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기자-언론사주에 "극형 선고" 위협

북한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퍼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서적 '조선자본주의공화국(North Korea Confidential)' 한글본이 31일 서울 교보문고에 전시되어 있다.

북한이 한국의 언론사 기자와 사주를 극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을 다룬 책에 대한 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공화국의 존엄을 중상모독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퍼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소개한 한국 언론사의 기자와 사주를 거론하며, 이들을 극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하는 중앙재판소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1일 보도했습니다.

성명은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영어명: N. Korea Confidential)의 서평과 저자 인터뷰를 문제 삼았습니다.

대니얼 튜더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 잡지 기자와 제임스 피어슨 영국 '로이터 통신' 서울주재 특파원이 쓴 이 책은 자본주의적 요소가 널리 확산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을 다뤘습니다.

중앙재판소 대변인 성명은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 왜곡 날조한 궤변들로 꾸며져 있다며, 남한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 책을 소개하고 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공화국의 존엄을 모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퍼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자본주의공화국(North Korea Confidential)' 책 표지.

또 책 표지에 북한 국기에 들어가는 '별' 대신 '달러' 모양이 들어갔고 책 제목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으로 달았다며 이는 특대형 반국가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성명은 그러면서 북한 형법에 따라 해당 신문사 기자와 사주, 각각 2명에게 극형을 선고하며 형은 임의의 장소와 시간에 집행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언론매체를 위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북한 조선기자동맹은 올해 6월 한국 언론들의 '조선소년단 제8차 대회' 관련 보도를 문제 삼아 무자비한 징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조선소년단' 행사가 체제유지용 전시성 행사라고 보도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5월에는 '랜섬웨어' 보도를 두고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한국 언론들을 역적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 언론들은 전산망 해킹으로 큰 피해를 준 '랜섬웨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분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지난 2012년에도 북한은 역시 '조선소년단' 보도를 두고 몇몇 한국 언론에 이른바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습니다.

당시 대규모로 치러진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기념행사를 두고 `조선일보' 등 몇몇 한국 언론은 이를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최후통첩을 공개하고 이들 언론매체를 응징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특히 인민군 총참모부는 언론사들의 구체적인 좌표를 공개하며 이들 매체를 직접 공격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또 지난 1997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선일보' 사설에 반발해 `조선일보' 사옥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고, 같은해 `한국방송'(KBS)이 북한 고위 관리들의 부패 등 북한의 어두운 실상을 그린 연속극 '진달래 필 때까지'를 방영하자 해당 연속극의 방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진달래 필 때까지'가 `너절한 반북모략극'이라며 연속극을 방영하는 `KBS 2TV'를 폭파하고 작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