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버번 위스키의 고장이자 KFC의 고향인 켄터키주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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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여행 박영서입니다.
어릴 적 방학이 돼서 시골에 가면 허리 구부정하고 백발 성성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아주시던 모습...시골...하면 떠올려지는 풍경 속에는 늘 이런 모습도 한자락을 차지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무숲 사이로 비쳐지는 따뜻하고 나른한 햇볕과 졸졸졸졸...시냇물 소리...너른 벌판과...풀을 뜯어 먹는 한가한 소떼들...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시골의 풍경인데요. 물론 미국은 소떼 만큼 말떼도 많고요, 밭이나 논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긴 하지만 말이죠. 시골 하면 느껴지는 따스함...정겨움...푸근함...웬지 모두의 고향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 곳곳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이야기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어느 시골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켄터키 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켄터키는 미국 동남부에 있는 주입니다.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켄터키가 중부 지역에 있는 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데요. 왠지 켄터키 하면 좀 시골스럽고 덜 발전한 곳 같다는 느낌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켄터키 주 오른쪽, 그러니까 동쪽으로 웨스트버지니아 주와 버지니아 주가 있는데요. 버지니아 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도 잘살기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죠. 웨스트버지니아 주가 버지니아 주에서 독립한 것처럼, 켄터키 주도 원래는 버지니아 주의 일부였는데요. 1792년에 버지니아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했습니다.
켄터키 주의 면적은 약 10만km²로 남한만한 크기고요. 인구는 450만 명 정도 되는데요. 10명 중 8~9명은 백인들입니다. 스카티 엘리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담당자의 도움말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스카티 엘리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담당자] "사람들이 켄터키 주를 방문하면 공기가 신선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켄터키 주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 말할 수 있는데요. 동쪽은 주로 산과 고원이 많고요. 중부 지역은 말들을 기르는 목장이 아주 많습니다. 초원들이 많거든요. 켄터키 사람들은 이곳의 잔디를 블루 그래스라고 부르죠. 파란색은 물론 아니고 초록색인데요. 봄에 보면 파랗기도 하고, 보라색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블루그래스라고 이름붙었습니다. 그리고 서부지역은 평평한 평원인데요. 하지만 서남쪽으로 켄터키 호수가 있어서 수상놀이가 발달해 있습니다."
켄터키 주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전통적인 농경 지역으로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어느 시골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주인데요. 켄터키보다 더 미국적인 지역이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켄터키 주에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강원택 씨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강원택 켄터키 주 한인회장] "83년에서 84년 미군으로 처음 켄터키 왔다가 90년부터 정착했어요. 처음에는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이렇게 여기는 솔직히 농촌지역이라 그래서 걱정했는데, 와서 지내보니까 사람들이 정도 많고 루이빌이라는 큰 도시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인들은 너무 소소하죠. 3, 4천 명으로 대강 잡고 있습니다. 주로 한인분 1세대들이 사업하는 것은 식당, 세탁소, 미용 관련에 종사하고요. 2,3세대는 정부기관이나 큰 회사, 대학교 교수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미국의 남부 지역은 대개 보수적이면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편인데요.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이곳에 있는 여러 주들을 한데 묶어 기독교의 경전인 바이블로 띠를 묶었다는 의미로,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 동남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켄터키 역시 이 바이블 벨트에 속해있는 주입니다.
2년 전, 미국에서는 아주 역사적인 판결이 하나 나왔는데요.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간 결혼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겁니다. 그런데 당시 켄터키 주에 사는 한 여성이 이에 반발해 구속된 일이 있었습니다.
[녹취: 켄터키 주 법원 서기 석방 VOA 뉴스]
화제의 주인공은 킴 데이비스라는 켄터키 주 한 지방법원의 서기였는데요. 미국에서는 결혼할 때 법원의 결혼 허가증이 필요한데, 대개는 법원의 서기가 서명을 하고 발급을 해줍니다. 하지만 킴 데이비스 씨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다 구속되기에 이르렀는데요. 8일 만에 풀려나긴 했지만,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 사건은 켄터키 주가 바이블 벨트에 속한 주, 매우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주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킨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켄터키 주가 의외로 술을 많이 생산한다는 겁니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 담당관, 스카티 엘리스 씨의 도움말입니다.
[녹취: 스카티 엘리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담당자] "켄터키 주는 버번 위스키로 유명합니다. 전세계 버번 위스키의 95%가 켄터키에서 생산되죠. 그 가운데서 '짐 빔'이라는 위스키도 유명하고요. 지역 이름 가운데 버번도 있어요"
양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짐빔 위스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1795년에 처음 출시됐다고 하니까 2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술이죠.
켄터키 주의 위스키 산업은 주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주 경제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술 생산을 많이 한다면, 혹시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까요? 아무래도 자주 노출되다 보면 유혹도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주민들의 음주율은 의외로 낮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켄터키 주 하면 또 잎담배로도 유명합니다. 켄터키 주는 200년 넘게 담배 농사가 주산업을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지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강원택 켄터키 한인회장의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강원택 한인회장] "옛날엔 담배가 굉장히 활성했었는데요. 이제는 논이 없어지고, 집이 개발되고 사람들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여기는 아직은 성장하는 도시입니다. 잠재력이 많고. 위스키 버번이 유명한데요. 짐빔 그런 게 나오는데 이 주의 수입 중 하나죠. 켄터키 동쪽은 웨스트버지니아와 인접해 광산 , 서부는 농업으로 수입을 올립니다. UPS 본사가 20년 전에 왔어요. 위치 좋아서요. 근래에는 한국에서 포스코가 켄터키와 가까운 남쪽 인디애나 제퍼슨빌에 진출해서 좋아졌죠."
그래도 켄터키 주 하면 여전히 가난하고 덜 개발된 남부의 농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순수하고 때묻지 않는 농촌의 풍경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켄터키 주민들은 자랑합니다. 켄터키 관광협회에서 근무하는 스카티 엘리스 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스카티 엘리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담당자] "켄터키 주는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주입니다. 뉴욕이나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같은 곳들과는 전혀 다르죠. 하지만 진정한 자연의 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켄터키 주를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좋은 경험을 하게 되실 겁니다."
캔터키에서 30년 넘게 뿌리 내리며 살아가고 있는 강원택 씨... 강원택 씨에게도 켄터키 주의 자랑거리를 물어봤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강원택 한인회장] "켄터키 주는 정말 그냥 수돗물을 마실수도 있고, 다른 주에서도 물을 연구해서 같이 시스템 하자고 해요. 저희 물은 벌써 다 정수 되어 있고 불소가 함유돼 있어 이에도 튼튼하고 그래서 일부러 수돗물 마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시골이다 보니까 두릅 많이 나옵니다. 한국분들에게도 좋고, 여기서 산삼도 나오는데요. 켄터키 산삼은 한국 산삼보다 더 값어치 좋고 그만큼 켄터키 산삼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
두릅도 캐고 산삼도 캐고...켄터키 주 분위기 살짝 짐작하시겠죠?
타박타박 미국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옛날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닭요리가 백숙이죠. 그냥 물에 넣고 삶아서 담백한 맛을 즐기는 편인데요.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기름에 넣고 튀긴 닭을 즐겨 먹습니다. 뭐 요즘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워낙 전문업체들이 많다 보니 사서 먹는 사람들이 더 많죠.
[녹취: KFC 광고]
네, 대표적인 닭튀김 전문업체인 KFC의 광고인데요. KFC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약자입니다. 켄터키...네, 바로 이 켄터키 주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담당자 스카티 엘리스 씨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스카티 엘리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담당자]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켄터키 주에서 나왔어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창업자 샌더스 대령의 박물관도 켄터키 주에 있습니다. 켄터키 주의 한 주유소 주인이었는데, 닭튀김을 만들어 판 게 세계적인 대기업 KFC의 출발이 된 겁니다."
몇 년 전 북한에도 이 KFC가 진출할지 모른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언젠가 북한 분들도 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함께 즐길 수 있는 날도 오겠죠?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정겨운 고향 같은 켄터키 주 살펴봤고요. 박영서 였습니다. 오늘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