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어갑니다. 지난 한 해 지구촌 곳곳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번 주에는 지난 한 해를 결산하는 특집으로 꾸며 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국제정치 분야인데요. 올 한해 세계 곳곳에서 큰 영향을 끼친 정치적 사건 5개를 꼽아봤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녹취: 영국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 보도]
올 한해 국제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 하나가, ‘브렉시트’라는 말인데요. 영국을 뜻하는 ‘브리튼’에 ‘나가다, 떠나다’라는 의미의 ‘엑시트’를 합친 단어입니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에도 지금까지도 ‘브렉시트’는 세계 정치와 경제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발단은 영국 내에 확산된 반이민 정서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EU 회원국들, 예를 들어 폴란드나 포르투갈 같은 곳의 노동자들이 대거 고임금을 지급하는 영국으로 이주해 생활하게 되면서,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이 커진 것이었는데요.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를 돕기 위해 영국을 포함한 다른 EU 국가의 분담금이 대량 투입되는 반면에, 영국은 EU로부터 받은 게 거의 없다는 일각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결국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하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세계 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영국은 EU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가까운 18%를 차지하고 있고, 분담금도 독일 다음으로 많이 내는 EU의 주축국이었기 때문에 영국의 탈퇴과정이 본격화되면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EU 조직이 흔들리게 되면 세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브렉시트’는 영국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게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유럽내 이웃 나라들과의 경제공동체 관계를 단절한 영국이 당분간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미국의 주요 외교파트너였던 영국의 자리도 독일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직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브렉시트 이전보다) 더욱 가난해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 패소”
[녹취: 중국 국방부 남중국해 군사시설 관련 논평]
중국 대륙 남쪽과 베트남 동쪽 해안, 그리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타이완 등 섬나라들로 둘러싸인 바다인 남중국해가 올해 초부터 줄곧 국제뉴스의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에 해당하는 면적에 9개 지점을 정한 뒤 선을 이어 그은, 이른바 ‘9단선’을 제시해 영유권 주장을 펼쳐왔는데요. 이에 대해서 필리핀 당국이 이의를 제기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낸 소송이 7월에 결론을 맺었습니다. 재판소의 결정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 판결을 지금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남중국해와 접한 이웃나라들은 각종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중국의 PCA 판결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성명에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친중국 국가들을 활용한 중국 측의 노력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핵심지역에 만든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계속 짓고 있고요. 최근에는 미사일방어시설까지 설치한 것이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 탄핵 심판”
[녹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선언]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순실 씨가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는 민간인 신분으로 국가 주요정책에 개입하고, 대기업에서 모금한 돈을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를 받아 수개월 동안 정치적, 사회적 파장이 이어졌고요.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가 벌인 범죄 행위를 대부분 공모한 혐의를 받아서 검찰에 입건됐는데요. 한국의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을 갖게 된 겁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 전모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10월 이후, 시민들은 매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점에 모여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결국 지난 9일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 직무가 정지됐는데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고요. 박 대통령은 관련 범죄혐의에 대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는 한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의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지 여부를 판단 받게 됩니다.
외신들도 한국의 정치적 격변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주목받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추락 와중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를 비롯한 외교· 안보 현안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변국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터키, 6시간 만에 쿠데타 진압”
[녹취: 터키 쿠데타 진압 보도]
7월에는 터키에서 군사반란(쿠데타)이 일어났다가 6시간 만에 정부군에 의해 진압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는데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연루세력 적발과 처벌을 명목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수많은 군·경 관계자들과 공무원, 교사, 언론인들을 구금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탄압 사례를 지적하며 터키 정부에 중단을 요구했지만, 터키 측은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 토벌을 명분으로 이웃나라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하기도 했는데요. 터키군이 시리아에서 실제로 진행한 활동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쿠르드족 민병대가 서방의 ISIL 대항전에 참여해온 터라, 서방과 터키의 마찰이 이어졌는데요. 터키 측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이 쿠데타 배후 인물이라며, 줄기차게 미국 정부에 송환을 요구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관계 전면 복원을 선언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고, 이웃나라 시리아와 이라크를 활동 기반으로 하는 ISIL 격퇴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에르도안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세계 정세에 큰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콜롬비아 내전 반세기 만에 종료”
[녹취: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지난 10월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 발표, 들으셨는데요. 52년 동안 이어져 온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의 내전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1964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결성을 계기로 촉발된 콜롬비아 내전은 지금까지 반세기 이상 진행돼온 세계 최장기 무력 분쟁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초 콜롬비아공산당(PCC) 산하 무장조직이었던 혁명군 측이, 공산혁명 좌절 이후 게릴라 전투를 중심으로 전략·전술을 수정하면서 내전으로 발전한 건데요. 초기에는 혁명군이 콜롬비아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지난 1993년 공산당과 결별한 뒤에 마약밀매 조직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이익을 챙기면서, 여론이 등을 돌렸습니다.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이 콜롬비아 정부를 지원하면서 반군 세력이 급속하게 위축됐고요, 이때부터 무장혁명군 측이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산토스 대통령이 이끄는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이 맺은 평화협정은 내전 종식의 최종 관문인 국민투표에서 한차례 부결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 재협상을 통해, 반군에 대한 전쟁범죄 처벌을 일부 강화하는 수정안이 채택돼서 콜롬비아 상·하원을 통과해 최종 발효됐는데요. 아직도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수정안의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등 정치권내 반대파를 설득하는 일과, 무장혁명군 외에 여타 반군조직과의 별도 평화안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일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2016년 결산 특집으로 국제정치 5대 뉴스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