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클린턴 '민주당 후보 확정' 발언 비난"...2차대전 군용기 여성 조종사,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허용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후보. (자료사진)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사실상 자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말한 데 대해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성급한 발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오늘도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지난해 볼티모어 시의 폭동을 가져온 프레디 그레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에 이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공군의 군용기 조종사로 활동했던 여성들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게 됐다는 소식,차례로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먼저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부터 볼까요?

기자) 네, 지난주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끝났다”면서 “자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다”라고 못 박았는데요.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일요일(22일) ABC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에 출연해서 클린턴 후보의 발언이 성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민주당 경선은 끝나지 않았다, 샌더스 후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민주당 후보 지명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들 사이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오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는데요. 샌더스 후보가 ABC ‘디스위크’ 프로그램에서 한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샌더스 후보] “We need a campaign and election…"

기자) 샌더스 후보는 미국인들이 몹시 못마땅한 후보들 가운데 그나마 나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나 유력한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호감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 얘기를 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과 ABC 방송이 공동으로 벌인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 후보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53%에 달했는데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60%로 더 높게 나왔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후보는 어떻습니까?

기자) 샌더스 후보의 경우에는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았습니다. 51%가 샌더스 후보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예비선거 과정에서는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요. 현재 대의원 수에서 클린턴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죠?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으려면, 대의원 2천383명이 필요한데요. 클린턴 후보는 90명 정도만 더 모으면 되는 상황입니다. 남은 민주당 경선 가운데 6월 7일에 실시되는 캘리포니아 예비선거에 500명 이상의 민주당 대의원이 걸려 있는데요.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현 상황으로는 클린턴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손쉽게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다른 후보들이 사퇴하면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는데요. 그러면서 민주당 내에서 샌더스 후보에 대해 경선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샌더스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의 대결에서 클린턴 후보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일요일(22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서 선거 유세를 했는데요. 자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한 때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후보보다 월등히 높았는데요. 최근 들어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방송이 공동으로 벌인 조사를 보면, 46% 대 43%로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겨우 3% 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차이가 오차 범위 이내인 건데요. 지난 4월 조사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50% 대 39%로 11% 포인트 격차로 앞섰고요. 12월 이후 계속해서 격차가 두 자릿수였는데, 이번에 크게 격차가 줄어든 겁니다.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후보 지명을 받을 경우, 트럼프 후보를 54% 대 39%, 그러니까 15% 포인트 격차로 이길 것으로 나왔습니다.

진행자) 이처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샌더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오니까, 샌더스 후보가 이런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의 슈퍼 대의원들이 마음을 바꾸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해왔는데요. 슈퍼 대의원은 그 주를 대표하는 연방 의원이나 당 지도부 인사들로 구성되는데요. 그 주의 경선 결과에 상관없이 지지 후보를 정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슈퍼 대의원 수가 상당히 많죠?

기자) 네, 550명이 넘는데요. 그 가운데 샌더스 후보를 지지하는 슈퍼 대의원은 채 40명도 되지 않는데요. 샌더스 후보는 슈퍼 대의원 대부분이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클린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자신이 승리한 주의 슈퍼 대의원들은 마음을 바꿔서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진행자) 자, 이렇게 샌더스 후보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클린턴 후보는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네, 클린턴 후보는 일요일(22일) NBC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밋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서 이에 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클린턴 후보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I think that Senator Sanders has every right…"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경선을 완주할 권리가 있다고 클린턴 후보는 말했는데요. 하지만 그 뒤에는 민주당이 단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2008년 민주당 경선 당시를 상기시켰는데요. 샌더스 후보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의 몫을 다할 것이고 샌더스 후보 역시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2008년 민주당 경선 때라면, 바락 오바마 당시 연방 상원의원과 클린턴 후보가 경쟁했던 때를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 후보가 당시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요. 오바마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클린턴 후보는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단합해서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자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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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지난해 미 동부 볼티모어 시에서 발생한 흑인 청년 사망사건, 일명 프레디 그레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볼티모어 경관 6명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월요일(23일) 두 번째 경관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볼티모어 순회법원의 배리 윌리엄스 판사가 월요일(23일) 프레디 그레이 사건으로 기소된 에드워드 니로 경관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습니다. 니로 경관은 2급 폭력과 2건의 직권남용 그리고 중과실치사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는데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니로 경관이 프레디 그레이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난 거군요?

진행자) 그렇게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지난해 말 첫 번째로 재판을 받았던 윌리엄 포터 경관의 재판에서는 그레이의 죽음에 경관의 책임이 있느냐가 핵심사안이었지만 이번에 열린 니로 경관의 재판은 그레이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잘못이 없었는지에 대한 것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1주일간 계속된 재판에서 니로 경관을 기소한 검찰 측과 니로 경관의 변호단 측은 이를 두고 격렬한 공방을 펼쳤습니다.

진행자) 검찰의 기소 혐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요?

기자) 검찰은 경찰들이 우범지대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달아나던 그레이를 멈춰 세운 것은 타당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니로 경관이 그레이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로 후송하고 또 수색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절차에 따르지 않고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레이를 경찰차에 태울 때 안전띠를 채우지 않는 등 용의자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여기서 프레디 그레이 사망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그 내용을 좀 살펴보고 넘어가죠.

기자) 네, 지난해 4월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볼티모어 시에서 프레디 그레이라는 이름의 20대 흑인 청년이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목이 부러져 척수를 다치게 되는데요. 이후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그런데 그레이가 경찰차에 강제로 호송되면서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찍힌 손전화 동영상이 공개됐고요. 그러면서 경찰이 과잉 진압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폭동으로 번졌습니다. 결국 메릴랜드 주 검찰이 사건에 연루된 경관 6명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잠시 언급하셨지만, 첫 번째 경관에 대한 재판이 이미 열렸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소된 6명 가운데 윌리엄 포터 경관에 대한 재판이 처음 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윌리엄스 판사가 재판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배심원단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흑인 7명, 백인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사흘에 걸쳐서 심리를 계속했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겁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형사 재판에 대한 배심원 평결은 만장일치로 나와야 합니다.

진행자) 포터 경관은 흑인이었지만, 니로 경관은 백인인데요. 이번에 니로 경관의 경우 배심원 재판이 아니라, 판사 재판이 이뤄졌군요?

기자) 네, 니로 경관 측이 배심원 재판 대신 판사 재판을 선택하면서 볼티모어 순회법원의 베리 윌리엄스 판사가 이번 재판을 맡게 된 겁니다. 미국에서는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 재판과 판사가 법적 근거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 재판 중 선택할 수 있는데요. 배심원 재판에 비해 판사 재판이 대부분 더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진행자) 앞으로 나머지 경관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긴 하겠지만, 포터 경관의 재판은 무효가 되고 또 이번에 니로 경관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판결이 나온 뒤에 법원 앞에 일부 시위자가 모여들긴 했지만, 금방 흩어졌습니다. 스테파니 롤링-블레이크 볼티모어 시장은 즉각 시민들에게 평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프레디 그레이 사건을 비롯해 가난한 흑인 거주지역 주민이 백인 경관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됐었는데요. 이번 판결로 가난한 흑인 지역에 대한 경찰의 순찰방식 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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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군 비행기를 몰았던 여성 조종사들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요. 무슨 얘기인지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20일) 이 같은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는데요. 와스프(WASP) 소속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들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게 허용한 겁니다. WASP는 ‘여성 공군 조종사’의 약자인데요. 이들 여성은 2차 세계 대전 때 군인 신분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군용기를 몰았는데요. 전투기 조종사가 부족하게 되자, 남자 조종사들을 1명이라도 더 전장에 보내기 위해서 후방에서 수송기 등 다른 군용기를 몰며 비전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다면, 정식으로 법이 발효된 건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법이 나오게 됐습니까?

기자) 지난해 티파니 밀러라는 여성이 인터넷에서 청원운동을 시작한 덕분인데요. 밀러 씨는 WASP로 활동했던 할머니 댄포스 하먼 씨의 유해가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길 바랐습니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히는 게 지난해 사망한 할머니 하먼 씨의 소원이었다는 건데요. 할머니 하먼 씨는 1944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WASP에 들어가서 활약했습니다. 하먼 씨 외에도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약 1천 명의 여성이 군용기를 몰았는데요. 이 가운데 38명이 복무 중에 숨졌습니다.

진행자) 후방에서 활동했다고 했는데, 사망자가 나온 걸 보면, 꽤 위험한 임무도 수행했나 봅니다.

기자) 네, 군인들의 포격 훈련을 돕기 위해서 밤중에 비행기에 목표물을 달고 나는 등 꽤 위험한 임무도 많았습니다. 복무 중에 사망한 38명 가운데 11명은 훈련 중에 숨졌고, 나머지 27명은 작전 중에 숨졌습니다.

진행자) 이들 여성이 민간인 신분이었다고 했는데요. 2차 세계대전 중에 군용기를 몰면서 활동했지만, 참전 군인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건가요?

기자) WASP 대원들은 1977년부터 베테랑 자격을 인정 받아서 다른 재향 군인과 같은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2002년부터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2015년에 존 맥휴 당시 육군 장관이 이를 철회했습니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국 보훈처가 관리하는 다른 묘지들과는 달리, 육군 관리 아래 있는데요. WASP 대원들의 경우,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법적 해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히려면 현역으로 근무해야 하는데, WASP의 경우 ‘현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자리가 부족하다는 점도 또 한가지 이유였습니다.

진행자) 할머니의 뜻을 기린 손녀가 청원 운동을 벌였고, 그게 열매를 맺은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법이 제정되는 데는 미국의 최장수 여성 연방 의원인 바버라 미컬스키 상원의원이 한몫 했습니다. 미컬스키 의원은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애쓴 WASP 대원들의 봉사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법안은 지난 10일에 연방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서 12일에는 하원을 통과했고요. 20일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WASP 대원 출신들이 다시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