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민간 대북지원 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북민협은 오늘(19일) 남북관계 개선과 향후 대북지원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목소리와 함께 한국 정부의 입장 그리고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의 방향을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월드비전 이주성 북한사업팀장은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순수한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은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민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이주성 팀장 / 월드비전 북한사업팀장] “대북지원사업은 상당히 경색되어 있습니다. 상황적으로 인도적 지원사업은 멈춰져서는 안됩니다. 수혜자가 있고 북한에 그것을 필요로 하는 우리 동포들, 어린이들이 있을 경우에 우리는 그 사업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적 지원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민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팀장은 북한이라고 무조건 돕는 게 아니라, 북한에 인도적 지원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돕는 것이라며 통일된 미래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한민족인 만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지원 20년을 맞아 최근 기념백서를 발간한 북민협은 그 동안 식량과 의류 지원 등 긴급구호 분야는 물론 농축산 자재, 의료보건, 우선복지, 취약계층 사업 등 다양한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을 펼쳐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고위급 회담 파탄과 올 1월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마저 모두 중단됐습니다.
김영희 한국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영희 팀장 / 한국 산업은행 북한경제팀] “북한의 4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이후에 교류 협력은 모든 게 다 중단됐고 그 동안 진행됐던 의약품, 결핵 약 이런 지원도 다 중단됐으니까 현재로서는 교류는 없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104개의 북한지원사업자 지정 민간단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미화 약 3천 200만 달러에 달했지만 2013년에는 430만 달러, 지난해에는 96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지원이 아닌, 해외 동포들의 지원이라는 게 북민협의 주장입니다.
북민협은 인도적 지원사업이란 단순히 북한 주민을 돕는 것에 머무르는 게 아닌, 남북 간 신뢰를 쌓고 평화를 구축해 남북한 주민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강영식 사무총장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유엔 결의안에서도 나왔듯이 적어도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 주민에게 생존의 위험에 빠뜨리면 안 되는 거죠. 정말 어려운 북한 동포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야 된다, 그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이고 대한민국이 가져야 될 국격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 국민이 북한 주민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것이 통일이 밑받침이 될 수 있다면서, 투명성이 보장되는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넓히고 지속 가능한 최소한의 민간 교류는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VOA’에 남북 교류 상황이 어려운 만큼 기존의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 외에는 다른 할 말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도발로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잠정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지난 2월 정례 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의 도발이 계속 악순환되는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는 인도적 교류도 잠정적으로 중단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의 본래의 뜻을 정치화 시키는 것이 문제라면서 향후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는 인도적 지원사업은 남북관계나 정치, 군사적 문제를 뛰어넘어 지속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정치적 환경을 너무 고려하지 말고 필요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해야 한다고 봐요. 전쟁 중에서도 지원은 했는데 원래 북한의 취약계층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은 여전하니까 그것은 남북관계나 환경을 앞서는 기본원칙이라고 봐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계속 해야 한다고 봐요.”
산업은행 김영희 북한경제팀장도 정치적 상황을 떠나 남북간 인도적 지원이나 스포츠, 예술 등의 교류가 이뤄진다면 남북간 이질성을 동질성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경협은 북한 핵 문제로 당장 어렵더라도 인도적 지원과 교류는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