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은 뭘까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다 다른 것처럼, 돌아오는 대답도 다 다를 거란 생각을 해보는데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곳에서, 맛난 것 먹으며, 함께 있는 것을 꼽는 사람도 적지는 않겠죠?그런데 미국 동남부에 있는 버지니아주는 주의 구호가 "Virginia Is for Lovers" 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근사한 곳이길래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연인들을 위한 고장, 버지니아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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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nia Is for Lovers"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 다소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 구호는 사실은 버지니아의 관광 홍보를 위해 탄생한 거라고 합니다. 한 광고 기획사가 버지니아를 홍보하기 위해 이런저런 구상들을 내놨는데요. 그때 나온 것들이 버지니아는 역사적 유적지가 많으니까 "Virginia Is for history lovers"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하는 게 어떻겠느냐, 아니 버지니아는 바다가 아름다우니까 "Virginia Is for beach lovers" 가 더 좋겠다... 아니, 버지니아는 산세가 좋으니까 "Virginia Is for mountain lovers"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란 게 더 좋다... 이렇게 이런저런 구상들이 쏟아지다가 그냥 다 빼버리고 차라리 간단하게 "Virginia Is for lovers"가 좋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버지니아는 뭔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 그건 산이나 바다가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사람들이 될 수도 있겠죠?
버지니아에서 27년째 거주하고 있는 주민 유혜란 씨에게 버지니아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먼저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유혜란 씨] "처음 왔을 때는 서울에서 살다가 여기 오니까 좀 시골 같았어요. 너무 조용하다고 그러나? 조용했다는 기억밖에 안 났어요 그 당시에는... 조용하고 시골 같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가까운데 워싱턴 D.C.가 있고 메릴랜드가 있다는 건 여기 와서야 알았어요."
네, 들으신 것처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가 둘러싸고 있는데요. 워싱턴 D.C.와 맞닿아 있는 양쪽 일부 지역을 보통 워싱턴 수도권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워싱턴 D.C.와 붙어있는 버지니아 북쪽 지역과 남쪽의 분위기는 상당히 다른 편이라고 버지니아 주민 로스 매칼럼 씨는 소개합니다.
[녹취: 로스 매컬럼 씨] "특히 북부 버지니아와 남부 버지니아는 전혀 다른 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저는 남부 버지니아에서 살다가 몇 년 전 북버지니아 쪽으로 이사했는데요.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마치 버지니아를 떠나 다른 주로 온 것만 같았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말들을 많이 해요.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죠. 북부 버지니아와 남부 버지니아는 정말 아주 많이 다릅니다. "
버지니아의 면적은 약 11만km²로 북한만 한 크기입니다. 50개 주 가운데서는 35번째로, 그렇게 큰 주는 아닌데요. 어떻게 북부와 남부가 다르다는 걸까요? 흔히 북버지니아라고 부르는 버지니아의 북쪽 지방은 매우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곳으로 미국에서도 잘사는 곳으로 손꼽힌다고 해요. 로스 매칼럼 씨 이야기입니다.
[녹취: 로스 매컬럼 씨] "북쪽은 좀 더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나라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죠.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는 뉴욕시에 사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이곳 북버지니아 지역도 다양한 인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멜팅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버지니아 지역은 워싱턴 D.C.와 가까워서 정부와 관련된 사람들, 정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버지니아에서 살면서 워싱턴 D.C.로 출퇴근을 하는 겁니다. 어쩌면 이게 북버지니아가 남버지니아와 다르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반면 버지니아의 남쪽은 매우 한적하고 전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버지니아 남부에는 미국 신대륙 개척 초기 역사를 알 수 있는 역사적인 유적지들이 곳곳에 많이 있죠. 대표적인 게 제임스타운과 윌리엄스버그라는 곳인데요. 제임스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의 식민지 정착촌입니다. 지금부터 400여 년 전에 영국인들이 이 버지니아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영국 국왕의 이름을 따서 제임스타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그리고 이 제임스타운이 차차 주변 지역으로 지경을 넓혀가면서 만든 도시가 윌리엄스버그라는 곳입니다.
[녹취: 로스 매컬럼 씨] "버지니아에는 미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적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죠. 윌리엄스버그도 매우 훌륭한 역사적인 곳입니다. 왜냐하면 윌리엄스버그는 원래 버지니아 식민지의 수도였거든요. 리치먼드가 주도이기 전에요. 또 미국 독립전쟁 사적지도 물론 많습니다. 조지 워싱턴 장군이 프랑스와 연합해 영국군과 맞서 싸웠던 요크타운도 있고요. 남북전쟁 당시에는 버지니아가 격전지의 하나였습니다. 버지니아 남부에는 곳곳에 이런 역사적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윌리엄스버그나 제임스타운을 가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잘 보존돼 있는데요. 버지니아주의 역사가 워낙 길다 보니까 미국 역사책에서나 보던 곳들을 이곳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버지니아 주민 유혜란 씨는 말하네요.
[녹취: 유혜란 씨] "미국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곳들을 운전하고 가다 보면 그냥 보기도 합니다. 남북전쟁의 격전지였던 매나세스지역이나, 윌리엄스버그 같은 역사에 나오는 지명도가 있는 곳들을 살면서 늘 보는 거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일부러 수학여행 같은 걸 통해 와서 보는 곳들인데 말입니다."
특히 남부 버지니아 주민들 중에는 1600년대 제임스타운부터 시작되는 가족의 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볼 수 있다고 로스 매칼럼 씨는 말하네요.
[녹취: 로스 매컬럼 씨] "그래서 저는 버지니아 남부나 서쪽 사람들이 더 역사적인 버지니아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사람들이 버지니아의 역사와 전통을 더 간직하고 있고, 어떤 가족은 제임스타운 때부터 내려오는 가족 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400년이 넘는 역사 깊은 가문인 거죠. 반면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저처럼 다른 주나 다른 나라에서 와서 정착한 사람이 많습니다. "
앞서 버지니아의 구호를 처음 정할 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씀드렸죠?
그만큼 산도 바다도 자랑할 만하다는 걸 텐데요. 실제로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버지니아는 대서양과 맞닿아 있어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요. 또 미국의 양대 산맥 중의 하나인 애팔래치아 산맥이 흐르고 있어, 산세가 아름답기도 유명합니다. 어떤 주는 가도가도 끝없는 평원만 펼쳐지는데, 버지니아주는 산도, 바다도 다 갖고 있으니, 버지니아 사람들의 자랑이 될 만도 한데요. 버지니아 주민들의 목소리로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로스 매컬럼 씨] "버지니아주는 좋은 곳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특히 휴가철에 가족들과 갈 수 있는 곳으로 버지니아비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이 깨끗하고 백사장이 정말 길어서 여름이면 동부 지역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볼 거리도 많고요. 편리합니다. 버지니아비치에는 상어, 거북이, 문어 등 수많은 어종들이 전시돼 있는 근사한 해양과학박물관도 있고요. 제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하다 지금은 퇴역한 위스콘신 전함도 전시돼 관광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유혜란 씨] "버지니아는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땅덩어리가 크니까... 대서양이 옆에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굳이 여름에 먼 데까지 안 가도 되는 그런 것도 있고요. 차를 타고 가면 아름다운 쉐넌도어 산도 있고 단풍도 볼 수 있고 하니까... 27년을 다른 주보다는 좋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약속했던 시간이 다 됐는데요. 다음 시간에 버지니아의 이야기 좀 더 들려드리기로 하고요. 오늘 순서는 여기서 접을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