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미국 여행] 세금 부담 가장 적은 주, 델라웨어

미국 델라웨어주는 소비세를 붙이지 않아 기업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아마존 물류공장에서 직원이 배송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소비세가 없는 주 델라웨어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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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세금 부담 가장 적은 주, 델라웨어


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세금이 없다고 하죠?

그런데요. 세금이 무조건 없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해요. 국가를 운영하려면 재정이 필요한데, 그래서 수출도 하고...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무조건 세금이 나쁜 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 곳에, 국가를 위해, 국민의 복지를 위해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사실 그래도 세금 많이 내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한데요. 미국 동부에 있는 델라웨어주는 지난해 50개 주 중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적은 주로 꼽혔습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델라웨어주로 안내하겠습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세금 이야기부터 하게 됐네요.

미국은 연방 국가 형태로 출발한 나라이기 때문에 주마다 법이 다르고요. 세금도 연방 정부가 일정하게 걷어가는 소득세 외에는 주 정부가 알아서 걷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율이 낮은 곳도 있고, 세율이 높은 곳도 있고...주마다 다 다른데요.

특히 델라웨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소비세(Sales Tax)가 없는 몇 안 되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혹시 소비세가 뭔가 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소비세, 판매세라고도 하는데요. 이 소비세는 간단히 말해 처음부터 아예 상품에 세금을 매겨놓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소비세를 5%로 정해놓았는데, 100원짜리 물건이 105원에 판매된다면 소비자들은 자동으로 5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인 거죠. 델라웨어가 대내외적으로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소비세가 없다는 겁니다. 델라웨어 주립 문서보관소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의 설명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이 델라웨어로 오고 있는데요. 세금이 다른 주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델라웨어는 소비세를 붙이지 않습니다. 델라웨어를 기업들의 천국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60%가 델라웨어에 있습니다. 델라웨어가 큰 주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이건 굉장한 거죠."

신영락 전 델라웨어 한인회 간사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신영락 씨]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입니다. 브라운대학이 있는 로드 아일랜드 다음으로 작죠. 하지만 경제 규모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세일즈 텍스가 없고, 주 정부가 기업주들을 보호하는 법이 있어서 많은 금융회사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가긴 했는데...전체 예산이 주 규모에 비하면 꽤 컸던 걸로 기사도 자주 났습니다"

서머스 공보관이나 신영락 씨의 설명처럼 델라웨어는 별로 큰 주가 아닙니다. 아니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두 번째로 작은 주죠. 델라웨어주의 면적은 5천km² 가 조금 넘는데요. 미국 본토에서 제일 큰 텍사스주의 면적이 70만km² 정도이거든요. 텍사스주가 100배나 더 크다고 하니, 델라웨어주가 얼마나 작은 주인지 짐작하시겠죠?

[녹취: 신영락 씨] "델라웨어는 길게 되어 있는데, 북쪽에서 남쪽이 2시간 20분 정도 걸리고, 동서로는 더 짧아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남북의 가운데 주도인 도버가 있고요. 대도시는 윌밍턴입니다. 가장 큰 도시입니다."

델라웨어주는 인구도 100만 명이 채 안 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인구 순위 45위인데요. 그런데도 올해 조사를 보면, 50개 주 가운데서는 15번째로 잘 사는 주로 꼽혔습니다. 토머스 서머스 델라웨어 주립문서보관소 공보관의 도움말입니다.

[녹취: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듀폰그룹이 이곳에 있습니다. 윌밍턴시에 있는데요. 델라웨어의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델라웨어는 주민 수는 적지만 듀폰 같은 대기업들이 많이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일자리도 많고요. 이런 회사들에서 거둬들이는 세금만으로도 주 정부 재정이 충분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소비세를 거둬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

특히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듀폰사는 200년 넘게 델라웨어를 지키고 있는 델라웨어 주의 터줏대감이자 간판 기업인데요. 신영락 씨는 듀폰 가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델라웨어에 있는 헤글리 박물관을 들러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녹취: 신영락 씨] "많이 알려진 게 듀폰사죠. 미국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헤글리 박물관을 가시면, 남북전쟁 당시 화약을 듀폰이 만들었어요. 거기 큰 열두 개의 물레방아가 있는데 이 물레방아를 이용해 돌을 깨서 화약성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시간대별로 관광객들에게 보여줍니다. 거기 가면 듀폰의 역사를 알 수 있는데요. 전기가 없을 때도 그 사람들은 물레방아를 이용해 벌써 냉장고를 사용했더라고요."

델라웨어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신영락 씨는 특히 다른 주를 방문하면 델라웨어주의 세금 혜택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고 들려주네요.

[녹취: 신영락 씨] "소비세가 없어서 델라웨어 살 때는 못 느끼는데 타주 가서 뭘 산다든지 하면 갑자기 다른 액수가 카드에서 나오면 그때 느끼는 거죠. 처음에는 이상했죠. 거꾸로 타주에 있는 분들이 델라웨어에 오면 또 느끼기도 하죠. 경계에 있는 분들은 특히 담배 같은 것 많이 사가요. 싸니까요."

그러다 보니 델라웨어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형 매장들도 제법 몰려있고요. 메릴랜드나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같은 주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도 어느 날 마음먹고 이곳 델라웨어까지 와서 물건을 왕창 사가기도 한다네요.

델라웨어에는 한인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신영락 전 델라웨어 한인회 간사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신영락 씨] "한인들은 닭 공장이 가까워서 전에는 5천 명 정도 됐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한인회 행사 때 공식 초청장을 보내는 가정이 500가정입니다. 곱하기 4하면 약 2천 명 정도 되는 건데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4천 명 정도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델라웨어 주에서 사업만 하시는 분도 있고. 요즘은 한국의 직구 회사도 여기 들어와 있습니다."

델라웨어주의 별명은 'the first state' '첫 번째 주'입니다. 조그만 주에 이런 거창한 별명이 붙은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합니다.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 "델라웨어는 1787년 12월 7일, 미국의 13개 주들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미국 연방 헌법을 승인하면서 첫 번째 주로 연방에 속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주라는 별명을 갖게 됐습니다. 델라웨어 역사에서 시저 로드니라는 사람이 중요한데요. 1770년대 13개 주 식민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서 독립논의를 했을 때 델라웨어 대표단은 찬반 의견이 갈라져 있었습니다. 델라웨어에서 이 소식을 듣고, 역시 델라웨어 대표단의 한 명이었던 시저 로드니가 100km가 넘는 먼 거리를 밤새 말을 타고 달려 독립을 지지한 겁니다."

일설에는 당시 로드니가 건강이 좋지 못했고, 암에 걸려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어쨌든 로드니가 천둥 치는 빗속을 뚫고 달려 표결 직전 독립 지지를 천명함으로써 델라웨어는 오늘날, 미국 독립 선언서에 서명한 13개 주중의 하나로 당당히 기록되고 있습니다.

델라웨어는 또 하나 '블루헨(Blue Hen)'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있습니다. 블루헨, 글자 그대로라면 '파란 닭'이라는 소리인데, 설마 닭이 파랗다는 건 아닐 테고요. 델라웨어 지방의 토종닭을 일컬어 블루헨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그런데 이 블루헨도 미국의 독립 전쟁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토머스 서머스 공보관] "독립 전쟁 당시 사람들이 영국군과 싸우던 델라웨어 군인들을 블루헨이라고 불렀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당시 델라웨어 병사들이 전쟁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자신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닭들을 풀어 닭싸움을 시키고 구경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블루헨은 사실 암탉인데요. 하지만 요즘은 블루헨을 벼슬이 있는 수탉처럼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루헨은 델라웨어의 마스코트입니다. "

현재 델라웨어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주라고 하는데요. 신영락 씨는 가장 큰 이유로 세금 부담이 적다는 것을 꼽고요. 또 한가지 지리적 요인을 꼽습니다.

[녹취: 신영락 씨] "일단은 그렇다보니까 지금은 점점 은퇴한 사람들 선호하는 주가 되고 있습니다. 뉴저지나 펜실베이니아에서 많이 내려온다고 해요. 미국에서 델라웨어는 뉴욕 맨해튼과 워싱턴 D.C.의 딱 한가운데 양쪽 모두 두 시간 거리거든요. 델라웨어는 도시와 전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세금 걱정 덜하는 곳, 델라웨어 소개해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