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분간의 명승부' 켄터키 더비 

지난 6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시에서 열린 제 143회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에서 승리한 경주마 '올웨이즈드리밍'이 달리고 있다.

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단 2분간의 명승부, 켄터키 더비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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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분간의 명승부' 켄터키 더비


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여행 박영서입니다.

혹시 '켄터키 더비'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마 생소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켄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경마 대회입니다. 경마 대회야 세계 도처에서 열리겠지만 켄터키에서 열리는 경마대회는 여느 경마대회와는 분위기가 아주 다른데요. 미국 곳곳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단 2분간의 명승부, 켄터키 더비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녹취: 2017년 켄터키 더비 경주 중계] 켄터키 더비는 해마다 5월 첫 주에 열리는데요. 올해로 자그마치 143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켄터키 주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미식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슈퍼볼, 야구팀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 시리즈, 농구, NBA 결승전과 함께 거론될 만큼 미국인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스포츠 행사인데요. 스카티 엘리스 관광협회 홍보관의 설명부터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스카티 엘리스 켄터키 관광협회 홍보관]

"켄터키 주의 자랑으로 켄터키 더비가 있습니다. 해마다 봄에 열리는데 미국의 3대 경마 가운데 하나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마대회 중 하나인데요. 불꽃놀이 규모도 대단합니다. 독립기념일 축제보다 더 화려한 축제 같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승마와 기수에게는 장미꽃 안장과 장미꽃을 주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죠. "

켄터키 더비는 20마리의 경주마가 2천m의 주로를 누가 더 빨리 도나 시합하는 겁니다. 말들의 이 달리기 시합은 불과 2분 정도면 끝나는데요. 하지만 이 겨우 2분짜리 경기를 보러 해마다 5월이면 켄터키 루이빌로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 전역에서 몰려 몰려옵니다. 내노라 하는 유명 연예인, 정치인, 운동 선수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죠.

경마대회가 경마대회지 뭐 별거인가...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이 켄터키 더비가 어떤 대회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 수치로 좀 설명을 드리자면요.

이 2분짜리 경기를 보기 위해 매년 직접 표를 사서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무려 17만 명이 넘습니다. 또 올림픽 주관사인 미국 NBC 방송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경기를 생중계 해주는데요. TV로 이 켄터키 더비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자그마치 1천600만 명에 달하고요. 수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세계 곳곳에서 경마대회가 열리는데, 이 켄터키 경마대회가 유난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브리트니 고터 켄터키 더비 박물관 홍보관 설명입니다.

[녹취: 브리트니 고터 켄터기 더비 박물관 홍보관] "켄터키 주는 일단 좋은 경주마들을 아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켄터키는 좋은 말들이 자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죠. 석회암과 좋은 물, 칼슘이 풍부한 토양과 초원은 켄터키 주에서 최고의 명마를 생산하게 해줍니다. 켄터키의 경마는 켄터키 역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주 옛날부터 켄터키 사람들에게 경마는 일종의 스포츠였습니다. 누가 더 빠른 말을 갖고 있나 시합을 한 거죠. 마치 오늘날 자동차 경주를 하듯 말입니다"

단 2분간의 경주로 승패를 가르는 경기... 완전히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인 경기죠. 미국인들은 위대한 2분의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 2분의 경주를 위해서는 아주 오랜 준비가 필요하겠죠. 그래도 승패와 관계없이 기수들이 경마를 끝낸 후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 예의를 담아 심판과 관객들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켄터키 더비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라고들 합니다.

혹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서는 경마...하면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켄터키 더비는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오늘날 품격 있는 경마 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는데요.

켄터키 더비가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 켄터키 더비 협회 측은 그건 바로 옷차림, 특히 모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자 때문이라니..무슨 소린가 싶으시죠?

켄터키 더비를 찾는 사람들은 마치 옛날 미국의 신사 숙녀들을 연상시키는 듯한 옷차림들을 합니다. 거의 모든 남성들이 말쑥한 양복에 넥타이, 멋진 중절모에 반질반질한 구두를 신고요. 여성들은 다들 너무나 아름다운 드레스에 우아하고 화려한 모자를 쓰고 한껏 멋을 부리죠.

여성들의 패션에서 모자가 사라지면서 미국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화려한 모자와 옷차림을 하고 한자리에 모이는 걸 보는 건 아주 드문 진풍경이죠. 켄터키 더비는 여성들이 아름답고 화려한 모자를 맘껏 써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날이라고나 할까요?

켄터키 더비가 여느 다른 경마대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게 하는 1등 공신은 바로 이 옷차림입니다.

켄터키 더비를 위한 모자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케티 올리게스 씨의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케티 올리게스 켄터키 더비 모자 전문점 주인] "1875년, 첫 경마대회때부터 여성들에게 아름다운 옷차림을 하는 날이라고 광고를 했었죠. 당시에는 우아한 빅토리아풍 모자에 양산까지 들었을 겁니다. 1920년대 들어서면서 모자의 크기가 줄어들었고요. 더 보수적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유행이었죠. 1960년대 들어서면서 모자는 매우 화려해지고 훨씬 커졌습니다."

그러니까 유행에 따라 여성들의 모자도 바뀌고 있다는 건데요.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 입어보기 힘든 튀는 스타일을 마음껏 자랑하는 여성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켄터키 더비 관람객들은 꼭 이런 차림이어야만 한다는 특별한 복장 규정이 있는 건 아닌데요. 하지만 신사숙녀 옷차림을 하고 켄터키 더비를 찾는 것이 켄터키 더비의 오랜 문화로 자리 잡았고요.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이 켄터키 더비 축제는 전통과 격식을 지키며 보수적인 켄터키 주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켄터키 더비 경기는 단 2분 만에 끝나지만, 켄터키 더비를 전후로 다양한 문화 축제는 2주 동안 열리는데요. 비록 켄터키에는 한인들이 3, 4천 명밖에 살지 않지만, 이 축제 기간에 한국을 알리기 위한 행사도 종종 갖곤 한다고 합니다. 켄터키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강원택 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강원택 켄터키 한인회장] "루이빌에 처칠다운스라고 경마장 이름인데요. 거기에서 세계 최고 더비 시합이 5월 첫 주 토요일에 있습니다. 더비는 하루예요. 그런데 행사가 경마를 끼고 열리고요. 선더버드 루이빌이라고 한국에서 불꽃놀이를 후원합니다. 불꽃놀이가 굉장히 멋있고요. 페가수스 퍼레이드라고 해서 각 기관이 주최하는데 굉장합니다. 저희가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한글학교에서 한인회 주최로 퍼레이드에도 참여했었고, 태권도도 여기 도장이 2~3개 있어서 거기서도 참여하고 한국을 알리고 했었습니다."

MUSICUP AND DOWN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녹취: 켄터키 옛집 음악]

네, 듣고 계신 노래는 미국의 대표적인 민요 가운데 하나인 '켄터키 옛집'이라는 노래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작곡가인 스티븐 포스터란 사람이 1853년에 발표한 노래인데요.. 원래는 노래 제목이 'Poor Uncle Tom, Good night'이었다고 해요. 가여운 톰 아저씨, 잘자요...정도의 뜻이 될까요? 켄터키 주에 살던 흑인 노예들의 애환을 그린 노래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꽤나 유명한 노래입니다.

켄터키 주가 오늘날 다른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데는 이 노래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백인이 80~90%인 켄터키 주에서는 1990년대까지도 KKK같은 백인우월주의단체 활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원택 씨 이야기 들어볼까요?

[녹취: 강원택 한인회장] "제가 여기 90년도에 있을 때만 해도 KKK가 크게 있었어요. 지금도 kkk 단이 미국에서 두 번째 큰 게 여기 켄터키에 있습니다. 여기 루이빌은인종차별이 많이 깨져서 그런 거를 잘 못보지만외곽으로 가면 아직도 그런 사람 많고, 하지만 여기는 있어도 많이 그러지 않고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는 완전히 도시기 때문에 외곽과는 180도 틀립니다"

'켄터키 옛집' 이 노래는 1928년 켄터키 주의 노래로 제정됐는데요. 포스터가 켄터키 주를 여행하다 고생하는 노예들을 보고 썼다는 이야기도 있고, 미국 남북전쟁의 불씨가 됐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소설을 읽고 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어느 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켄터키가 미국 남북전쟁사에서 아주 중요한 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노예 해방을 선언하고 북군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고향이 켄터키 주인데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에 맞서 싸웠던 남군 지도자이자, 남부연합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의 고향도 바로 이 켄터키라는 사실입니다. 제퍼슨 데이비스가 1808년에 태어났고, 한 해 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링컨 대통령이 태어났는데요. 어린 날 켄터키 드넓은 초원을 뛰놀았을 이 두 사람, 훗날 서로 적이 되어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될 것을 꿈에나 생각했을까요?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마대회 켄터키 더비와 켄터키 옛집에 얽힌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오늘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