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현역 반체제 작가가 쓴 소설집 ‘고발’이 영국에서 번역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는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의 단편소설 7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작가단체인 ‘영국 펜(PEN)’이 북한 현역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가 쓴 단편소설집 ‘고발’을 지난해 하반기 펜 번역상 수상작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작가 한강 씨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반디의 작품 `고발'을 영문으로 번역했습니다.
2012년 영국문화원의 지원으로 해외 문학작품의 출판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된 펜 번역상은 매년 2회에 걸쳐 뛰어난 문학성을 갖춘 번역도서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영국 펜은 북한 정권 아래 아직도 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외부 세계로 유출된 것은 반디의 소설집 `고발'이 처음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펜 번역상은 문학성과 영국 내 문학적 다양성에 대한 기여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발'은 지난 2014년 한국에서 처음 출판됐습니다.
반디라는 필명을 쓰는 저자는 북한의 공인 작가단체인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탈북자를 통해 원고를 외부세계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 원고를 입수해 책으로 출간한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는 당시 `VOA'와의 인터뷰에서, 반디를 구 소련 반체제작가 솔제니친에 비유했습니다.
[녹취:도희윤 대표] “저희들은 이것이 북한판 솔제니친의 탄생이다, 구 소련 시절에 외부에서 책을 발간했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분이죠, 솔제니친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습으로 최초의 반체제 현역 작가의 소설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반디의 소설집 `고발'에는 아버지 때문에 온갖 차별을 받는 남자 주인공이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를 다룬 작품 ‘탈북기’와, 아이가 창 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를 보고 경기를 일으키자 커튼을 달았다가 평양에서 추방 당하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유령의 도시’ 등이수록돼 있습니다.
`고발'에 담긴 7편의 단편소설은 모두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프랑스어와 일본어로도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