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인권단체들이 홍콩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탈북 학생의 거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중순 홍콩주재 한국 영사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탈북 학생 리정열 군은 현재 외국 영토로 간주돼 중국이나 홍콩 당국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영사관 내에 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는 안전이 보장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리 군이 홍콩을 떠나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외교적 협상이 필요합니다. 홍콩의 주권이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된 뒤 외교와 국방은 중국이 관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중국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 정권에 협조한 과거의 기록들을 거론하며, 리 군이 여전히 강제북송될 위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연구원의 말입니다.
[녹취: 팡 연구원] "We are quite concerned because just like what…"
중국 내 탈북자들은 언제나 강제북송의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리 군 문제에도 크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팡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엔난민협약의 서명국인 중국은 리 군이나 다른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콩의 대북인권단체인 ‘탈북자 관심’의 오엔 라우 대표는 리 군이 결국 무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하지만 그렇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녹취: 라우 대표] 중국어 효과음
중국 정부가 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문제를 다루면서 일 처리를 지연시킨 사례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라우 대표는 협상이 길게는 2-3 년 걸릴 수도 있다며, 이 기간 동안 리 군은 한국 영사관 내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리 군이 궁극적으로 자유의 몸이 되더라도 그의 가족들이 수감되거나 북한 TV에 출연해 한국이 아들이 납치했다고 비난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라우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를 배치하도록 동의한 한국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가 리 군 석방 협상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일부에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랴오닝 사회과학원의 루차오 교수는 탈북자 문제에 정치적 고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 교수] 중국어 효과음
과거에도 탈북자 문제는 사안별로 해결됐고, 따라서 리 군 문제로 외교적 대결이 촉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리 군의 탈북 소식은 지난달 27일 홍콩 언론들이 북한 청소년 1 명이 홍콩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이어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은 지난 1일, 한국 영사관에 진입한 탈북 학생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3차례 은메달을 수상한 리정렬 군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영사관 내 탈북자 체류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리 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