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41대 미국 퍼스트레이디 바버라 부시 여사가 92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가 주 방위군 파견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서 연방 대법원에서 절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영주권자의 추방을 막는 결정이 나온 소식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며칠 전에 바버라 부시 여사의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기자) 네, 41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이자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어제(17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자택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향년 92세였는데요. 부시 여사는 그동안 심장과 폐 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시 가족 대변인은 지난 15일, 부시 여사가 가족, 의료진과 상의 끝에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부시 여사는 흰머리에 온화한 미소, 이웃집 할머니 같은 인상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남편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남편보다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기도 했는데요. 부시 여사가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 애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어제(17일) 애도 성명을 냈는데요. 부시 여사를 가리켜 “미국 가정의 옹호자”였다며 기렸습니다.
진행자) 부시 집안이 대가족이지 않습니까? 부시 가족 사이에서 바버라 여사의 별명이 ‘집행자’라고 하던데요. 가정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하던데, 그런 바버라 여사를 잃은 가족들 분위기 어떤가요?
기자)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슬프지만 어머니의 마음이 안정됐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족들 역시 안정됐다고 성명에서 밝혔는데요. 어머니 바버라 부시는 훌륭한 퍼스트레이디였고 수백만 명에게 사랑과 읽고 쓰는 능력을 가져다 준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바버라 여사는 어렸을 때 숨진 딸을 포함해 4남 2녀, 17명의 손자손녀를 뒀는데요. 둘째 아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죠.
진행자) 바버라 부시 여사는 미국 역사에서 남편과 아들이 모두 대통령에 취임하는 걸 본 유일한 경우죠?
기자) 맞습니다. 부자 대통령으로 존 애덤스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이 또 있긴 한데요. 하지만 애비게일 애덤스 여사는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숨졌으니까, 남편과 아들의 취임식에 참석한 건 부시 여사가 처음입니다.
진행자) 그런 여성의 기분은 어떨까요?
기자) 네, 사실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바버라 부시 여사가 농담조로 말한 일이 있는데요. 잠깐 들어보시죠.
[녹취: 바버라 부시 여사] “I had trouble when I was married to the President…”
기자) 남편이 대통령일 때도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어린이 야구 연습에 데려다 주고 방 청소 좀 하라고 야단치던 아들이 대통령이 되다니, 정말 놀랍다는 겁니다.
진행자)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애정이 깊기로 유명한데요. 미국 대통령 부부들 가운데 가장 오래 결혼생활을 계속한 부부로 기록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두 사람이 1945년 1월에 결혼했으니까 73년이 넘었습니다. 바버라 여사는 고등학교 시절인 16살 때 연말 파티에서 1살 위인 부시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두 사람이 한 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스미스 대학에 다니다가 중퇴하고 부시 대통령과 결혼했는데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부시 대통령이 돌아오자마자 결혼한 거죠.
진행자) 앞서 바버라 부시 여사가 이웃집 할머니 같은 인상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그런 전통적인 가정 주부상 때문에 비판도 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1990년 봄에 미국 동북부의 유명한 여자 대학인 웰즐리 대학교 졸업식에 바버라 여사가 연사로 초청받았는데요. 당시 학생들이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바버라 여사는 남편이 성취한 것을 통해 인정받게 된 여성이라며, 그런 여성을 기리는 것은 웰즐리에서 가르치는 것에 상반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결국, 바버라 여사가 졸업식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연설이 지금까지 명연설로 꼽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바버라 부시 여사] “Somewhere out in this audience…”
기자) 청중 속에 언젠가 내 뒤를 밟을 사람이 앉아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백악관을 돌볼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며, 그 남성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한 겁니다.
진행자)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암시하는 말을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상을 지향하는 웰즐리 학생들의 자존심을 살려준 겁니다. 공교롭게도 웰즐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모교인데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2016년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지만요.
진행자) 전통적인 가정주부상으로 알려졌지만, 바버라 여사가 남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도 많이 기여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라이더대학교 마이라 구틴 교수는 VOA와 인터뷰에서 바버라 여사가 항상 정치 활동에 관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연설 내용도 조언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직언도 서슴지 않고 했다고 하는데요. 구틴 교수는 바버라 여사가 미국 정치 생활의 정점을 경험하면서, 그런 자신의 위치를 좋은 일에 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구틴 교수] “She used the White House pulpit…”
기자) 문맹 퇴치와 에이즈 문제, 군인 가족 지원 등에 힘썼다는 건데요. 온화하게 보이지만 바버라 여사는 무척 강인한 여성이라면서 청취자들이 그런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버라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문맹퇴치재단을 세웠는데요. 이 재단은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의 읽고 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부시 여사의 장례식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오는 21일 부시 부부가 다니던 텍사스주 휴스턴 교회에서 장례식이 거행되고요, 텍사스A&M대학교에 있는 조지 H.W. 부시 기념 도서관 인근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난했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7일) 트위터에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캘리포니아주는 구멍 많은 국경의 안전과 안보를 바라지 않는가 보다”,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브라운 주지사가 주 방위군 파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캘리포니아의 높은 범죄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런 글을 올린 거죠?
기자) 네, 미 국방부와 세관국경보호국(CBP)이 16일, 캘리포니아 주가 연방 정부의 군대 배치 조건을 거부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른 반응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서 주 방위군 병력 400명을 국경에 보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브라운 주지사에게 감사를 나타냈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병력 파견에 응하면서도 캘리포니아주가 단서를 달지 않았습니까? 이민 단속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연방 군대나 주 방위군은 법 집행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불법 체류자를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활동을 못한다는 얘기인데요. 따라서 국토안보부는 국경에 배치되는 주 방위군 병력이 국경경비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도 이견이 생긴 건데, 캘리포니아가 할 수 없다고 밝힌 업무, 어떤 건가요?
기자) 카메라 감시 활동과 국경 경비대원 수송 지원 등입니다. 국방부는 캘리포니아 주의 샌디에이고와 엘센트로 지역에 237명의 병력을 보내달라고 캘리포니아에 요청했지만, 거부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캘리포니아주는 이제 주 방위군을 파견하지 않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톰 키건 사령관은 실제로 아무 것도 거부한 일이 없고, 연방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국경경비대 측은 캘리포니아 주와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해상과 공중 경계 등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주들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세 개 주, 텍사스와 뉴멕시코, 애리조나는 이미 주 방위군을 파견했습니다. 이들 주는 민주당이 이끄는 캘리포니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데요. 텍사스 650명, 애리조나 250명, 또 뉴멕시코주가 60명을 먼저 보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 4천 명의 주 방위군 병력을 국경 지대에 배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가 주 방위군 병력을 국경에 배치하기로 한 이유,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넘어갈까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높은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장벽 건설 예산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강화를 위해 장벽이 세워질 때까지 주 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어제(17일) 연방 대법원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와 관련한 결정이 나왔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 알아볼까요?
기자) 네. 제임스 디마야라는 필리핀계 이민자에 관한 소송인데요. 연방 대법원이 5-4로 디마야 씨의 추방을 명령한 하급 법원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진행자) 소송의 주인공인 디마야 씨,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13살에 미국에 온 영주권자인데요. 영주권을 따고 20년 넘게 지난 뒤인 2007년과 2009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총 4년형을 받았는데요. 연방 정부는 이 사람이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추방할 수 있다는 이민법 조항을 근거로 디마야 씨를 추방하길 원했고요, 하급 법원에서 추방 명령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법원이 어떤 근거로 이를 뒤집은 겁니까?
기자) 대법관들은 이 ‘폭력적인 범죄’라는 표현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디마야 씨가 단순히 절도죄를 저질렀을 뿐,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이 규정하는 ‘폭력적인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을 포함한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이 이런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현재 연방 대법원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더 많은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왔나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이 진보 판사들 편에 서서 결정표를 행사했습니다. 헌법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호한 법을 불친절하게 본다, 고서치 대법관이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모호한 법은 독단을 가져올 수 있으며, 따라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이민 옹호 단체들은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추방을 면할 수 있게 됐다며 크게 환영했습니다. 반면에 국토안보부는 외국인 범죄자들을 추방하려는 연방 정부 노력을 저해하는 결정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국가가 범죄자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난해 보수 성향의 판사, 고서치 판사를 대법관에 앉히기 위해서 상원 표결 규정까지 바꾸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하네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의회가 이민개혁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건데요. 안전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위험한 이민자들을 미국 사회에서 내보낼 수 있도록 의회가 법의 허점을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