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미국 여행] 쉼과 여유가 있는 곳, 플로리다 (2)

지난 2007년 마이애미 리틀 아바나에서 열린 "카에 오초 페스티벌' 중 라틴계 주민들이 벽화 앞에 모여 있다.

미국의 가장 남쪽에 있는 플로리다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휴양지가 있어 요즘 언론에 부쩍 더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플로리다주로 떠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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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쉼과 여유가 있는 곳, 플로리다 (2)

야자수, 라틴풍의 음악,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짙은 색감의 벽화들, 시가를 물고 다니는 사람들, 짙은 커피 향, 무엇보다 거리를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모습에서 이곳이 미국이 맞나 싶은 곳. 바로 플로리다주에서도 동남쪽 끝에 있는 마이애미의 '리틀 아바나(Little Havana)라는 곳입니다.

리틀 아바나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이런 이름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호르헤 두아니 쿠바연구소 소장의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호르헤 두아니 쿠바 연구소 소장] "1959년, 아주 많은 쿠바 난민들이 마이애미에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구했는데요. 너무 비싸지 않아야 했고요. 일할 곳과 그리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목을 받은 게 이곳입니다. 8번가를 따라 쭉 몰려 살면서 지금의 카에 오초(Calle Ocho) 마을이 형성되고, 리틀 아바나의 중심이 됐습니다."

1950년대 쿠바에 사회주의 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을 느낀 많은 쿠바인들이 탈출해 미국에 정착해 타운을 형성한 게 리틀 아바나입니다. 당시 공산 혁명을 반대한 쿠바인들이 또 자녀들만 대거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는데요. 쿠바계 여성 클라라 도밍고 씨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클라라 도밍고 씨] "피터팬 작전이라고 부르는데요. 피델 카스트로 정권 때 많은 쿠바 사람들이 자녀들을 미국에 보냈습니다. 쿠바 공산 정권이 자신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아이들만 보내고 몇 년 뒤에 합류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그때 부모를 떠나 마이애미에 온 많은 쿠바 어린이들이 수녀나 사제들, 또는 다른 가정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야만 했습니다. 리틀 아바나는 많은 쿠바 이민자들이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곳입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플로리다 마이애미까지는 비행기로 고작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데요. 리틀 아바나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합니다. 1959년 쿠바 공산 혁명 이후 미국과의 문호가 닫힌 이래 지난 2015년 다시 국교가 정상화되고 민간인들의 여행이 일부 풀리기까지 미국인들에게 쿠바는 오랫동안 갈 수 없는 나라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리틀 아바나는 쿠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플로리다를 찾는 많은 미국인들이 한 번쯤은 들리고 싶어하는 곳이 됐다고 합니다.

[녹취: 호르헤 두아니 쿠바 연구소 소장] "리틀 아바나의 쿠바문화는 매우 다양하고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며 예술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고 유쾌합니다. 쿠바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열정적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행복하고 재미있죠. 리틀 아바나에서는 그런 쿠바 문화와 쿠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반면 플로리다 한인 사회는 몰려 살지도 않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고 하네요. 플로리다 주민 윤현경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윤현경 씨 ] "막상 살아보니까, 여기는 시카고나 워싱턴, 그런 대도시에 비해 한인들이 아주 적어요. 여기는 지역적으로 몰려 살지 않고,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왜 그러냐면, 한국에서 파견 나오는 분도 별로 없고, 워싱턴 D.C.나 시애틀, LA는 한 번에 올수 있는 거리인데, 여기는 꼭 한번 경유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학 연수라든가 그런 경우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플로리다에 오시는 분들은 거의 다 친지가 있거나 그런 경우가 많아요."

윤현경 씨는 플로리다 주민들이 꽤 친절하고 낙천적이라고 하네요.

[녹취: 윤현경 씨 ] "플로리다 사람들은 정말 친절해요. 길거리 다니며 부딪히거나 운전할 때나 매너 정말 좋아요. 저는 대도시 가면 욕 나와요. 애틀란타, LA, 워싱턴도 가봤지만 여기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낙천적이에요. 사람들이 느긋해요. 느리고 느긋하고, 날이 더우니까. 너무 더워서 젊은 사람들이 살긴 좀 심심할 수도 있어요. "

키웨스트에 위치한 헤밍웨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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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플로리다의 볼거리, 자랑거리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플로리다 하면 무엇보다 세계적인 관광명소, 디즈니월드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디즈니월드는 4개의 테마파크가 있는데요. 동화책에 나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궁전부터 디즈니영화를 소재로 한 각종 놀이기구와 쇼, 얼룩말과 사자, 코끼리까지 여길 가면 다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놀이 공원의 크기가 약 100km², 이게 어느 정도냐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한으로 치면 개성시 절반보다 좀 더 큰 건데요. 놀이 공원 크기를 도시와 견줄 수 있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겠죠?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연간 평균 5천2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한국 전체 인구수 정도 되는 사람들이 한 해 동안 이곳을 방문한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유명한 인기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도 플로리다에 있다고 하는데요. 플로리다 주민 로버트 허드슨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로버트 허드슨 씨] "키웨스트(Key West)란 곳에 있어요. 아주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일반인들이 관광할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는데요. 특이한 점은 고양이가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50마리도 넘게 있어요. 헤밍웨이가 살아생전 고양이를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2017년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키웨스트 섬을 휩쓸고 지나갔는데요. 헤밍웨이의 집은 물론 그곳에 살고 있던 고양이들도 모두 무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헤밍웨이의 고향은 플로리다가 아니라 중부 미주리주인데요. 하지만 노년의 헤밍웨이가 찾아든 곳이 플로리다주에서도 가장 끝,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였던 것이죠. 이곳에서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우주선 이착륙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 케네디 우주센터도 플로리다주에 있고요.

[녹취: 로버트 허드슨 씨] "케네디 우주센터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배럴에 있습니다. 그 곳에 가면 인간의 달 착륙을 가능하게 해준 새턴 V 로켓부터 시작해, 미국의 우주탐험의 역사를 일반인들도 다 볼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

윤현경씨에게도 플로리다의 자랑거리를 물어봤는데요. 윤현경씨는 우선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해변과 멋진 풍광을 꼽네요.

[녹취: 윤현경 씨] "클리어워터 비치(Clear Water Beach) 다리 건너면 물이 에메랄드예요. 비치 들어가려면 구름다리 비슷한 걸 건너가는데, 정말 잡지에 나오는 바다물 색깔이에요. 또 굉장히 유명한 다리가 있는데, 선샤인 스카이웨이 브리지(Sunshine Skyway Bridge)라고 이름 그대로 하늘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 굉장히 높이 올라가요. 유람선이 지나가라고 그렇게 높게 지었다는데 볼거리죠. "

윤현경 씨는 하지만 플로리다의 자랑으로 뭐니 뭐니 해도 소소한 일상 속 쉼과 여유 있는 삶을 꼽네요.

[녹취: 윤현경 씨] "역사가 오래돼서 다리가 위험하다 해서 그걸 폐쇄하고 그 다리를 반 뚝 잘라서 거기서 사람들 낚시하게 했는데요. 재미있는게 4월에서 6월 초까지 게잡이를 해요. 게들이 보름날 물살 세면 그냥 떠내려와요. 줄줄이 꽃게들이 막 떠내려오면 그걸 건지는 거예요. 막 새끼랑 껴안고도 떠내려오고 거짓말 안 하고 몇백 마리도 잡아요. 잡아서 산채로 냉동해서 그래서 간장게장을 담가놓고 양념게장 만들어서 친구들 주기도 하고. 시간 넉넉히 두고 오면 정말 볼거리가 많습니다"

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