정당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지난해 10월 9일까지 변경 신청을 해야 했습니다. 뉴욕 주 예비선거는 등록된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인데요. 이렇게 빠른 마감 시한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시기를 놓쳐서 이번에 투표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지지율에 따라서 대의원을 배분하는데요. 공화당은 승자에게 모두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택하는 주도 있지 않습니까? 뉴욕 주는 어떤가요?

기자) 일종의 혼합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부는 주 전체에서 50% 이상 득표율로 승리한 후보에게 주고, 일부는 선거구별 승자에게 나눠줍니다. 트럼프 후보가 최근 크루즈 후보에게 패하면서 7월 전당대회 전에 공화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하기가 좀 힘들어진 상황인데요. 남은 경선에서 60% 이상 지지율로 승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트럼프 후보는 이번에 뉴욕 주에서 대의원을 싹쓸이하고 기세를 몰아서 남은 경선에서도 승리하길 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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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월요일(18일) 이곳 워싱턴 디시에 있는 의사당 근처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가 벌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Democracy Awakening’, 그러니까 ‘깨어나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가 주도한 집회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의회 경관이 시위대 가운데 약 300명을 체포했습니다.

진행자) 이 집회가 무슨 집회였습니까?

기자) 네. 돈이 좌우하는 미국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집회가 내세운 주장의 핵심이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보면 몇 년 전에 화제가 됐던 ‘Occupy Wall Street’,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운동하고 맥이 닿는 것도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경제불평등 문제를 주제로 삼고 시위를 벌여서 화제가 됐던 운동이 바로 ‘월가를 점령하라’였는데요. 돈이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운동입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깨어나는 민주주의’ 측은 미국 정치에서 검은돈을 추방하고 미국 정치를 가진 자가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정치로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금권과 결부되어 이루어지는 정치, 그러니까 ‘금권정치’를 없애자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금권정치’라면 특히 금융 자본이나 산업 자본이 정치권력과 유착한 경우를 가리키죠? 그런데 최근 미국 정치가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편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이 집회에 상당히 많은 외부 조직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나 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 등 미국 내 유력 인권-노동단체들이 이 운동을 지지하면서 월요일(18일) 시위에도 참여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 200개 이상 단체가 이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인들도 이 운동에 많이 참여했는데요. 이 중에는 ‘벤 앤 제리’ 공동창업자도 있습니다.

진행자) ‘벤 앤 제리’라면 아이스크림 회사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아이스크림이죠? 이 회사는 미국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생각을 나타내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제리 그린필드와 벤 코헨 씨가 월요일(18일)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두 사람은 의회 경찰에 체포됐다가 곧 풀려났다고 하는데요. ‘벤 앤 제리’ 측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들이 금권 정치 반대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지난주부터 미 의사당 주변이 시위로 시끄러웠는데요. 시위가 월요일(18일)에 하루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죠?

기자) 네. 또 ‘깨어나는 민주주의’란 단체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봄’이라는 조직도 지난주부터 의사당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는데요. 18일 행사는 이 시위의 연장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민주주의의 봄’ 측도 18일 시위를 주도한 ‘깨어나는 민주주의’의 주장과 비슷한 주장을 하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주의의 봄은 지난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부터 워싱턴까지 240㎞를 도보로 행진하면서 ‘돈 선거’를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의사당 앞에서 연좌시위를 시작했는데, “1인 1표의 가치를 준수하라” “돈으로 우리의 미래를 사려 들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1주일 이상 계속된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의 수는 1천2백 명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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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월요일(18일) 퓰리처상 수상자가 발표됐는데요. 요즘 한창 인기리에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이 상을 받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뮤지컬이라고 하면 일종의 가무극이죠. 노래와 춤을 곁들인 연극을 말하는데요.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삶을 그린 뮤지컬 ‘해밀턴’이 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상을 받았습니다.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뮤지컬 ‘해밀턴’ 실황]

기자) 네, 뮤지컬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얘기를 방금 들으신 것처럼 현대 대중음악인 랩과 힙합으로 구성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음악가 린-마누엘 미란다가 곡과 가사를 썼는데요. 노래 좀 더 들어보실까요?

[녹취: 뮤지컬 ‘해밀턴’ 실황]

기자) 뮤지컬 ‘해밀턴’은 주연 배우 대부분이 흑인이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흑인 노예를 소유한 백인들이었는데요. 토머스 제퍼슨 같은 백인 역할을 흑인 배우가 맡은 겁니다.

진행자) 지난해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뉴욕에서 딸들을 데리고 관람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기자) 맞습니다. 또 배우들이 백악관에 가서 공연하기도 했는데요. 뮤지컬 ‘해밀턴’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초연 무대에 출연한 배우들은 수익 일부를 나눠 받게 됐다고 하는데요. 퓰리처상 수상작의 무대에 섰다는 영광까지 누리게 된 겁니다.

진행자) 이 뮤지컬 덕분에 알렉산더 해밀턴이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됐다고 하는데요.

기자) 네, 미국 지폐 도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10달러 지폐 앞면에 해밀턴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데요. 미국 재무부가 10달러 지폐 도안을 바꾸려고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진행자) 그렇죠, 여성의 초상을 넣으려고 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의 초상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항의가 쇄도했습니다. 10달러 대신에 20달러 지폐 도안을 바꾸자는 건데요. 별로 인기 없는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초상이 20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는데, 그 대신에 여성의 초상을 넣으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뮤지컬 ‘해밀턴’이 인기를 끌면서 반대 목소리가 더 거세졌고요. 결국, 재무부가 여론에 따라서 10달러 지폐에 해밀턴의 초상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조만간 잭 루 재무장관이 이같이 변경된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퓰리처상은 언론, 출판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할 만큼 권위 있는 상 아니겠습니까? 특히 올해는 퓰리처상이 생긴 지 1백 년째 되는 해인데요. 다른 부문 수상자들도 알아볼까요?

기자) 네, 먼저 공공부문 서비스 수상자로 AP 통신이 선정됐습니다. 로빈 맥도웰, 에스터 투산 등 AP 통신 기자들은 ‘노예들의 해산물’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얀마 등지에서 온 선원들을 우리에 가둬놓고 노예처럼 부리는 동남아시아 수산업계의 가혹한 노예노동 실태를 고발했는데요. 이들의 취재 덕분에 새우잡이 등에 강제 동원됐던 동남아시아 노예 노동자 2천여 명이 풀려났고요. 미국 내 식당과 수산물 유통 과정에도 개혁을 가져왔습니다.

진행자) 언론의 힘을 보여주는 기사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올해 특종 부문 상은 누가 탔습니까?

기자) 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신문인데요. 지난해 말에 일어난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난사 사건에 관한 보도로 특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뉴욕타임스 신문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린 기사로 국제 보도 부문 상을 탔고요. 뉴욕타임스와 톰슨 로이터가 시리아 난민들의 필사적인 탈출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한 사진으로 사진속보상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문학 부문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베트 탄 누엔이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데뷔 소설 ‘동조자’로 소설 부문 상을 받았고요. 시 부문은 ‘오존 저널’을 쓴 피터 발라키안이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