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대통령선거 특집방송입니다. 8일 오전 미국 전역에서 투표가 시작됐는데요. 이번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오종수 기자 함께합니다.
진행자) 먼저 두 후보가 가장 부딪히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차이가 큰 공약이라면 어떤 분야가 될까요?
박)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입장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이민 정책입니다. 클린턴 측은 남미 출신 등 이민자들에 관대한 입장을, 트럼프 진영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고요. 나중에 한발 물러서긴 했습니디만, 이슬람 신도들의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죠. 1천만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해서도 클린턴 후보는 ‘포괄적 이민개혁’을 통해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트럼프 후보는 “불법체류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발언을 수차례 거듭했습니다.
오) 복지 분야 현안인 의료개혁과 국제적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도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트럼프 후보는 분명한 반대 입장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던 전국민 건강보험 정책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바락 오바마 대통령 가장 역점을 둔 대외정책 중 하나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인데요.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국제규범으로, 미국이 주도해서 이달부터 공식 발효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취임 즉시 이를 무효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진행자)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남편이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2년 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표어를 내세워서 승리한 이후, 경제는 항상 미국 대선에서 핵심 쟁점이었잖아요. 두 후보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다른가요?
박) 대외경제와 무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했습니다만, 국내 경제 부문에서 차이가 큽니다. 트럼프 후보는 세금을 깎고 규제를 풀겠다는 게 기본 원칙이고요, 클린턴 후보는 ‘부자 증세’와 ‘규제 강화’를 들고나와서 확연히 대조됩니다.
오) 맞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개인이 내는 소득세와 기업 또는 단체가 내는 법인세 모두 지난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 이후 최대 폭으로 내릴 계획입니다.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을 내는 비율이 현재 7단계로 나뉘어 있는데요, 이를 3구간으로 단순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최고세율이 35%인 법인세는 15%로 낮춥니다. 불필요한 규제도 대폭 폐지하겠다고 했는데요,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기관 부실을 막기 위해 도입한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도 폐지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박) 반면에 클린턴 후보는 고소득층 일부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는데요.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최소 30%의 세금을 부과하고,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4% 할증세를 추가하는 방안을 새롭게 내놨습니다. 또 법인세 회피를 위해 본사를 미국 밖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출국세’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또 도드-프랭크법의 실행 과정을 강화해 대형 금융기업들이 몰려있는 월가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두 후보가 차이를 보이는 정책들을 살펴봤는데, 양측이 가장 비슷한 공약은 어떤 분야인가요?
오)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 공통적으로 북한 핵 개발 대응에는 현행 오바마 정부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추가 제재 등을 가해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인식이 같은데요, 차이점을 찾는다면 클린턴 측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 위에서 제재 조치를 추가하는 등 압박을 더해나가겠다는 쪽인 반면, 트럼프 진영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독설을 거듭하는 등 거칠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진행할지는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박) 한국과의 동맹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유지·강화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약간 내용이 다릅니다. 클린턴 진영은 ‘철저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면서 주한 미군 유지비용 분담금을 한국 쪽에 더 내도록 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 먼저 짚어봤습니다만, 아무래도 세계 각국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외교 정책이겠죠,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오) 기존 동맹국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잠재적 지역 패권 국가들이 평화를 해치는 행위에는 강하게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데에는 두 후보가 이견이 없는데요, 방법론에 차이가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지역 협력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했고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 현안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중입니다.
박) 클린턴 후보는 유럽 안보에서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고요, 이스라엘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대 중동정책을 이어가는 한편,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ISIL) 소탕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도 기존 동맹국과의 공조를 중시합니다.
진행자) 초반에 두 후보가 모두 보호무역정책을 내세웠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내용인가요?
오) 트럼프 후보는 무역적자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철회한다는 방침입니다. 중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 국제거래에서 부당한 이득을 거둬가는 것을 막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클린턴 후보 역시 NAFTA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TPP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이 세워놓은 국제무역 질서를 위반하는 중국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도 트럼프 측과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