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과 인도가 군수지원 협정을 체결한 지 며칠 만에 파키스탄도 중국과 장기 방위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수십 년 넘게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고 있는 나라인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남아시아의 두 맹주인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한 뿌리에서 나온 나라들”
인도와 파키스탄은 약 70년 전만 해도 하나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둘로 갈라지고 만 건데요. 그 이유는 영국의 식민 지배 이전부터 계속됐던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자들간의 종교 대립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힌두교도들이 대부분이었던 인도에 8세기경 이슬람 세력이 들어와 이슬람 제국을 세운 후 인도에는 힌두교인들과 이슬람교인들이 섞여 살게 됐는데요. 하지만 워낙 다른 종교적 원리와 풍습 등으로 두 집단은 틈만 나면 충돌과 반목을 일삼다 19세기 영국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은 서로 힘을 합쳤고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는데요. 하지만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갈등이 불거지고 유혈 충돌까지 발생하자, 결국 영국의 주재로 서로 분리· 독립하기로 한 겁니다.
이에 따라 인도는 1947년 8월 15일에, 파키스탄은 이슬람의 안식일인 금요일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그보다 하루 전인 8월 14일에 독립을 선언하고 국제 사회에 ‘인도 공화국’과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분쟁의 불씨 카슈미르”
[녹취: 카슈미르 지역 분쟁 VOA 보도]
국제뉴스를 듣다 보면 카슈미르 지역에서 유혈 폭력 사태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자주 접하실 텐데요.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북부에 있는 곳으로 한반도 면적만 한 꽤나 넓은 지역입니다. 이 카슈미르 지역이야말로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의 기폭제이자 분쟁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당시 인도에는 수많은 자치령이 있었는데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지면서 이들 자치령도 힌두교를 믿는 인도와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 둘 중 하나로 귀속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당시 카슈미르 지역의 지도자는 힌두교 신자로서 인도 편입을 결정했는데요. 문제는 카슈미르 주민의 거의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카슈미르 지역의 주민들은 파키스탄으로의 귀속을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켰고요. 이에 인도는 군대를 파병해 이들을 제압했습니다. 그러자 파키스탄도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과 이슬람 보호를 내세워 병력을 보내면서, 1947년 10월에 두 나라가 전면전을 벌이게 됩니다.
독립한 지 두 달 만에 전쟁을 벌인 건데요. 결국 유엔의 중재로 카슈미르 지역의 3분의 2가량은 인도가 차지해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주가 됐고요. 3분의 1정도는 파키스탄령으로 '아자드카슈미르' 지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유엔의 중재로 카슈미르를 사이에 두고 양측간에는 통제선이 설정됐고요. 귀속에 대한 최종 결정은 주민투표에 맡기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주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인도 정부는 지금까지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이후 1965년과 1971년에 두 차례 더 전면전을 치렀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목과 충돌”
1980년대 들어서는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인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 무장단체까지 생겨나는데요. 특히 일부 과격파들은 테러까지 자행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두 나라는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잠시 우호 관계를 보이다가도 양측 간에 유혈 충돌이 빚어지면 급속히 냉각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두 나라는 카슈미르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듯했는데요. 하지만 2008년 인도 뭄바이에 있는 호텔에서 대규모 폭탄테러로 5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테러를 저지른 자들이 파키스탄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드러나자 두 나라는 다시 긴장과 갈등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녹취: VOA 카슈미르 분쟁 지역 청소년 시위]
인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 청소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지금도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슬람 청소년들은 인도 정부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남아시아 두 맹주의 핵 경쟁”
인도는 인구가 거의 13억에 달하는 대국, 파키스탄은 2억입니다. 인구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두 나라 모두 핵으로 무장한 나라들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국제사회는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이 두 나라를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인도는 1974년에 핵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인도는 1998년 5월,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24년 만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는데요. 이에 질세라 파키스탄도 바로 보름뒤에 핵실험을 했습니다. 파키스탄은 1달 앞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가우리' 발사에도 성공했는데요. 이 가우리는 인도를 정복했던 이슬람 전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벌이고 있는데요. 미국은 특히 파키스탄의 핵 능력이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로 흘러들어 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란이나 북한의 핵 개발에 파키스탄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