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감자 산지로 유명한 아이다호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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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여행 박영서입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이라는 한국의 동시입니다. 저는 사실 감자에도 꽃이 핀다는 걸 이 시 때문에 알았는데요. 여러분은 혹시 감자꽃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감자하면 떠오르는 투박한 이미지와는 달리, 꽃은 참 여리여리하니 예쁘더라고요. 아주 옛날 스페인의 귀족들은 감자를 먹지 않고,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키웠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감자는 그 옛날 배고프던 시절 끼니를 달래주던 지극히 서민적이고 소박한 음식이죠.
감자하면 북한은 양강도, 남한은 강원도...하는 것처럼 미국도 감자 하면 딱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다호주인데요. 미국 곳곳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감자의 고장, 아이다호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아이다호는 미국의 서북쪽에 있는 주입니다. 주 면적은 21만7천km²로, 한반도 전체 면적만 하죠. 미국 땅은 크게 동부지역은 애팔래치아 산맥, 서부는 로키산맥, 이 두 거대한 산맥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데요. 아이다호주는 서부, 로키 산맥 서쪽 산자락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의 대부분은 로키 산맥이 차지해 자연 험준한 산악 지대고요. 사람 살기 적합한 평지는 적은 편입니다. 1983년 아이다호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30년 넘게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박영준 전 한인회장에게 아이다호 주의 첫 분위기를 한번 물어봤는데요.
[녹취: 박영준 아이다호주 전 한인회장] "1983년부터요. 만 17살 때, 그때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니다 왔는데 처음에 와서는 완전히 지금도 시골이지만 그전에는 더 시골이었죠. 서울에서 와서 완전히 농촌이고 대부분 농사짓고... 제가 사는 곳은 보이시라는 곳인데, 여기 주도거든요. 거기서 8마일 모라비안이라고 조그만 도시에 도착했는데 거기는 그때 당시 인구가 7천 명... 그러니 얼마나 시골이겠어요. 지금은 8만5천 명, 10배가 넘었어요."
아이다호 주의 면적은 한반도만한 크기지만, 인구는 지금도 17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주민들은 거의 백인들이라고 합니다.
[녹취: 박영준 씨] "예를 들면 제가 처음 왔을 때 고등학교, 그 동네 근처 타운 많아 고등학교에 2천400명이 다녔는데, 3명이 아시안이고 흑인 1명, 나머지는 다 백인이었어요. 지금도. 그래서 여기는 한 적어도 98% 이상 백인사회입니다. "
아이다호주 사람들은 주의 대부분이 산지나 고원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거칠고 척박한 토양에도 잘 자라줄 작물이 필요했을 텐데요. 그래서 궁리해 낸 게 감자였나봅니다. 아이다호주는 오늘날 미국 최대 감자 생산지라고 로리 매코넬 아이다호주 관광청 공보관은 말하는데요.
[녹취: 로리 매코넬 아이다호주 관광청 공보관] "아이다호는 감자로 아주 유명하죠. 미국 전체 감자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이 아이다호주에서 생산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다호 하면 감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
[녹취: 맥도널드 광고]
세계적인 속성음식점, 패스트푸드사인 맥도널드 사 광고인데요. 몇 년 전 북한에도 들어갈지 모른다는 보도도 나오긴 했습니다만 아직은 좀 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맥도널드에서 파는 고기겹빵, 햄버거만큼이나 미국 사람, 아니 맥도널드를 찾는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감자튀김, 프렌치 프라이인데요. 그런데 맥도널드에서 파는 감자튀김은 대부분 아이다호에서 생산하는 감자로 만든다고 하네요. 아이다호에서 나오는 감자는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감자와는 많이 다른데요. 한국의 감자는 보통 둥굴둥글하죠? 그런데 아이다호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길쭉하고요. 크기도 보통 어른 주먹 쥔 것 보다 훨씬 큽니다.
맛도 다른데요. 한국의 감자는 삶아서 소금만 찍어 먹어도 그 담백한 맛이 일품이죠? 하지만 아이다호 감자는 삶으면 싱겁고 특히 쉽게 부서지고 별맛이 없습니다. 대신에 아이다호의 감자는 튀기면 정말 맛있습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고....맛이 정말 기가 막힌데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살짝 군침이 도네요.
언젠가 한국에 진출한 맥도널드 사가 한국 강원도산 감자로 감자튀김을 해보려고 시도했다가 그 맛이 안 나서 결국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감자튀김 용으로 길고 얇게 썰기에는 아이다호 감자처럼 크고 길쭉길쭉한 감자가 제격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감자 농사... 하니까 가난하고 영세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아이다호의 감자밭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부터 압도적이고요. 미국의 다른 농업 분야처럼 감자 농사 역시 물론 전부 기계화, 자동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자본 없이는 쉽사리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죠. 그러다 보니 아이다호에 거주하는 한인들 중에는 감자 농사를 짓는 분이 아직 한 분도 없다고 합니다.
[녹취: 박영준 씨] "여기는 감자 농사 규모가 작지 않아요, 한국식 아니고 감자하면 몇만 평씩 지으니까요. 농사짓는 분들은 대를 이어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부자들이죠. 심플로트라고 아이다호 갑부인데요. 그분이 감자농사를 시작하면서 갑부가 됐어요. 제일 부자예요. 90억 달러...시작이 감자로 해서...큰회사도 많고 대부분 축산과 감자 농사쪽..."
심플로트는 바로 아이다호 감자를 냉동건조시켜서 맥도널드에 납품해 억만장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오늘날 아이다호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80%가 맥도널드로 들어간다고 하네요. 그런데요.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정작 아이다호 주 주민들은 아이다호 감자를 잘 못 먹는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데요. 박영준 씨 설명이 재밌습니다.
[녹취: 박영준 씨] "저희들 아이다호 감자 쉽게 못 찾아요. 다른 주,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 가서 먹으니까 맛있더라고요. 다행히 아는 분들한데 가서 농장 가서 살 수도 있어요. 수확할 때 가을에 기계들이 집지 못한 건 사람들이 집어가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럴 바에야 썩으니까 그런 분들도 있고..."
예전에 과일 농장을 하는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크고 좋은 과일은 죄다 내다 파느라고 정작 크고 좋은 과일은 먹기가 힘들었다더니...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아이다호주의 주도는 '보이시'라는 곳입니다. 보이시는 빌딩들이 가득 찬 여느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데요. 그렇다고 시골스럽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주 청사 뒤로 구불구불 산자락이 펼쳐지고 작고 아담한 건물들이 들어선 풍경이 유럽의 어느 예쁜 도시를 보는 것도 같은데요. 박영준 전 아이다호 주 한인회장의 보이시 소개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박영준 씨] "보이시라는 말은 프렌치예요. 서부 산이 많잖아요, 풀 조그만 바위 많고 사막인데 이곳 정착하면서 그 당시 프랑스 사람들이 온 것 같아요. 보이시 다운타운 안에 가로지르는 큰 강이 보이시 리버인데요. 사막만 지나오다가 딱 도착하니까 물가, 나무 많고, 그래서 정착한거죠. 보이시라는 도시 이름이 시티오브 트리라는 뜻입니다. 시청 뒤로 보거스 산인데, 8천ft예요.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마운틴 바이크를 타죠. 그래서 여기는 항상 해마다 살기 좋은 도시 10등 안에 들어가요. "
아이다호...라는 말은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말 '에다호'에서 유래한 거라고 하는데요. 에다호는 '산들의 보석'이라는 뜻이라네요. 그 옛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눈에도 이곳이 그만큼 아름다웠나 봅니다. 미국은 50개주가 제각각 한두 개씩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아이다호주의 별명은 뭘까요. 로리 매코넬 아이다호주 관광청 공보관에게 한번 물어봤는데요. 아이다호 주의 별명은 보석주라고 합니다.
[녹취: 로리 매코넬 아이다호주 관광청 공보관] "아이다 호의 별명이 보석 주입니다. 원래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건 아이다 호에서 보석이 발견됐기 때문이에요. 가넷, 오펄 같은 보석들이죠. 골드러시 때 금도 많이 발견됐고요, 아이다호는 보석이 발견되는 미국에서는 몇 안 되는 주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아이다호의 진짜 보석입니다. 각각 독특한 풍경을 갖고 있는 곳들이 정말 많습니다. 깊은 사막 동굴과 아이다호주의 폭포도 자랑거리입니다. 언젠가 한 번 꼭 방문하시면 좋을 겁니다."
끝으로 아이다호주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박영준 씨에게 아이다호 자랑을 한번 물어봤는데요. 10대 때 아이다호에 와서 아이다호에서 거주한 시간이 더 길다는 박영준 씨는 무엇보다 고향이기 때문에 좋다고 대답하네요. 한국말에 어디든 정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답인 듯합니다.
[녹취: 박영준 씨] "저는 일단 제 고향이니까 좋고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 아이들 교육 가르치기 좋고요, 그리고 범죄 낮은 편이고, 살인 사건 일 년에 한 번 날까 말까...나면 큰일이 되죠. 사람들 매우 친절해요. 모르몬교인 70% 정도 되는데 그분들이 종교들이 틀리다지만 인간성은 매우 친절하고요. 남들에게 피해 안 주려고 하고 배려 잘하고 인간성으로는 배울 점 매우 많아요. 또 도시가 깨끗하고 왜냐면 내가 지켜야 한다 그래서요. 그런 점 매우 좋은 것 같아요 "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감자의 고장, 아이다호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