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하원 정보위원회가 이른바 ‘누네스 메모’를 반박하는 민주당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DACA) 시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방 의회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전미총기협회(NRA)와 관계를 끊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소식 등 총기 규제 관련 소식, 이어서 정리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공화당 쪽에서 나온 이른바 ‘누네스 메모’를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이를 반박하는 민주당 쪽 메모가 공개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하원 정보위원회가 23일 민주당 쪽에서 작성한 메모를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민주당 메모는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법무부가 지난 2016년 대선 전후 트럼프 후보 진영 인사를 조사할 때 권한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2주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메모 공개를 승인하지 않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비밀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는데요, 이번에는 비밀 내용이 많이 편집된 상태로 민주당 메모가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메모가 공화당이 만들었던 ‘누네스 메모’를 반박하는 내용이라고 했는데, 이 누네스 메모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네. FBI가 지난 대통령 선거 전후 기간 트럼프 진영 관계자를 도청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잘못된 정보를 줬다는 것이 누네스 메모의 핵심입니다. FBI가 도청 영장을 해외정보법원(FISC)에 신청했는데, 영장을 받으려면 도청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진행자) 당시 FBI가 누구를 도청하려고 했었죠?
기자) 네. 트럼프 진영에서 잠깐 외교자문역을 맡았던 카터 페이지 씨입니다. FBI는 러시아 스캔들에 페이지 씨가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페이지 씨를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FBI가 법원에 잘못된 정보를 줬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요?
기자) 네. FBI 제출 자료가 영국 대외정보국(MI-6) 출신인 크리스토퍼 스틸 씨가 조사한 자료에 대부분 의존했는데, 스틸 씨가 민주당 돈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스틸 씨 자체가 반트럼프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법원에 알리지 않고 영장을 받아냈다는 겁니다.
진행자) 스틸 씨가 조사한 자료라면 지난해 논란이 된 바로 ‘트럼프 문건’(Trump dossier)에 들어간 내용이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잡고 있다는 내용인데,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는 트럼프 문건에 들어간 내용이 모두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FBI가 부정확하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보를 제출하고 영장을 네 차례나 받았다며, 이는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연방 법무부도 잘못했다는 것이 누네스 메모의 주장입니다.
진행자) 그럼 23일 공개된 민주당 메모는 어떤 주장을 했습니까?
기자) 네. 민주당 메모는 10쪽 자리인데요. 먼저 FBI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스틸 씨가 작성한 트럼프 문건에 담긴 내용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다른 근거도 있었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또 FBI가 스틸 씨 조사에 민주당이 돈을 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누네스 메모는 주장했는데, 민주당 메모는 이에 관한 설명이 들어있었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후보에 불리한 정보를 찾는 누군가가 돈을 댔다고 FBI가 설명했다는 겁니다. 그밖에 스틸 씨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야후 뉴스에 게재된 기사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 문제라고 누네스 메모가 지적했는데, 이것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뭐가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
기자) 카터 페이지 씨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의심스러운 회동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는데요. 이 점을 법원에 주지시키려고 이 사실을 인용한 야후 기사를 제출했다는 겁니다. 민주당 메모는 또 영장 발부 판사들이 모두 공화당이 임명한 판사들이라는 점을 지적했고요. 그밖에 페이지 씨 도청으로 FBI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자, 민주당 메모 공개로 이제 관련 논쟁이 사그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민주당 메모로 공화당의 잘못된 주장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누네스 메모의 장본인인 공화당의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FBI 수사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편향됐는지 민주당 메모가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는데요. 양측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형국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역시 누네스 위원장과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넷 트위터에 올린 글과 폭스뉴스 방송과의 회견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는데요. 민주당 메모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면서 자신과 러시아 사이의 내통이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휴회에 들어갔던 연방 의회가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의회가 지난주 ‘대통령의 날’ 주간을 맞아 휴회했는데, 26일 다시 업무를 시작합니다.
진행자) 연방 의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 가운데 이번 주에 주목할만한 것이라면 어떤 항목이 있을까요?
기자) 몇 가지가 있는데, 역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DACA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와 사는 청년들의 추방을 미뤄주는 제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DACA를 없애겠다면서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연방 의회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DACA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한을 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3월 5일까지입니다. 이제 딱 일주일이 남았는데요. 원래는 이때까지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DACA 효력이 중단됩니다. 하지만, 몇몇 연방 법원이 관련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DACA 효력을 유지하라고 명령한 상태라 DACA 수혜자들이 3월 5일부터 바로 미국 체류 자격을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자, 그럼 일주일 안에 연방 의회가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상원에 있습니다.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려면 상원 의원 60명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진행자) 이게 상원의 독특한 규칙 때문에 그런 거죠?
기자) 맞습니다. 하원과는 달리 상원에는 ‘의사진행 방해’, 즉 ‘필리버스터’가 있어서 이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단순 과반수로 법안을 처리하려면 60표가 필요합니다. 현재 의석수가 공화 51석, 민주, 무소속 49석이라 민주당 협조가 없으면 DACA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데요.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는 이런 실정을 고려해 통과 가능성이 있는 법안,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법안만 표결에 올리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진행자) 최근 DACA 관련 법안이 연방 의회에서 많이 발의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많이 나오기는 했는데, 하지만, 진전이 없었죠? 특히 상원에서는 법안들이 최종 표결에 올라가지도 못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DACA를 해결해 주는 대신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합법 이민을 크게 제한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경 장벽 건설과 합법 이민 제한을 반대하고 있어서 진전이 없습니다.
진행자) 합법 이민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두 가지인데요. ‘영주권 추첨제도’(VISA lottery program)와 ‘가족 이민’(chain immigration)입니다. 영주권 추첨제도는 미국에 이민 오는 비율이 낮은 나라 시민들을 대상으로 추첨으로 영주권을 주는 제도죠? 그리고 가족 이민은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이 부모나 형제 같은 가족을 미국에 초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진행자) 그럼 백악관과 공화당은 두 항목을 없애겠다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영주권 추첨제는 없애고요. 가족 이민은 배우자나 자녀만으로 수혜 대상을 크게 줄이자는 겁니다. 휴회를 끝낸 연방 의회가 이번 주에 다시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3월 5일까지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지난 14일,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 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17명이 숨졌는데요. 이후 전미총기협회(NRA)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가운데 NRA와 관계를 끊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요. 미국 주요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과 델타가 24일 NRA 회원들에게 더는 할인 요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허츠와 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자동차 렌탈업체들도 비슷한 조처를 취했는데요.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 겁니다.
진행자) NRA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이번 사건과 NRA 회원들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NRA 회원들은 법을 잘 지키고 있는데, 학교 당국의 안전대책과 미국의 정신건강제도, 신원조회제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NRA는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하는 압력단체인데요. 500만 명이 넘는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치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NRA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를 지지했었죠?
기자) 맞습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총기 소지의 자유를 옹호하고요, NRA는 이런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총기 규제 강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NRA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플로리다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연사가 가능하게 하는 장치인 ‘범프스탁’을 금지하고 반자동소총 구매 연령을 현재 18살에서 21살로 올리는 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데이나 라쉬 NRA 대변인은 25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NRA는 두 가지 안에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NRA 입장은 이런데,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한 일반 미국인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기자)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CNN 방송이 2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 가운데 70%가 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10월,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직후 조사 때도 52%로 나온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때보다 거의 20%p가 오른 거군요.
기자) 네, 사실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있었는데요, 전례 없이 단합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에스에이투데이 신문과 서포크대학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총기 규제와 신원조회를 강화하면 대규모 총기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사람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았습니다. 또 플로리다 총기 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반자동 소총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2-1로 더 높았습니다.
진행자) 사건이 일어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플로리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총기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현재 학교가 휴교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주중에 수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3월 5일부터 정상 수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5일, 총기 난사 사건 때 대피하며 두고 간 소지품을 찾으러 학교에 왔는데요. 일부 학생은 사건이 일어난 건물을 보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학교 당국은 문제의 건물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편, 더글러스 고등학교 학생들은 다음 달 워싱턴 DC와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총기 반대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