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정구, 해보셨어요? 세계적으로 보통 ‘테니스’라고 부르는 이 운동은 양 쪽에서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라켓으로 공을 쳐 넘겨 점수를 내는 경기인데요. 스위스 출신 프로 선수 로저 페더러가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에서 20차례 우승하는 업적을 지난주 달성했습니다. 오늘은 테니스와 페더러 이야기,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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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라켓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올림픽과 세계 대회는 물론이고, 각국에서 생활체육 경기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대중 스포츠입니다. 특히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근대올림픽 때 정식종목이었던 몇 안 되는 스포츠인데요, 기원지로 파악되는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아시아 각국까지 세계적인 저변이 넓습니다.
직업 선수들이 겨루는 프로 대회도 각 나라에서 펼쳐지는데요. 남자 테니스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ATP(프로테니스협회) 투어 대회가 일일이 소개해드리기 어려울 만큼 많습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영국의 ‘윔블던’과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그리고 미국의 ‘US 오픈’, 이 네 개를 메이저 토너먼트, 4대 주요대회로 꼽는데요. 네 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그랜드 슬램’이라고 하고, 이 대회들을 '그랜드 슬램' 대회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남자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4대 메이저대회에서 20차례 우승하는 업적을 이뤘습니다.
[녹취: 로저 페더러 경기 현장음]
페더러는 지난 일요일(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크로아티아의 마린 칠리치를 세트스코어 3-2로 꺾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호주오픈 우승컵을 안은 건데요.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400만 호주 달러, 미국 돈으로 320만 달러가 넘는 거금입니다. 페더러는 이 대회 통산 6차례 우승으로 호주의 로이 에머슨,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와 함께 남자단식 최다 우승 동률을 이뤘습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윔블던 8번, US오픈 5번, 프랑스오픈 1번을 비롯해 메이저대회 20승의 대기록을 달성한 건데요.
여자 테니스에는 24승을 거둔 호주의 마거릿 코트와 미국의 세리나 윌리엄스(23승), 독일의 슈테피 그라프(22승) 등 메이저대회 20차례 이상 우승 선수가 세 명이나 있지만, 보다 경쟁이 심한 남자 경기에서는 20승이 처음입니다. 페더러 다음으로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이 4승이나 적은 16회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통산 2위입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선수로 명성을 날리는 페더러이지만,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3년, 페더러는 22살의 나이로 윔블던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이루고, 이듬해 프랑스 오픈을 제외한 3개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단숨에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는데요. 이후 10년 가까이 전성기를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윔블던 우승 직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치고, 그때부터 4년여 동안, 2016년 US오픈까지 17개 메이저 대회 연속으로 우승에 실패하면서, 나이가 들고 기량이 쇠퇴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2016년 무릎을 다친 뒤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까지 포기했습니다. 이어서 메이저 대회는 고사하고, 일반 투어 대회 우승도 한번 없이 6개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은퇴설에 시달렸는데요.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복귀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재기했습니다. 그 해 여름 윔블던과, 이번 호주오픈 제패까지 최근 1년 동안 메이저 3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 번째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입니다.
1981년 8월생으로 만 36세 5개월인 페더러는 지난 1972년 호주의 켄 로즈월이 세운 37세 2개월에 이어 호주오픈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 2위 기록을 함께 남겼습니다. 지난해 영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메이저 대회 ‘윔블던’에서는 미국의 아서 애시가 보유했던 이 대회 최고령 우승(31세 11개월) 기록을 깼는데요.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운동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한참 어린 선수들을 꺾고 잇따라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면서, 테니스를 넘어 세계 스포츠계 주요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습니다.
페더러는 이 같은 운동선수로서의 유명세를 활용해 다양한 선행을 베풀면서 귀감이 돼왔습니다. 윔블던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달성한 지난 2003년,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스포츠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로저 페더러 재단’을 설립했는데요. 2005년에는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그 해 US 오픈에서 사용한 라켓을 경매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2006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임명돼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인도의 타밀나두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고요, 또 ‘에이즈’, 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공익 광고에도 참여했습니다.
한편, 이번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는 준결승까지 올라 페더러와 대결 중 발 부상으로 기권한 만 21세 한국 선수 정현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호주오픈 조직위원회는 공식 사회연결망 계정에 “2006년 서울에서 열린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의 경기에 정현이 볼보이(경기보조인력)로 참가했다”며, 12년 만에 페더러의 맞상대로 성장한 정 선수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는데요.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는 정현에 대해, “페더러와 (노바크) 조코비치 등이 은퇴한 후 테니스계의 카리스마(권위적 지배력) 공백을 채워줄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테니스 경기에서 자주 나오는 ‘러브’이라는 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러브(love)’는 원래 영어로 ‘사랑’을 뜻합니다. 그런데 테니스에서는 점수를 못 냈을 때, 0점을 ‘러브’라고 합니다. ‘제로’가 아니고 러브라고 하는 것은, 숫자 0의 모양이 달걀처럼 생겼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테니스는 프랑스 귀족들의 운동에서 발달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달걀이 프랑스어로 ‘뢰프(l'oeuf)’이고, 이걸 테니스 종주국을 자처하는 영국에서 영어식 '러브'로 발음했다는 겁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20차례 우승한 로저 페더러 이야기 전해드렸고요, ‘러브’가 테니스 용어로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가지고 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러브’라는 단어를 영문 철자로 풀어서 사랑의 의미를 설명한 곡 ‘L.O.V.E.’,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로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usic in>
[음악: ‘L.O.V.E.’ by Frank Sina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