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덴마크 군함 건조에 북한인 연루 추가 증거 확보…청문회 개최 요구"

지난 2006년 3월 폴란드 북부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조선소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4년 폴란드에서 이뤄진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에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됐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습니다. 폴란드 조선소 내 북한 근로 실태를 집중취재한 덴마크 ‘인포메이션’ 신문의 세바스찬 아브라함슨 기자는 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 당국의 해명과 달리, 북한인이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에 참여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덴마크 야당의원들은 이 문제로 국방부장관을 불러 청문회를 열 계획입니다. 아브라함슨 기자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이 이뤄진 폴란드 ‘크리스트’ 조선소의 현장 감독관을 만나셨다고요?

아브라함슨 기자) 네. 덴마크 계약 업체 ‘카스텐센스’ 소속의 현장 감독관(토마스 물리카)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폴란드인으로 (폴란드에서 진행된) 덴마크 군함 ‘라우게 코크’호 선체 건조 작업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앞서 카스텐센스는 이 감독관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노동자들이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감독관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인 참여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브라함슨 기자) 덴마크 군함이 건조되던 조선소에는 여러 작업장이 있었습니다. 이 감독관은 덴마크 군함 작업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를 본 적은 없지만 다른 작업장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을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 작업장을 한 주에 한두 번 정도씩만 방문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장담할 수가 없다고 한 겁니다. 또 북한 근로자들이 그가 확인하지 못한 시간에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에 참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아브라함슨 기자) 북한 노동자들은 용접을 하기 위해 고용됐습니다. 근무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겁니다. 감독관은 우리에게 북한 노동자들이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을 했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면 알 수 없었을 것이라 했습니다. 그의 증언은 과거 덴마크 국방부와 카스텐센스가 우리에게 북한 노동자가 근무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중요한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북한인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겁니다.

폴란드 조선소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 실태를 집중 취재한 세바스찬 아브라함슨 기자 (사진 제공=세바스찬 아브라함슨)

기자) 이 감독관과는 어떻게 접촉했습니까?

아브라함슨 기자) 카스텐센스 대표에게 전화를 했고 감독관 연락처를 달라고 해서 전달받았습니다. 인터뷰는 이틀간 (세 차례에 걸쳐) 전화로 진행됐습니다. 카스텐센스가 당초 우리에게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에 북한 노동자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건 이 감독관이 보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기자) 해당 조선소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어떤 일을 했나요?

아브라함슨 기자) 북한 노동자들이 폴란드인들이 접근하기엔 너무 위험하거나 좁은 장소로 보내져 용접을 했다는 사실을 폴란드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확인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체구가 폴란드인보다 작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들은 기준 미달의 환경에서 근무했습니다. 안전기준에 맞는 옷을 입지 않은 근무자도 있었고 좁은 공간에서 근무할 때는 외부에서 누군가 안전 감시를 해줘야 하는데 이 역시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기자) 유럽 국가들은 왜 폴란드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건가요?

아브라함슨 기자) 많은 유럽 조선회사들이 폴란드 조선소에 선박의 건조와 수리 작업을 맡깁니다.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폴란드 조선회사들이 북한인들을 고용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근로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고용하곤 합니다. 임금을 적게 받고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기자) 덴마크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아브라함슨 기자) 덴마크 국방부장관은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성명을 내고 폴란드와 같은 유럽연합 국가에서 북한인 강제 노동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 노동자들이 덴마크 군함을 만들었단 사실이 수치스럽다는 게 아니라 폴란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수치스럽다는 겁니다. 또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대응책도 마련한 바가 없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그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했으며 앞으로 몇 주 안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 노동자 동원 문제가 덴마크 내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된 겁니까?

아브라함슨 기자) 네. 야당을 중심으로 국방부장관에 이 문제를 살펴보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현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기자) 앞서 덴마크 정부와 카스텐센스는 감독관의 증언뿐만 아니라 직접 실시한 조사에서도 북한 노동자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아브라함슨 기자) 카스텐센스의 조사는 우선 기술적인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품질이나 공정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하는 거였죠. 국방부 측 조사의 경우는 조선소 측에 미리 통보됐습니다. 크리스트 조선회사가 (북한 노동자들을) 숨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기자) 덴마크 군 당국은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진행된 작업은 군함에 들어가는 선체와 기계 부품에 한정될뿐 군사 관련 부품 작업은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 입장은 그대로인가요?

아브라함슨 기자) 이젠 군사 관련 부품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조립품(prefabrication)과 실제 선체 작업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조립품은 선체의 부분을 만든 것을 뜻하며 나중에 하나의 선체로 용접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덴마크 국방부는 북한인들이 조립품 작업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선체 작업엔 참여하진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자) 무슨 뜻입니까?

아브라함슨 기자) 우리는 북한 노동자들이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일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장에서도 근무했었고요. 그런 와중에 그들이 군함의 조림품을 만들었는지 선체 작업에 참여했는지가 왜 중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건 덴마크 군당국이 군함 건조와 북한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지 못하는 점입니다. 확실하게 없었다고 말할 순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덴마크 국방부가 북한 노동자들이 일부 조립품 제작 과정에 참여한 사실을 알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자)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를 취재하게 된 계기는 뭡니까?

아브라함슨 기자) 지난해 독일 매체인 ‘VICE’가 폴란드 내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 실태와 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노르웨이의 한 기자가 폴란드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9개의 노르웨이 선박 건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총 10개의 선박 중 1개의 선박이 덴마크 선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덴마크 방송 ‘DR’과 함께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덴마크 언론인 아브라함슨 기자로부터 폴란드 조선소 내 북한 노동자 실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