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한국 사람들 만나면, 고향이 어디냐, 어디 출신이냐...즐겨 묻는 말 가운데 하나죠. 한국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사람들도 종종 고향이 어디냐, 어디서 왔느냐, 묻곤 하는데요. 이런 질문에 만약 오른손을 들어 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영락없는 미시간 사람입니다.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손을 보여줄 거라는 미시간주 노래도 있죠. 미시간주 생긴 게 꼭 오른쪽 벙어리장갑처럼 생겨서라는데요. 그래서 미시간 사람들끼리는 마치 암호처럼, 오른손을 보여주면 한눈에 척 고향 사람인 걸 알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자동차 왕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미시간으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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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진출한 미국 자동차 기업 GM사 공장이 디트로이트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디트로이트는 미시간 최대 도시죠. 또 다른 자동차제조사인 크라이슬러도 멕시코에 있는 공장을 디트로이트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이제 미시간 디트로이트는 다시 자동차 왕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미시간에서 한인 언론 매체 '주간 미시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택용 씨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김택용 씨] "몇 년 전 파산을 해서 진통을 겪긴 했지만, 다시 부활해서 돌아오는 중이고요. 그런데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나다 보니까 디트로이트 하면 못 살 동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요. 타지에서 소개하는 것보다는 막상 오시면 그렇게 많이 손상된 것을 보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의 발표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시는 미국에서 강력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지만 디트로이트시 경찰 당국은 이전보다 디트로이트시가 훨씬 더 안전해졌고, 실제적으로 범죄율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시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라는 오명을 갖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1967년에 있었던 유명한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사건입니다.
당시 디트로이트시는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 갈등이 극심했습니다. 포드, 크라이슬러, GM 같은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디트로이트에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찾아 흑인들도 디트로이트로 몰려들었고... 그러자 백인들은 점차 이른바 '8마일 로드'라는 별명이 붙은 도로를 경계로 북쪽 외곽지역으로 옮겨갔는데요.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다 결국 1967년 7월 23일 폭발하고 만 겁니다. 4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치는 대규모 폭동이었는데요. 이후 디트로이트시는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지난해가 디트로이트 폭동 50주년이었다고 하네요. 김택용 씨 설명입니다.
[녹취: 김택용 씨]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이 일어났는데, 작년 2017년이 50주년이었어요. 그래서 많은 행사를 했었는데... 그 폭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인구가 한 200만 명 정도 됐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인구가 200만에서 67만 명 정도로 줄어든 거죠. 그 결과 빈집이 많이 생겼고 가장 큰 문제는 세금, 세입이 줄어들었죠. 시 자체가 어떤 수입원이 줄다 보니까..."
현재 디트로이트 인구는 1950년대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 중 백인 인구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녹취: 김택용 씨] "미국을 강하게 만든다는 구호와, 미국 우선 정책에 대해, 미시간의 일자리를 지켜줄 거라는 기대심에 여기는 아직도 지지도가 높은 편이에요. 백인들은 지지자가 많고요. 미시간 디어본(Dearborn) 이라는 곳은 아랍 사회가 미국에서 가장 큰 곳인데요. 50만 명 정도 살고 있는데 그쪽은 완전 반대입니다."
디트로이트 인근 도시인 디어본은 포드 자동차의 창업주, 헨리 포드의 고향이자, 포드 본사가 있는 곳인데요. 현재 북미 지역에서 아랍계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어 북미지역 아랍의 수도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아랍계 사람들은 물론 아랍어로 쓰인 간판을 보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인데요. 이들과의 조율은 미시간주가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합니다.
[녹취: 김택용 씨] "아랍권은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돈 벌어 테러 자금으로 송금한다는 의혹을 받아서 기습 단속도 많고, 그래서 오히려 흑인보다 인권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레바논 출신 오사마 시블라니 '아랍아메리칸뉴스(The Arab American News)' 발행인은 서로 화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오사마 시블라니 아랍 아메리칸 뉴스 발행인] "아랍계 사람들이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다수가 되고 있다 보니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나라, 미국이 다른 나라, 다른 종교에 대해 어떻게 포용하고, 관용적이어야 하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독재자들이 통치하는 나라들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와서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이런 소수 신문사에서 그들에게 정보도 제공하고, 그들을 도와주고 있죠. 또 주류 사회에 우리도 평화를 사랑하고 폭력을 미워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시간주는 미국에서 10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입니다. 주 전체 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1천만 명이 조금 못 되는데요. 지난 2년간 자동차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인구가 느는 추세라고 하네요.
[녹취: 김택용 씨] "최근에는 유입하는 인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간 일리노이주로 많이 뺏겼는데, 지난 2년은 저희가 늘었고, 자동차 산업이 탄탄해지면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미시간은 생활비가 저렴하고, 타지역보다 싼 편입니다. 자연환경도 아름답고, 공기 너무 좋고 깨끗하고, 오대호가 있어서 환경적으로 아직도 오염 안 된 곳 중의 하나고요. 서부에서는 가뭄이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고요."
미셸 그린넬 미시간주 홍보관도 미시간주를 둘러싼 호숫물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가뭄 같은 걱정은 절대 없다고 말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미셸 그린넬 홍보관] "미시간주를 둘러싼 호숫물이 전 세계 담수의 거의 5분의 1에 해당합니다. 호수가 얼마나 넓고 큰지 직접 보시면 정말 놀랄 거예요. 바닷물처럼 짜지도 않고 상어도 없는데 바다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이것 때문에 미시간주 관광산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미시간의 이 독특한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많은 사람이 미시간을 찾으니까요"
미시간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주간 미시간 편집장 김택용 씨의 도움말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택용 씨] "미시간에는 약 1천만 명이 사는데 그 중 약 30만 명이 아시안, 그중 한인은 4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이곳에서 미시간 한인사회와 일본 사회를 가장 자산가치가 많은 커뮤니티로 지정할 정도로 구매력이 높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100여 개의 한국 지·상사가 진출해있고요. GM, 포드, 크라이슬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가 1천여 명이나 되고, 의사도 많고, 미용, 식당, 세탁소 등에서 종사하면서 나름 경제적으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끝으로 미시간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김택용 씨에게 미시간주 자랑을 해보라니 아름다운 미시간의 자연환경과 함께 이런 점을 꼽네요.
[녹취: 김택용 씨] "미시간의 릭 슈나이더 주지사가 공화당 출신인데 올해로 마감하는데요. 지난 8년간, 'Welcoming State'를 내세워 이민자 우대 정책을 많이 폈습니다. 유학생 같은 고급 인력들을 어떻게 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정착하게 하느냐 고민도 했고...외국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차별을 안 느꼈던 것, 좋은 것 같아요. 디트로이트시를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보니까, 이민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탁월하다는 거죠. 그래서 주류사회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