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연설 강경 발언, 국제사회 반응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등을 향해 매우 강경한 발언을 했는데요. 세계 언론과 지도자들, 미국 내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종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19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세계 각국에서 주요 뉴스로 다뤘죠?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지도자가,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점 만으로도 각국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동안 유엔총회 관례와는 달리, 직설적인 어휘를 사용해 특정 회원국들과 그 지도자를 강하게 비판한 내용을 세계 주요 언론이 머리 기사로 올렸습니다.

진행자) 북한을 비판한 내용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면서,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북한의 도발 때문에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할 상황이 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는데요. 미국 공영방송 NPR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른 회원국과 그 지도자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비판한 경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말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한 나라들이 있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19일) 연설에서, 북한과 함께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했는데요.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미국이 “추가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됐다”고 비판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진행자)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는 뭐죠?

기자) 이란의 경우, 갖가지 테러지원 의심을 받고 있는 활동을 멈추라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주요 6개국과 맺은 핵 합의가 이란의 도발적 행위들을 덮어주는 도구가 된다면, 이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식량난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위기에 몰린 상황인데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야권과 시민사회의 퇴진 요구를 제압하면서, 이른바 ‘제헌의회’를 구성해 입법부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앞서 베네수엘라에 금융제재 등을 가한 상황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19일) 연설을 통해 ‘추가 행동’ 계획을 밝힌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비판한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의 반응부터 살펴보죠.

기자)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강한 반발이 나왔습니다. 총회에 불참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제정치의 새로운 히틀러"라고 비판하면서, 이날(19일) 연설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특정 상대에 대한 무절제한 증오를 표시하는 “혐오발언”으로 규정했는데요. 이런 일은 “21세기 유엔이 아니라, 중세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나요?

기자) 북한 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어제(19일) 추첨을 통해 유엔 총회장 맨 앞자리를 배정받았던 북한 대표단 좌석의 두 자리가 비어있었고,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전 회의장을 떠난 것을 ‘무언의 항의’로 미국 언론은 분석했습니다. 강한 비판을 예상한 북한 측이 연설 자체를 보이콧(거부)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대해 다른 세계 지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극찬한 지도자가 있는 반면, 강하게 비판한 경우도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30년 넘는 내 유엔 경험에서, 이 보다 더 담대하고 용감한 연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같은 날(19일) 역시 총회에서 연설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제국에 의해서, 수많은 핵무기들이 지구 어느 곳에나 닿을 수 있는 미사일에 실리는 위험을 상상해 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란 강경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19일) 총회에서연설했는데요, 이란과 북한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일일이 비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가 “평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보였고요.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를 위한 문을 닫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들이 이번 총회에 불참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반응을 내놨습니까?

기자) 네. 이번 제72차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불량국가로 불렀는데, 비난하고 위협하기만 하면 모두를 적대시하게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러시아)는 누구도 악마로 만들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이해하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데 대해 “극도로 위험한 발언”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중국의 반응도 비슷한데요.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각국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연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집권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반응이 엇갈리는데요. 공화당의 제프 포텐베리 하원의원은 “명확하고 강력하게 원칙을 보여준” 연설로 호평했고요, 같은 당 토드 로키타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전세계에 보여준 우리(미국)의 압도적인 리더십(지도력)”을 이번 연설에서 표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데 대해 “북한 지도자가 변덕스럽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종류의 표현은 위험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을 전쟁 위협의 장으로 활용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엔 연설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언론 반응 짚어보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에 ‘로켓맨’, ‘자살임무’ 같은 표현을 직접 넣은 것으로 CNN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는데요. 워싱턴포스트는 그런 자극적인 표현들을 유엔총회 연단으로 가져간 게 정치인 답지 않은 행위였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