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있죠.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도 다 다를 텐데요.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꽃이 별로라는 사람은 있어도,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나무로부터 얻는 교훈이 있다고 말하기까지 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미국 서북부에 있는 워싱턴주는 사시사철 늘 푸르른 상록수의 주라는 멋진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상록수, 에버그린(Evergreen)의 고장, 워싱턴주로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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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이름을 딴 주라는 걸 모르는 미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주의 주도인 올림피아가 그리스 올림퍼스산을 따서 만든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 싶은데요. 워싱턴주에는 그리스의 올림퍼스산의 이름을 딴 국립공원도 있습니다. 이 국립공원에 있는 산의 이름도 올림퍼스산입니다.
미국에 왜 느닷없이 그리스 올림퍼스 이름이 붙었을까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잘 아시다시피 올림픽 대회에 쓰이는 성화가 처음 채화되는 그리스 올림퍼스산은 그리스 신화에서는 신들의 산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18세기 말, 한 영국인 탐험가가 이곳의 산들을 처음 보고 만약 신들이 내려온다면 이곳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을 거라면서 올림퍼스 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신들이 노닐만큼 경치가 아름답다는 거죠.
태평양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바다, 신비로운 설산과 침엽수가 빽빽이 들어선 울창한 숲, 빙하로 만들어진 맑은 호수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고들 하는데요. 특히 '상록수의 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워싱턴주는 주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산림지대로 이뤄져 있습니다. 워싱턴주가 고향인 마르타 타운스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인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녹취: 마르타 타운스 씨] "처음 워싱턴주를 떠나 동부로 왔을 때 저는 깜짝 놀랐어요. 겨울의 끝 무렵,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세상이 항상 초록색이 아니라는 걸 몰랐어요. 왜냐하면 저희 워싱턴주는 상록수의 주거든요. 하지만 동부의 겨울은 회색이더라고요. 나무의 잎들이 다 떨어졌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좀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싱턴주가 사시사철 늘 푸르른 상록수가 울창한 주가 된 데는 날씨의 영향이 많다고 합니다. 워싱턴주는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온대우림지역에 속하는데요. 연간 강수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의 하나입니다. 연평균 강수량이 400m가 넘고요. 또 습도가 높다 보니까 잔디 같은 것들이 다른 건조한 주들 보다 훨씬 더 푸르고 싱싱한 색을 띠어서 워싱턴을 더 싱그럽게 느끼게 해준다고 해요.
워싱턴주는 동부와 서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데요. 성향도 차이가 있어서 동쪽은 좀 보수적인 편이고, 서쪽은 좀 더 자유롭고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미국 본토 내륙지역인 동쪽은 농촌 지역으로 미국 제1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하고요. 태평양에 접해있는 서쪽은 주도인 올림피아와 워싱턴 최대 도시인 시애틀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첨단기술 IT 산업의 대표주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의 고향이 바로 이 시애틀이라고 하네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본사도 시애틀에 있고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도 이곳에서 창업했습니다. 마르타 타운스 씨 도움말입니다.
[녹취: 마르타 타운스 씨]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있고요.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 노스트롬백화점, 레저용품 회사인 REI 본사도 저희 시애틀에 있습니다. 보잉항공사 공장도 큰 게 있죠. 시애틀은 많이 변했어요. 이런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국제도시가 됐죠. 그래서 교통난이 심각해졌어요. 인구는 갑작스럽게 많이 유입됐는데, 그에 맞는 기간 시설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에는 20분이면 가던 거리를 지금은 40분에서 50분은 잡아야 갈 수 있어요. 큰 문제 중의 하나죠"
마르타 타운스 씨는 워싱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놀이문화도 조금씩 바뀌는 추세라고 하네요.
[녹취: 마르타 타운스 씨] "지금은 좀 변한 것도 같은데, 워싱턴 사람들은 일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시애틀에는 비가 자주 와서 거기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저희들은 야외 활동을 많이 합니다. 등산, 스키, 요트...놀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죠. 저도 그곳에 살 때는 주말이면 자주 아이들과 인근 섬들을 가곤 했어요. 시애틀에는 페리 보트, 연락선 같은 것들이 많아서 쉽게 이용할 수 있거든요. 멋진 야영시설도 많고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어디나 예약도 필요합니다.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큰 도시들에는 그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들이 있는 경우가 많죠. 한국 서울에는 남산 타워가 있고요. 중국 상해에는 동방명주가 유명하죠. 워싱턴주 시애틀에는 '스페이스니들(Space Needle)'이 있습니다. 180여m 높이의 전망대로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관광 명소인데요. 이 스페이스니들은 보통 전망대와는 좀 다른, 뭔가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뚝 서 있는 바늘, 니들 위에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원반 하나가 올려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인데요. 이 원반이 바로 전망대 역할을 합니다. 1962년 시애틀이 유치한 세계 박람회를 위해 지은 거라고 하는데요. 당시 사람들에게, 이 스페이스니들은 얼마나 생뚱하면서 미래적인 분위기를 줬을까요?
[녹취: 현장음]
또 하나, 워싱턴주 사람들이 'Soul of Seattle', '시애틀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라는 곳인데요. 일종의 전통 시장입니다. 어느 나라든 시장엘 가면 왁자지껄,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1907년에 문을 연 이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해요.
[녹취:마르타 타운스 씨] "정말 놀랄만한 건데요. 이곳을 가면 큰 생선들이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실은 일하는 사람들이 바쁘니까 생선을 멀리까지 집어 던지는 건데요. 어마어마한 큰 생선도 거뜬하게 원하는 곳에 던지는 게 볼만 합니다. 이제는 이게 이 시장을 유명하게 하는 홍보가 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관광객들도 와서 직접 생선을 집어 던지는 체험을 하곤 하는데 재밌어들 합니다. 저도 아이들이 어릴 땐 주말마다 이곳을 가곤 했어요."
1907년에 10여 명의 농부들로 시작된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오늘날 전 세계 관광객은 물론이고, 유명한 배우나 가수 같은 유명인사들도 찾는 시애틀의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녹취: '파이크플레이스 마켓' 상인]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에서 반세기 이상, 가장 오래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살리 아몽 씨는 이곳은 항상 흥미진진하고 단 한 번도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면서 시애틀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면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을 꼭 찾으라고 말합니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에는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중 한 명인 돈 쿠자로 씨에게 이곳은 장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돈 쿠자로 씨] "1969년 저는 겨우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삼촌이 여기에 가게를 하나 내면서 그때부터 저도 여기서 일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저쪽을 보니까 예쁜 여자아이가 있는 거예요. 그 여자아이는 자기 아버지를 돕고 있었는데요. 그때 처음 서로 인사를 했는데 몇 년 후 저희는 결혼을 했죠.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시간이 다 됐네요. 저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