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올랜도 방문, 총기 테러 유족 위로...샌더스 "트럼프 저지 위해 클린턴과 협력"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를 방문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총기 테러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VOA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 올랜도를 방문하고 최근 총기 테러로 숨진 희생자 가족을 위로했습니다.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물리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협조하겠다고 밝힌 소식, 마지막으로 미국의 소수계층 가운데 성 소수자들이 증오범죄의 가장 큰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 차례로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흔히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서 ‘Commander-in-Chief’란 표현을 많이 씁니다. ‘최고 사령관’이란 뜻인데요. 하지만 현 미국 대통령인 바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Consoler-in-Chief’라고 하기도 하죠.

기자) 네, ‘위로 사령관’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텐데요. 임기 중에 여러 차례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서, 대통령이 유족들을 위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목요일(16일) 또 한 차례 ‘위로 사령관’ 역할을 했는데요. 최근 총기 난사 테러로 49명이 사망한 플로리다 주 올랜도를 찾은 겁니다.

진행자) 희생자 가족을 만나서 위로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랜도 시내에서 생존자들과 유족을 만났는데요. 2시간 동안 비공개 만남을 가진 뒤, 유족의 슬픔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올랜도 방문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도 동행했는데요. 두 사람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추모장소에 흰 장미 49송이로 만든 꽃다발을 헌화했습니다. 장미 49송이는 이번 사건으로 숨진 49명을 의미하죠.

진행자) 이번 사건의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으로 드러났는데요. 마틴도 총격전 중에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마틴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이 테러로 다뤄지고 있고요. 또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증오 범죄로도 다뤄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목요일(16일) 이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테러이자 동성애자들에 대한 증오 범죄라고 말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오바마 대통령] “You can’t break up the world into ‘us’ and ‘them’……” (43초-적당히 줄여주세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눌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피부색이나 신앙, 성 정체성 때문에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고 증오를 나타낼 수는 없다는 건데요. 지금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중요하고 모두가 존엄하다는 기본적인 신념을 다시 확인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촉구했는데요. 희생자 가족들이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전날인 수요일(15일)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총기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촉구하면서 장시간 연설하는 필리버스터를 벌이기도 했죠.

기자) 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주도했는데요. 공화당 지도부가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데 동의하자 14시간 이상 계속해온 필리버스터를 끝냈습니다. 연방 상원은 오는 월요일(20일) 4개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인데요.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 2개와 공화당이 내놓은 법안 2개입니다. 민주당은 테러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들에 대한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과 총기 구입 희망자의 신원 조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이 이번 올랜도 사건과 관련해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네, 매케인 의원이 목요일(16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왜냐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이 부상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시리아로 갔고, ISIL이 됐다는 겁니다.

진행자) 매케인 의원은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 후보이기도 했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8년 대선 때 현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는데요. 매케인 의원은 ISIL의 세력이 커진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면서 매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이 나오자, 오바마 대통령 개인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나중에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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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 보겠습니다. 공식적인 지명 절차가 남아있습니다만, 공화당은 부동산 기업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 후보로 각각 확정됐습니다. 공화당은 다른 후보들이 일찌감치 모두 사퇴했지만, 민주당은 아직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남아 있는데요. 샌더스 의원이 목요일(16일)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군요.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목요일(16일) 지역구인 버몬트 주 벌링턴에서 한 연설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는 일이 없도록 클린턴 후보를 돕겠다고 말했는데요. 샌더스 후보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샌더스 후보] “The major political task that we face in the next……” (18초-적당히 줄여주세요)

기자) 샌더스 후보는 앞으로 5개월 동안 민주당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크게 물리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편견을 선거운동의 초석으로 삼는 사람이라면서 주요 정당의 후보로 그런 사람은 필요 없다고 비판했는데요. 조만간 직접 나서서, 트럼프 후보를 물리치는 일에 한몫을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후보가 언제 공식적으로 패배를 시인하고,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할 것인가, 이게 요즘 많은 사람의 관심사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목요일(16일) 연설에서 선거 운동을 마무리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클린턴 후보 지지 의사를 나타내진 않았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목표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물리치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는데요. 다음 달에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책을 민주당 정강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경제, 사회, 인종,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샌더스 후보는 임금 인상과 무료 공립대학 교육 등 노동자 계층의 권익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화요일(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선거가 끝난 뒤에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가 만났는데요. 긍정적인 대화를 가졌다고 양측이 밝혔지만, 이때도 샌더스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진 않았죠.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목요일(16일) 연설에서 여러 매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클린턴 후보와 의견 차이가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클린턴 후보와 계속 논의를 거쳐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샌더스 후보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하고 있나요?

기자)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 공격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앞서 샌더스 후보가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고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점을 두고 샌더스 후보를 ‘공산주의자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앞서 샌더스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약 25%가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샌더스 후보 지지자들을 환영한다면서,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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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약자인 사람들을 영어로 ‘Minority Group’이라고 부르는데요. 흔히 소수계라고 하죠. 흑인과 아시아계 같은 유색인종과 유대인, 그리고 성적인 취향이 다른 성 소수자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요. 다양한 소수계층 중에서도 특히 성 소수자들이 증오범죄에 가장 취약하다는 보도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증오범죄란, 특정 인종이나 종교 신자, 성 소수자와 같이, 자신과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아무 이유 없는 증오심을 품고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지난 12일 올랜도의 동성애자들을 위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동성애자들을 겨냥한 증오범죄인 것으로 분류되면서 미국 사회에서 이 증오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인 ‘뉴욕타임스’는 그러면, 미국에서 증오범죄의 가장 큰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분석했는데요. 미 연방수사국(FBI)의 자료를 근거로 소수계 가운데서도 성 소수자들이 증오범죄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성 소수자들이라고 하면 보통 게이나 레즈비언이라고 불리는 동성애자들을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성 소수자들은 여성이 동성인 여성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는 레즈비언(Lesbian), 남성이 남성에게 성적매력을 갖는 게이(Gay) 그리고 양성애자를 뜻하는 바이섹슈얼(Bisexual)과 성전환자를 뜻하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모두 포함합니다. 미국에선 이런 명칭의 첫 자를 따서 L.G.B.T.라고 부르죠. 그런데 2014년 FBI의 보고서를 보면 LGBT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율이 흑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그리고 1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유대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2014년엔 LGBT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율이 유대인을 앞지르고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014년 한 해 동안 증오범죄로 다루어진 건수가 5천462건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이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사회가 갈수록 성 소수자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지 않고 있습니까? 작년에는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에 대해 합법화를 판결을 내릴 정도였으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증오범죄 전문가들은 역설적이게도 LGBT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동시에 LGBT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증오범죄가 더 잦아지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방금 동성결혼 합법화를 언급하셨는데요. 연방 대법원이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법원의 이런 조치를 미국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면서 일부 반대자들은 폭력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성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건수가 수사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는데 그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성 소수자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LGBT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의 경우 범죄 사건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이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 드러날 수 있다 보니 신고를 꺼린다는 거죠. 뉴욕타임스 신문은 또 AP 통신의 조사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09년에서 2014년 사이에 수천 개에 이르는 시와 지역 경찰국이 증오범죄를 단 한 건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진행자) 실제로 증오범죄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증오범죄에 대한 지역 경찰 당국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그나마 대도시나 성 소수자의 인구가 많고 이들의 영향력이 큰 도시들은 성적 취향에 따른 증오범죄 접수 건수가 높았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 2014년 미시시피 주에는 주를 통틀어 단 한건의 증오범죄만 접수된 반면에 LGBT의 활동이 많은 코네티컷 주의 경우 성 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 접수 건수가 23건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성 소수자 가운데서도 성별이나 인종이 다양할 텐데 여기에 따른 피해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차이가 있었습니다. ‘미국폭력방지프로그램’이라는 단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LGBT 중에서도 흑인 또는 중남미계 성전환자가 가장 많은 범죄의 대상이 됐습니다. 또 LGBT를 대상으로 하는 살인범죄도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GBT 옹호단체들은 성 소수자들, 특히 성전환자들의 경우 현행법의 체계나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미국 사회가 성 소수자들을 점차 더 수용하고 있지만,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선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