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북한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드리는 ‘뉴스 풍경’시간입니다. 북한에 서양미술 동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있는 미술가가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엄마-매스-게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인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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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북부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개인 미술전시관인 에단 코엔 갤러리.
딱딱한 정치를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미술 장르인 ‘폴리팝’ 작가인 천미나 메릴랜드 미술대학교 교수가 미술관을 찾은 30여명의 관람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천미나] “Voice of America has been covering my work …
VOA 방송을 통해 북한에 첫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소통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하는 천미나 교수.
북한주민은 북한정권과 다르며 그들은 그저 평범한 보통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내용이 지난 2012년부터 VOA’한국어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에 송출된 것을 언급한 겁니다.
북한주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대북방송을 염두하고 활동하는 천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주민들을 사랑하며 이런 미국인들의 관심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달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천미나 교수의 개인전 ‘ 엄마-매스 게임’.
전시관 천정에는 “어머니가 갖추어야 할 풍모를 완벽하게 지닌 친애하는 엄마” 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었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게만 붙는 ‘친애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인용됐는데요 국민을 돌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김정은을 비판하는 동시에 평화를 추구하는 ‘엄마’의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했습니다.
2층 구조의 미술관에 전시된 20여점의 천미나 교수의 그림들.
작품 대부분에는 북한여성 차림을 한 천 작가가 빠짐없이 출연하는데요, 고층건물들이 들어선 평양 시내, 백두산 천지, 광명성 3호, 매스게임을 하는 북한주민으로 채워진 화면에 커다랗게 등장합니다.
천 교수는 지금까지 자신을 ‘김일순’으로 명명해 그려 넣었는데요 북한주민과 자신을 동일시해 소통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아리랑 매스게임을 하고 있는 수만 관중 위에 파란색 깃발을 치켜 들고 슬픈 듯 무표정하게 서있는 김일순.
노동당 기를 흔들고 있는 북한주민 앞에 서서 온화하게 웃고 있는가 하면 광명성 3호가 멈추기를 바라며 서 있기도 합니다.
김일순이 등장하는 모든 그림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색 물감이 드립핑 기법으로 주루룩 화폭에 흐르고 있는데요 천미나 작가는 이런 기법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녹취: 천미나] “북한은 체제 선전화만 있지 추상화는 없잖아요. 김일순이 추상으로 꿈꾸는 거예요.. “
김일순이 북한 땅에 언젠가 찾아올 자유와 평화를 꿈꾸고 있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천 미나 교수는 특별히 전시회 주제어인 ‘엄마’라는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만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녹취: 천미나] “근데 사실은 여자라는 게 나 혼자가 아니잖아요. 전체 그룹....정치, 주류 사회 보다 문화적인, 꼭 여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장르가 대중에게 끼치는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측면의 영향력이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20여점의 그림 외에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 받은 것은 천 교수의 서양미술사 강의 동영상입니다.
10편으로 제작한 동영상 강의는 북한주민이 접해보지 못한 서양 미술사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교육자료로 현재 한국 내 탈북자단체를 통해 북한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VOA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녹취: 천미나 교수] “미국 쪽에서 협력이 안 됐어요, 한국을 통해서 한 것을 7월서부터, 그래서 확인된 것은 9월 중순, 그 이전까지는 계속 보내고 많은 사람들이 연결이 되고.. 때가 있어요. 방식도 그렇지만……”
10분 분량의 동영상은 각각 다른 주제를 갖고 있는데 강의는 역시 천미나 교수가 등장해 영어강의를 진행하고 한국말 자막을 달았습니다.
[녹취: 천미나 교수] “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김교수 입니다. 오늘 강의 주제는 예술과 음식입니다.”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과 금력, 권력' ‘추상예술과 꿈’, ‘여성주의, 우리는 동등한가?’ 미술과 무관해 보이지만 서양 미술사에서 다뤄지는 내용입니다.
‘예술과 음식’을 주제로 진행되는 두 번째 강의에서는 음식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 예술가와 음식을 소개했습니다.
수 백 만개의 해바라기 씨를 제작한 중국작가 아이 웨이웨이,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통조림 수프를 그린 미국작가 앤디 워홀, 그리고 북한주민에게 인기 있는 한국과자 쵸코파이 10만개로 작품을 만든 천 교수 등입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음향효과로 재미를 더한 강의는 천 교수가 시청자들에게 ‘음식에 이름 붙여 작품 만들기’ 등 과제를 내주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마무리 됩니다.
천 교수가 일반에 처음 공개한 북한주민을 위한 서양미술사 강의는 전시회에 설치된 10여대의 컴퓨터를 통해 상영됐습니다.
강의를 본 미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서양 미술사를 모르는 북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50대 미술잡지 편집장인 리처드 바인 씨는 동영상 강의가 어떤 식으로는 북한주민에게 영향을 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차드바인] “ Sometimes it’s more important to be exposed to an outside influence even if you don’t understand it perfectly because..”
북한주민들이 강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외부영향에 노출되는 것이 가끔은 더 중요하고 생각하고 상상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50대 미국인 여성 메리 씨는 첫 번째 동영상 강의를 언급하면서 작가의 설명하는 분위기와 태도가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히 지금 이 시점에 북한주민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메리] “It’s so important always but especially at this moment for Mina to be communicating with the people of North Korea …”
메리 씨는 우리도 북한주민들을 알기 원하고 북한주민도 우리를 알기 원한다면서, 작가의 활동이 그런 소통의 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멜릭 케일란 기자는 작가가 북한주민과 소통하려는 방법이 독창적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사람들과 접촉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멜릭 케일란] “She’s preparing to have contact with them because she’s imagining what that’s like…”
천 교수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 에단 코엔 갤러리의 코엔 관장은 작품전시와 프로젝트를 천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엔 관장은 자신의 전시관이 뉴욕 맨해튼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대한 미술작품 전시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코엔 관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천 교수의 전시회를 열어오면서 천 교수의 작품이 시간이 지나며 깊이를 더해가고 있고 북한주민과의 소통을 원하는 지속적인 활동이 미국인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천미나 교수의 개인전시회 ‘엄마-매스게임’ 전시는 오는 12월 10일까지 이어집니다.
생생 라디오 매거진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