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인근에서 두 탈북 소녀가 그린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은 다음달에도 장소를 옮겨 가며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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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현장음]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에 있는 가톨릭청년회관 1층 찻집에서는 오는 7월2일까지 조금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문 화가의 작품이 아닌, 아직은 조금 서툰 두 10대 소녀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요,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북에서 온 레지나와 마리아입니다. 여느 10대 학생들처럼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꿈을 키워가던 두 소녀가 그림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레지나와 마리아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정착을 돕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의 김토마 수녀입니다.
[녹취: 김토마 수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솔직히 있었어요. 그래서 우연치 않게 그 재능을 알게 되었고, 그게 너무 아까워서, 또 저희가 본의 아니게 그 재능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또 함께 하시는 신부님이 한번 아이들의 전시회를 하면 어떨까 해서 꿈도 키워주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계기로 해서 시작을 하게 됐는데, 이 아이들한테 이걸 발판으로 해서, 어른들은 그런 욕심이 있잖아요. 좀 더 전문가로 키워나갈 수 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꿈이, 더 앞으로는 손으로 하는 게, 자신들을 위해서 발전이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데.”
아홉 살에 북한을 떠난 레지나는 주로 아련한 기억 속에 있는 북한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녹취: 임레지나, 탈북 청소년] “학교 다녔을 때 그림 그리기를 했었는데, 친구들이 제 그림들을 보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도 하고, 주변 분들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도 하고 그래서 그 때부터 ‘그림을 좀 잘 하나?’ 이런 생각도 들기도 했어요. 북한에서 살았을 때 지냈던 집을 그렸는데, 일단은 시골집인데, 과일나무가 되게 많았어요. 배나무 두 그루가 있었고, 포도나무 두 그루가 있었고, 그런데 포도나무가 지붕 위에 걸쳐져 있어가지고 되게 멋있었어요. 북한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저희 집이라서 제일 좋았던 기억을 그린 거예요.”
북한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마리아는 한국에서 좋아하는 연예인도 그리고 추상작품도 그려 전시했습니다.
[녹취: 이마리아, 탈북 청소년] “저는 한 살 때 북한을 떠나서 기억이 없어요. 세 살 때 한국에 도착했고. 그래서 저는 북한에 대한 그림은 못 그렸어요. (레지나) 언니가 그림을 그렸을 때, 풍경이 되게 멋있고, 저는 북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 한 번 보고 싶기도 하고, 저희가 북한 사람인데, 저는 북한을 못 그렸으니까 되게 아쉽기도 하고 그랬어요. (전시가) 되게 영광이긴 한데, 그때 당시에 들었을 때는 좀 뭐랄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되게 잘 그려야 하는데 혹시 조금이라도 망쳤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들이 좀 있었어요. 그냥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취미로 그렸던 그림들을 모아 전시를 하게 되면서 레지나와 마리아에게 그림은 또 다른 희망이 됐습니다.
[녹취: 임레지나, 탈북 청소년] “제 그림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고, 방명록에다 글도 써 주고 그래가지고, 뭔가 느낌이 좀 달랐어요. ‘우리의 희망’이라든지 이런 글도 있었고, ‘남북한의 통일의 열쇠’, 뭐 이런 말도 하고
[녹취: 이마리아, 탈북 청소년] “멋있는 말 써주시고 나서 밑에다가 ‘어떤 할아버지가.’ 뭐 그렇게 써주시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되게 감사했어요.”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에 대한 소질도 발견했지만, 아직은 여느 소녀들처럼 꿈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두 소녀입니다.
[녹취: 임레지나, 탈북 청소년] “드라마를 봤는데, 거기에 나오는 승무원이 되게 멋있는 거예요. 그리고 하는 일도 멋있고 그래서 해보고 싶었어요.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운행하는 비행기가 있을 거잖아요. 그러면 그 쪽으로도 가보고 싶어요. 그 쪽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냥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좋은 것 같아요. 밖에 나가면 조그만 애들이 막 밖에서 뛰어 놀고. 그런데 여기 (한국)에서 보면, 막 컴퓨터하고 휴대폰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 보다는 밖에서 공기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이런 게 너무 좋아요.”
[녹취: 이마리아, 탈북 청소년] “보니까, 한국에서는 뷰티나 그런 것들을 많이 해서, 저는 좀 특별한 걸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찾지는 못했어요.”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전문적으로 그림을 공부하지 않은 두 학생의 그림에 감탄하기도 하고, 두 학생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최강옥, 관람객] “자기의 어떤,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깜짝 놀랐고, 굉장히 좋은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여느 청소년, 한국에 있는 청소년과 똑 같은 꿈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제가 선입견을 갖고 그림을 보려고 했는데, 보고 나서는 ‘아, 그게 선입견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녹취: 유영재, 관람객] “황정민의 <히말라야>에 나오는 그림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밝아서요, 잘 클 것 같습니다. 우리가 좀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잘 될 것 같아요.”
7월2일 전시 이후에는 파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도 레지나와 마리아의 전시가 이어집니다.
한편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에서는 앞으로도 탈북 청소년들의 재능을 찾고 꿈을 키워주는 역할을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입니다. 김토마 수녀입니다.
[녹취: 김토마 수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이걸 하다 보니까, 정말 이게 나하고 맞네’. 라는 친구도 있고, 예를 들어서, 많이 운동을 안 하잖아요, 아이들이. 그래서 근처에 한 태권도학원을 다같이 단체로 보냈다가, 다 똑같이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 중에서 한 아이는 적성에 맞아서, 태권도과에 가서 거기에서 시범단이라고 하나요? 학교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도 있고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몇 퍼센트는 안 되는데, 그나마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