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스포츠 세상] 도핑과 스포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안녕하세요, 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이야기 보따리 풀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얼마 전 러시아 선수 8명에 대해 평생 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켰습니다. IOC는 이번 주 집행위원회를 열어,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아예 러시아 선수단 전체가 나가지 못하게 할지를 결정하는데요. 이 모든 일은 러시아 선수들이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불법 약물을 사용한 게 확인된 데 따른 징계입니다. 오늘은 ‘스포츠와 불법 약물’ 이야기,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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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스포츠 세상 오디오] 도핑과 스포츠

[녹취: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기자회견] "We have been addressing the participation of Russian athletes, here in Olympic games in Rio de Janeiro….”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현장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러시아 선수들의 불법 약물 사용 의혹에 관한 보고서를 소개하는 말, 들으셨는데요. 러시아의 불법 약물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정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약물을 사용했다고 관계자가 폭로한 게 시작이었는데요. IOC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조사를 벌였고,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리우 올림픽에 상당수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됐고, 같은 곳에서 열린 장애인 경기대회 ‘패럴림픽’에서는 러시아 선수단 전체가 퇴출됐습니다.

[음악: Celebrate Discovery- 2002 Salt Lake City Olympic Games theme]

이번에 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선수 8명을 포함해, 앞으로 불법 약물 징계로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된 러시아 동계종목 선수들은 총 22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이번 징계 대상 8명은 대부분 소치대회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인데요. IOC는 해당 메달도 박탈했습니다. 그 결과, 소치 올림픽 종합순위 1위였던 러시아는 순위도 떨어졌는데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불법 약물 사태에 개입했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징계에 반발했습니다.

[음악: Celebrate Discovery]

러시아는 지금까지 불법 약물 때문에 올림픽 메달이 취소된 숫자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50여 개나 돼서, 두 번째로 많은 벨라루스의 4배에 달하는데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열린 여름·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불법 약물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1천 건이 넘는다는 관련 논문도 있습니다.

러시아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불법 약물 적발과 이에 따른 출전 금지, 그리고 메달 취소 과정을 들여다보면, 운동선수들이 약물의 힘을 빌리는 것은 처벌받을 일이라는 게 분명합니다. 약물을 사용하면 운동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만 속임수이고, 부정행위인 것으로 국제기구들이 규정한 거죠. 또 불법 약물은 선수들 몸에도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운동선수들이 불법 약물을 쓴 건 언제부터일까요?

[음악: Celebrate Discovery]

스포츠 각 종목의 약물 사용 실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로마올림픽에 출전한 덴마크 사이클 선수가 흥분제를 먹고 경기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당시는 불법 약물을 처벌해야 한다는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기 전입니다. 약물 사용이 부정행위로 인식된 것은 1980년대부터인데요.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육상 100m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미국의 칼 루이스를 제치고 9초 79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불법 약물을 쓴 사실이 며칠 뒤 드러나면서 커다란 충격을 줬습니다.

[녹취: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승 중계] "차렷... There way cleanly Ben Johnson flying out of the lap, then Carl Lewis makes up the deficit. Ben Johnson in lead, can he hang on? Yes, he did it! Oh, magnificent!”

IOC는 사흘 만에 존슨의 금메달을 박탈하고 루이스를 우승자로 발표했고요. 존슨은 이후에도 약물 사용 때문에 선수자격을 박탈당하고 회복하길 반복하다가 1993년 영구 제명됐습니다.

불법 약물 사용은 올림픽 각 종목뿐 아니라, 직업선수들이 뛰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도 퍼졌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근육의 힘을 키우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물 사용이 늘어났습니다. 한 시즌 73개나 되는 홈런을 때리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배리 본즈도 약물의 힘을 빌렸던 게 알려지면서,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7번이나 받아 사상 최다 수상자가 된 로저 클레멘스도 불법 약물 사용 사실이 드러나, 미 의회 청문회까지 나갔습니다. 클레멘스는 가장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 유력했지만,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프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도 세계 최고 권위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첫 7연패를 이뤘지만, 불법 약물 사용 때문에 관련 기록이 무효 처리됐습니다. 특히 암스트롱은 암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세계인의 귀감이었는데요. 약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게 모든 업적을 허사로 만들었다고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고백했습니다.

[음악: Celebrate Discovery]

북한 운동선수들도 불법 약물 사용으로 적발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역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김은국과 2014년 대회에 나갔던 김은주, 리정화 선수가 메달 박탈과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특히 김은국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4년 알마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노력영웅’ 칭호를 얻기도 했는데요. 몇 년 새 김은국 선수를 중심으로 북한 역도가 빠르게 성적이 향상되면서 약물 복용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앞선 2011년에는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도핑 테스트’에 걸렸는데요, 훈련 도중 벼락을 맞은 선수들에게 한약을 먹였던 게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의도적으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저지른 일이 아닌 사정을 인정받아 가벼운 징계로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향후 올림픽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러시아의 알렉세이 페트코프 선수.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린 ‘도핑’, 오늘 주제와 직접 연관된 단어인데요. 무슨 뜻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녹취: 세계반도핑기구 기자회견] "The allegations were very serious, and, as mentioned, WADA president immediately announced the formation of an independent commission."

WADA, '세계반도핑기구'가 지난 2015년 러시아 선수들의 불법약물 관련 보고서를 검토한 뒤, 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기자회견 내용 들으셨는데요. 운동경기에서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불법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통틀어 ‘도핑(doping)’이라고 합니다. 약물, 마약을 뜻하는 ‘도프(dope)’에서 나온 말인데요.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을 감독하는 국제기구가 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WADA ·World Anti-Doping Agency)’입니다. 나라마다 ‘도핑’ 감시단체가 있고,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를 할 때마다 선수들에게 ‘도핑 테스트’를 하는 제도가 자리 잡았는데요. 소변과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불법 약물 사용 여부를 점검하는 겁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스포츠와 불법 약물에 대해 이야기했고요, ‘도핑’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가지고 오겠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미국 대표팀 주제곡인데요.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주제를 담은 ‘시간의 한 순간’, ‘One Moment in Time’,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들려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음악: ‘One Moment in Time’ by Whitney Hous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