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미국 내 첫 남북한 현대미술전 열려

미국 워싱턴의 카젠미술관에서 큐레이터 문범강 교수가 북한화가 6명의 공동작품 '댐의 완공을 기쁨으로 기대하며'를 관광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노체인.

생생 라디오 매거진, 한 주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최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북한 그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전시회를 기획한 문범강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염원에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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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오디오] 미국 내 첫 남북한 현대미술전 열려

“북한 미술하면 우리가 사실 잘 몰라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주의를 선전화라고 하는 것은 맞는 의미인데, 그러나 그 선전화를 보는 또 다른 이면에는 또 다른 그림의 묘미가 있어요. 제가 노력한 것은 숨겨진 이면의 있는 북한 미술의 양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 노력을 해오고 있어요.”

‘북한의 현대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변천’ 전시회가 개막한 지난 6월 18일. 전시회 기획자인 조지타운대학교 현대미술학과 문범강 교수가 `VOA'에 설명한 내용입니다.

두 달 간 계속된 이번 전시회는 ‘북한의 현대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변천’과 ‘남한 미술: 사회적 현실성을 통한 삶의 평가’라는 주제로 남북한 전시관으로 나뉘어 열렸습니다.

남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미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10명의 남한 작가 작품 21점과 북한 작가 16명의 작품 23점 등 총 44점이 소개됐습니다.

전시회를 주관한 아메리칸대학 카젠미술관은 이 전시회가 미 주류사회의 큰 관심을 촉발했다고 평가하고 폐막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 오후에 열린 폐막 행사는 전시회의 목적과 성과를 한인사회에 알리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현장음 :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 “다음 작품 보시겠습니다..”

전시회를 공동기획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코리안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의 주현영 사무총장은 남한 작가들의 작품을 설명했고, 이어 문 교수가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개요, 전시 목적, 성과 등을 발표했습니다.

문 교수는 `VOA' 에 이번 전시회의 본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남북 간 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한반도 통일 염원이었다며,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 상황에서 본래 취지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카젠미술관과 협의를 했고, 원래 목적대로 했다가는 한국 북한 두 나라가 다 불편할 수 있으니까……”

이번 전시는 남북한 현대미술의 변천이라는 광범위한 주제 아래 진행됐고 폐막 행사에 가서야 본래 취지를 알리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전시는 카젠미술관 개관 이래 미국 언론이 가장 주목한 전시회의 하나였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지난 두 달 동안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등 10여 개 매체가 전시회를 취재했습니다.

자연, 과학, 문화,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북한의 예술은 체제선전 그 이상의 것”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습니다.

또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그림 전시회’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언론은 특히 4명의 북한 화가들이 그린 1997년작 ‘암흑 속의 해양 구조 (Sea Rescue in the Dark)’란 작품에 대해 매우 다른 관점의 기사를 썼습니다.

가로 4미터 세로 2미터 크기의 대형 집체화인 이 그림에는 광풍이 몰아치는 시커먼 바다에 내몰린 난파선과 북한 선원들이 그려졌습니다.

어두운 화면 속의 북한 선원들이 난파된 다른 배의 선원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매우 역동적이면서 위압감을 줍니다.

`내쇼날 지오그래픽'은 북한 그림이 수 십 년에 걸쳐 명확한 발전을 이뤄왔다며 ‘구조 장면에서 밧줄을 던지는 표현 기법이 놀랄 만큼 치밀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는 '적대감이라는 바닷 속에 고립된 북한을 나타내고 있으며 북한 화가들은 예술적 개성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이념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시회에 초대된 한인들 역시 북한 그림의 미술성과 정치성을 동시에 염두 한 듯 다양한 감상평을 내놨습니다.

한인들은 북한의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점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20대 한인 여성입니다

[녹취: 20대 한인 여성] “북한에 관심이 많아서요 실제로 본적은 없는데, 미국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서 북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거 같아요.”

50대 여성은 더 다양한 북한 그림을 보면 좋겠다면서도 북한 그림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50대 여성] “북한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은 굉장히 혁명적인 그림이 많잖아요. 다양한 장르의 그림이 있었으면..”

50대 한인 남성은 북한 그림의 정치성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50대 한인 남성] “기법상으로 본다면 상당히 뛰어나죠. 근데 이제 말 그대로 체재를 선전하는 정형화 된, 뻔한 이야기들이 있죠. 더 이상 나아갈 수 있는 한계도 있구나.”

워싱턴미술가협회 여운용 회장은 북한 미술의 수준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북한 화가들의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운용 회장] “작가정신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렇게 안 나오거든요. 마음과 작품이 같다는 거예요. 작가들이 내 나라를 정말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거예요.”

여 회장은 다른 한편으로 같은 미술가로서 북한 화가들의 제한적인 작품활동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여운용 회장]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이렇게 괴리감이 많아졌구나. 그들이 다른 재료 조차 차이가 없고. 거의 다 같은 재료.. 너무 획일화 돼 는..”

재미화가 유수자 씨는 북한의 그림은 유럽에서 비싸게 거래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수자 화가] “가지고 나오기도 힘들고, 저런 스타일로 그리는 세계가 없으니까 수집가들이 관심을 가져요.”

유 작가는 “남북한 그림은 70년 한반도 분단 세월을 지나면서 더 이상 같은 뿌리로 보기 어렵다”면서 “북한 그림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50 대 한인 남성은 같은 기후와 비슷한 음식을 먹고 산 한민족 고유의 ‘정’이라는 공통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인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남북한 미술의 차이점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남북한 민간 문화예술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녹취: 여운용 회장] “문화교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북한도 외부 세계 그림을 알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세뇌됐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그게 예술인가.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문화교류가 있어야…” (50대 한인 남성) “북한하고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손 놓고 바라보지 않고, 정치가들의 손에만 맡겨서는 그냥 요원할 거 같죠. 한국의 통일은 한국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누구나 아니까..”

두 달 간의 전시회를 마친 문범강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한인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북한 그림을 한반도 역사의 한 부분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그 사람들은 그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거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 그것이 자기네 역사예요. 그런 것을 느끼게 됐죠. 처음엔 좀 더 다른 면이 있는 것을 봐라 했는데, 현실의 표현이니까 그대로 보자 하는 것이 시각이에요.”

문 교수는 남한 출신의 미국대학 교수로서 북한 미술을 경험한 사람이 드물다며, 사회봉사라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통일은 하나로는 성취가 안되겠죠. 각계 각 분야에서의 노력이 있으면 통일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