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위 "한국 내 탈북민 44%, 부당한 대우 참아”...제도 개선 권고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 내 탈북민들의 노동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탈북민의 취업률과 근속률을 제고하고 취업현장에서 근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10명 중 4명은 일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참고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우는 8%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취업 상담 과정 개선, 노동권 상담과 구제기능 강화 등 탈북민 노동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기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약 3만 명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탈북민 노동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은 채용 과정에서는 물론 직장 내에서도 노동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동권에 대한 인식 정도가 낮아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해고 등을 당해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에서 노동은 권리가 아닌 ‘충성’으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18%나 됐습니다.

한국 국회예산처의 ‘2016년 탈북민 보호 및 정착지원 사업 평가’에 따르면 2015년 탈북민 취업자의 월 평균임금은 미화 약 1천380 달러로 한국 국민의 67% 수준입니다.

같은 해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실태조사에서는 탈북민의 일용직, 단순노무 종사자 비율은 각각 16%와 30%로 한국 국민에 비해 2~3배 높았습니다.

또 한 직장에서 일하는 평균 기간은 1년 4개월로, 한국 국민의 5분의1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인권위원회는 탈북민의 취업률과 장기 근속률을 높이기 위해 먼저 통일부가 운영하는 ‘정착자산 형성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에게 4년 간 정착자산 지원, 즉 ‘미래 행복통장’으로 직장 월급의 30%, 최대 미화 약 450 달러까지 저축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탈북민은 거주지 보호기간 동안 정착자산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출산이나 군 입대의 경우 2년 범위에서 지원 연장이 가능합니다.

인권위원회 측은 현재 정착자산 지원 연장 사유로 인정되는 ‘출산 또는 군 복무 의무의 이행’뿐 아니라 ‘장기 입원’이나 ‘필수적인 직업훈련’ 등도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이서준 사무관의 설명입니다.

[녹취: 이서준 사무관 /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장기입원 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일을 못하니까 지원금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4년 기한이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서 병원 입원한 만큼 지원금을 못 받는 거 아닙니까, 보호 기간 지나서도 2년 범위 내에서 그만큼 더 혜택을 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지원을 해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서준 사무관은 탈북 남성의 경우 사실상 본인이 원하면 한국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며 정착자산 지원 연장 사유에 탈북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권위원회는 아울러 탈북민이 역량과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전문 취업상담 과정을 개선하고 취업 후에도 노동권 상담이나 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원회 측은 이번 권고가 탈북민의 취업률과 장기 근속률을 제고하고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