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 대통령선거 특집방송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번엔 언론과 세계 각국의 반응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하고 있습니까?
박) 예상치 못한 트럼프 후보에 승리에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가 안정적인 승세를 보여왔던 사실을 언급, 트럼프의 승리를 “놀랄만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놀랄만한 결과’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격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승리를 둘러싼 우려가 경제와 전 세계 불확실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그의 승리가 미국 안팎에서 상당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 유럽 언론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영국의 가디언 신문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미국을 불확실한 미래로 떨어뜨렸다”고 적었고요,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유럽 사이 군사 동맹 근간을 이루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입지가 불확실해지면 장기적으로 서방의 집단 방위 체계에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NATO가 구시대의 산물이어서, 오히려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하던 각종 정책도 타격을 받게 됐다는 반응입니다.
박) 아시아 언론도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속보로 전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대통령의 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정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한 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더해나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주요국 반응도 살펴볼까요?
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가장 큰 충격에 휩싸인 나라는 멕시코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멕시코 이민자들을 사실상 범죄자로 간주하는 발언을 거듭한데다, 대통령이 되면 멕시코와의 국경에 멕시코 측의 비용부담으로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하듯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이 진행되는 도중 트럼프 후보 쪽으로 판세가 기울자 멕시코 통화인 페소는 전날 대비 10% 폭락했습니다.
박) 멕시코는 또한 당장 수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지 않으면 폐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으로 들여오는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외교부 성명 등을 통해 “누가 당선되든 중·미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상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염두에 둔 반응이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이변’으로 받아들이면서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인데요. 관영 인민일보 산하 국제뉴스 전문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주류 언론과 기성정치권의 멸시를 받아온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기존 미국 정치에 큰 문제가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가 추구하는 가치는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적었습니다. 이 같은 미국 정치전반에 대한 비판에 이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경계심도 표현했는데요, “트럼프가 중·미 경제 관계를 파탄내려 한다면 중국도 미국으로 하여금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중국 외교부의 루캉 대변인은 수요일(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새 정부와 함께 중-미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을 지속하도록 추진하고, 전 세계인들이 행복해지도록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대선과정에서 인종·여성 차별적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 당시 후보에 대해 “과도한 언행으로 심지어 미국인들마저 구역질나게 한다”고 비난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일단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미국 대선으로 인해 불확실성 있는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당선인이 줄곧 비판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이란 측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적대적 입장을 보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금 미국의 지도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강력한 NATO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며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 NATO 전략 전환을 경계했습니다. 이란의 무함마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바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상을 강하게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 대통령이 이미 체결된 합의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역시 급격한 정책 변경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각국 지도자들도 있죠?
박) 그렇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가장 높이 평가해온 국제 지도자 가운데 한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인데요,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선결과 확정 직후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전문을 보내, “위기 상황에 처한 러-미 관계 개선, 국제 현안 해결, 특히 안보 도전에 대한 효율적 대응 방안모색 등에서 공동 작업을 해나가길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밝혔습니다.
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을 통해 “미 합중국 차기 대통령에 선출된 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축의를 표한다”고 밝혔고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북한 문제 등 현안 해결과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해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요지의 축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