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2급이하 군사비밀을 직접 공유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이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약칭 'GSOMIA'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란 무엇인지, 또 이 협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보통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라고 하는데요. 국가 간에 서로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으로 정보의 수위나 제공 방법, 정보 보호와 이용 방법 등은 각국의 상황과 협정 내용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다른 나라와 이런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번에 일본과 GSOMIA를 체결하면서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총 33개 나라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을 맺게 됐고요. 일본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했다가 이번에 한국과의 체결로 7개 나라로 늘었습니다.

"한일 GSOMIA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녹취: 한일 GSOMIA 협정 체결 보도]

지난 11월 23일, 한국과 일본이 GSOMIA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양국의 협정은 총 21개 조항으로 돼 있는데요.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2급 이하의 군사 기밀을 어떻게 교환하고 보안 유지할 것인지, 또 정보 열람권자의 범위와 파기 방법, 분실과 훼손에 대한 대책 등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군사비밀은 누설됐을 때 국가안보에 미칠 위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요. 1급은 치명적인 위험, 2급은 현저한 위험, 3급은 상당한 위험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2급 이하의 군사정보만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비밀 등급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극비로 분류해 제공한 정보가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비밀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양국간의 이 협정은 1년 간 유효하고, 이후에는 한쪽 당사자가 다른 한쪽 당사자에게 협정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90일 전에 외교 경로를 통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1년씩 연장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한일 GSOMIA 추진 과정"

[녹취: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

한국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관련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들으신 대로 한국과 일본 간의 GSOMIA 추진은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 정부가 먼저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일본 측에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후 별 진전이 없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번에는 일본 측의 제안으로 다시 추진됐습니다.

2012년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길에 합의의 큰 틀을 마련했고요. 그해 6월 양국은 협정 서명식을 가질 계획이었는데요.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 또 협상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 등에 따라서 협정 서명식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전격 연기됐고요. 이후 양국의 합의는 전면 백지화됐습니다.

그리고 4년 후인 올해 박근혜 정부가 다시 일본과의 GSOMIA 협정을 추진했는데요. 지난 9월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로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GSOMIA 체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GSOMIA를 다시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국 야권과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도 있었지만 양국은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고요. 결국 지난 11월 23일 협정을 공식 체결합니다. 한국 정부가 처음 GSOMIA를 일본에 제안한 지 27년 만의 일입니다.

"한일 GSOMIA를 둘러싼 논란"

[녹취: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 잠시 들으셨는데요. 한국 정부는 올해 들어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하고, 또 24차례에 걸친 탄도 미사일 도발을 하는 등 북한의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GSOMIA 체결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일본도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의 직접적인 군사정보협력이 중요하다면서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양국 정부는 협정이 체결되면 두 나라가 직접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한반도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간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는 거고요. 또 서로에게 득이 되는 수준의 2급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지, 상대가 요구하는 모든 군사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독자적으로 맞서기에는 정보 습득과 감청 능력이 약하다는 자체 평가입니다. 현재 일본은 북한 전역을 통신·감찰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두 나라가 북한의 위협 억지에 대해 협력은 물론 미국과의 3자 협력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GSOMIA 반대 시위]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큰데요. 과거 일본의 식민 통치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일본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적 정서가 보편화 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해 일본이 안보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과거 전범 국가였던 일본의 자위대 역할 확대에 우려하는 시선도 많아졌습니다.

지난달 23일 한국 서울 국방부 앞에서 한국과 일본의 군사비밀정보 보호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너무 서둘러 협정을 체결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측근들의 비리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데요. 이전 정부들 때부터 추진돼왔고, 필요한 협정이라고 해도, 이렇게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일본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긴 한데요. 하지만 한국에서만큼 반대가 심하진 않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