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대북제재강화법으로 북한 인권 개선과 제재 해제 연계해야”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평양에 도착한 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적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비핵화 문제가 우선인 데다 북한 정권이 인권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첫 정상회담부터 이를 제기할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미 의회가 채택한 대북제재강화법이 인권 개선을 의무 조항에 담고 있기 때문에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금 평양에서는 모든 게 잘 돼 가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9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부 장관에게 강조한 말입니다.

재무부 관리 출신인 앤서니 루지에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연구원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 부위원장의 말을 옮겨 놓으며, 그러나 많은 북한 정치범들의 말은 들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구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모든 게 긍정적이란 김 부위원장의 주장을 비난한 겁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은 “어려운 결정”, “미국 정부가 다시는 이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모든 협상 타결에 북한의 끔찍한 인권 침해가 제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을 중요하게 다룰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 7일 토론회에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부 장관이 지난주 북한의 비핵화 의미를 설명하며 생·화학무기까지 협상 의제에 추가했지만, 인권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he included chemical/bio and all of that in that in that, but he didn’t bring up human rights.”

테리 선임연구원은 인권은 북한 정권에 아주 민감한 주제라며 정치범수용소 문제 등 인권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에 의구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연구소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도 북한의 인권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 사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린 부소장] “it doesn’t seem to be a priority for this administration. I think it would be a mistake…

비핵화 외에 생·화학 무기, 사이버 위협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겠지만, 인권은 이런 사안보다 더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뒤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이 과거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점도 이유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폼페오 장관이 9일 평양에서 김영철을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한 것도 이런 회의적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과거 한국정부가 천안함 폭침 등 여러 도발을 주도했다고 비난한 인물로 미국과 한국, 호주, 유럽연합을 포함해 적어도 세계 31개 나라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미 정부는 지난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이던 김영철을 재래식 무기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정찰총국과 함께 제재 대상에 올렸었습니다.

VOA는 8일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지 여부와 회의적 기류에 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를 할지 앞서 나가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인권 문제는 미국이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와 만날 때마다 제기하는 사안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노어트 대변인] “I can tell you that the human rights abuses that is an issue that we always bring up with countries who are abusing human rights.”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7일 CSIS 토론회에서 북한 관리들과 인권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도 아주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this is our domestic issue. Why do you care about our human rights, and how about your human rights, you know?”

윤 전 대표는 북한 관리들은 “인권이 내정 문제인데 왜 우리의 인권을 걱정하는가, 미국의 인권은 어떤데?”라고 따져 묻는다며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게 “지독하게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서로 계속 대화를 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가운데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그린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인권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지 않으면 실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린 부소장] “I think it would be a mistake not to include in some form, because it will matter an awful…”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이 사안을 중시하는 미국 의회와 미국인들, 북한 정권의 납치로 가족을 잃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에게 끔찍한 일이 될 것이란 겁니다.

쉬나 그라이튼 미주리대 교수는 CSIS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 탈북민을 초청하고 백악관에서 탈북민들을 만나는 등 이미 인권을 제기할 토대를 다졌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정상회담에서 인권 사안이 제기되기는 힘들 수 있겠지만, 추후 대북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인권을 적극적으로 연계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 그라이튼 교수] “the North Korea Sanctions Policy Enhancement Act contains 36 references to human rights, including provisions for mandatory designation……”

그리이튼 교수는 미 의회가 채택한 대북제재강화법은 인권에 관해 36번을 언급하고 인권 개선에 관해 의무 조항까지 담고 있다며 의회가 의지만 있다면 인권 개선을 대북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9일 VOA에 폼페오 장관 등 미 관리들이 만나는 북한의 많은 고위 관리들이 손에 피를 묻힌,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Pompeo met with Kim Jong-un who is on the US sanction’s list for human rights violations..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 정부가 지난 2016년 여러 인권침해 이유로 이미 제재를 부과했고 김영철도 제재 대상이며, 북한 정권은 유엔이 반인도적 범죄를 확인했기 때문에 안보 사안만 중시하며 그냥 지나칠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 때문에 안보 사안을 진전시키며 예비회담 혹은 추후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반드시 제기하거나 상황에 따라 회담 자체를 거부하며 인권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