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3세 영화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미국 내 시사회를 시작했습니다. 영화제목은 ‘하늘색 심포니’인데요. 일본 내 조선학교 학생들의 북한 방문기입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일본 내 한인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지는 북한.
[동영상 효과: 예고편-학생들 잡담 소리]
학생들은 일본 내 조선학교 학생들로 대부분 일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동영상 효과: 예고편-일본 남성 목소리]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일본 남성의 고함소리. 조선학교 대문 앞에 몰려있는 극우 일본인들의 모습은 조선학교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입니다.
지난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하늘색 심포니'의 사실적인 배경은 이렇습니다.
일본 내 극우 일본인들의 재일 한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요, 친북단체인 조총련계 소속 조선학교들이 북한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 학교 재학생들에 대한 혐오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조선학교는 일제강점기 직후 당시 조선인이 일본에 세운 민족교육 학교로, 6.25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재정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 상황이 겹쳐 조선학교는 일본 정부의 고교 무상화 교육 대상에서 제외됐고,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해 왔던 보조금도 끊겼습니다.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에 대한 방침은 일본 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조총련 계열의 조선학교는 민족교육을 시행하는 순수한 교육의 장으로 다른 외국인학교와 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 학교가 학생들을 북한 공민으로 간주하고 북한의 공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영화 ‘하늘색 심포니’는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고 보는 한 재일한인 영화감독이 학생들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했습니다. 영화를 제작한 재일한인 3세 박영이 감독입니다.
[녹취:박영이 감독] “일본에서는 계속 북한에 대한 선전이 핵 문제라던지 그런 문제만 뉴스에서 하잖아요. 그래서 일본 정치에서 말하는 건 조선학교는 북한과 관계 있으니까 안 된다. 그런데 어떤 관계인지 아무 것도 말 안 하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일본 사람들은 (조선학교) 인식이 나빠요. 일본인 납치 사건이 있은 이후로 인식이 바뀌어지지 않아요.”
자신 역시 조선학교 출신인 박 감독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북한을 총 16차례 오가며 북한 영상을 담아왔습니다.
‘하늘색 심포니’는 박 감독이 지난 2014년 진행된 이바라키 현 조선학교의 2주 간의 수학여행을 동행취재한 95분짜리 다큐멘터리입니다.
평양, 백두산, 판문점, 신천, 원산 등지에서 북한 주민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이야기로, 하늘색처럼 밝고 명랑한 아이들의 노래와 이야기가 심포니처럼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박 감독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동영상 효과: 학생들 웃고 떠드는 소리]
95분 영상의 90분을 무거운 배경이나 주제와 상관없는 학생들의 북한 방문으로 담은 것 역시 박 감독의 제작 의도를 보여줍니다.
[동영상 효과: “제주도에서 태어났어요.(가본 적 있어요?) 없어요”]
한국의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여학생.
수영장에서 만난 북한 여학생에게 예쁘다고 말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조선학교 남학생.
[동영상 효과: 예고편]
평양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깍는 남학생이 이발사와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여느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은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단 5분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이 겪는 일본에서의 경험들은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처해질 현실을 보여줍니다.
[효과: “너희가 아이냐 간첩의 자식들이지”]
지난 2009년 일본인들의 시위 장면.
[영화 효과: “조선학교 다닌다고 하면 그런자리 가지 말라던지”]
눈물을 글썽이며 조선학교 학생에 대한 차별대우를 말하는 여학생의 고백 등은 현재 상황을 보여줍니다.
박 감독은 영화를 통해 북한과 학교의 관계 때문에 한창 꿈을 키우고 사랑 받아야 할 학생들이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영화 속 학생들이 남북한 분단 상황을 배우고 북한을 방문하고 난 뒤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강해지는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영화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박 감독은 이 영화를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내놨습니다.
박 감독은 지난해 일본 내 예술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됐다며, 적은 수지만 만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영이 감독] “일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되고 놀랐다고. 왜 조선학교가 북한과 관계가 있는가 처음 알게 되었다고 조선학교에 대해 좀 더 알고 방문하고 싶다고..”
이 영화가 일본 매체나 정부의 방침으로 인한 학생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말입니다.
박 감독은 한국 내 시사회가 젊은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쉽지 않겠지만 일반 영화상영관 개봉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해 한국의 DMZ 국제영화제, 미국 달라스아시안영화제, 오클랜드 국제영화제,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이어 올해 처음 미국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사회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시사회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동부 뉴욕의 대학과 교회에서 한인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21일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녹취:박영이 감독] "미국 사람도 포함해서 세계 사람에게 영화를 보여주자 생각했는데, 일본 사회에서 재일 조선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 차별을 받고 있는가. 미국 사람에게 보여주자 생각을 했고.”
박 감독은 영화에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찬양은 배제했다며, 관객들이 학생들과 학생들이 만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랬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