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겠지만, 미국 50개 주 가운데는 한반도의 몇 배 만한 주도 있고요, 반대로 한국의 어느 한 지방보다 작은 주도 있습니다. 동북부에 있는 로드아일랜드주가 바로 그렇게 작은 주인데요. 하지만 크기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곳, 로드아일랜드입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오늘은 미국의 가장 작은 보석 같은 주, 로드아일랜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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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대부분 주는 큼직큼직한데, 동북부에 있는 로드아일랜드주는 뉴욕, 코네티컷, 매사추세추주 등에 둘러싸여 한눈에도 복닥복닥해 보이는 주입니다.
주 전체 면적이 약 3천100km²,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가장 작습니다. 로드아일랜드는 남북의 길이가 약 80km, 동서로 60km 조금 넘는데요. 그래서 자동차로 한 시간만 달리면 주 끝에서 주 끝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드아일랜드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 중의 하나가 "크기가 다가 아니야!"라고 하네요.
로드아일랜드는 이름에 아일랜드(Island), 섬이란 말이 들어가 있어서 섬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하는데요. 섬은 아니고요.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왜 로드아일랜드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요? 로드아일랜드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터줏대감, 김희몽 로드아일랜드대학 교수의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김희몽 교수] "원래 로드아일랜드라는 조그만 섬이 있긴 있는데요. 정식 이름은 '로드아일랜드와 프로비던스 플랜테이션(The State of Rhode Island and Providence Plantations)'입니다. 옛날에는 조지아 플랜테이션, 이런 식으로 독립하기 직전에는 플랜테이션이라고 붙였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프로비던스와 로드 아일랜드가 합쳐 있는 곳이다, 이런 건데, 프로비던스는 시 이름이니까 그냥 줄여서 로드아일랜드주가 된 겁니다. "
미국 역사에서 동북부, 그리고 대서양이라는 지리적 조건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을 떠나온 청교도들, 흔히 '필그림 파더스(Pilgrim Fathers)'라고 하는 미국의 선조들이 오랜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대서양의 가장자리, 미국 동북부 지역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동북부에 있는 6개 주를 일컬어 뉴잉글랜드주, 새로운 영국의 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로드아일랜드도 바로 이 6개 주 중의 하나인데요. 그래서 로드아일랜드는 고풍스럽고 유서 깊은 역사의 흔적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녹취: 김희몽 교수] "여기는 전형적인 뉴잉글랜드 분위기입니다. 오래된 곳이죠. 집들 지붕이 뾰족뾰족하고 눈 때문이죠. 미국의 전형적인 경치 하면 떠오르는 동네예요. "
지붕들이 뾰족뾰족한 이유, 눈이 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는데요. 그만큼 눈이 많이 오는 곳일까요? 1977년에 로드아일랜드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김희몽 로드아일랜드대학 교수에게 로드아일랜드 날씨는 어떤지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희몽 교수] "처음 비행기에서 내릴 때 그때가 5월이었는데 눈이 쌓여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추운 곳인 줄 알았는데 그 해가 이상기온이었다고 하고요. 오후 되니까 눈이 다 녹더라고요. 비교적 온화해요, 해양성 기후기도 하고. 겨울에 눈이 많이 올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고요. 어떤 겨울은 춥지만 또 어떤 겨울은 따뜻하고요. 그런데 지난 40년간 느낀 바로는 봄은 짧고, 겨울은 길어요. 겨울은 1월부터 4월까지도 쌀쌀한 기온이 안 가셔요. 이곳은 4월 중순, 5월이나 되어야 꽃이 피고 그래요."
로드아일랜드는 비록 땅 면적은 작지만 바다를 품고 있는 주입니다. 주 면적보다 해안선의 길이가 훨씬 긴데요. 앞서 말씀드린 데로 동서남북, 가로세로 100km가 안 되는데, 로드아일랜드의 해안선은 길이가 무려 640km에 달합니다. 그래서 Ocean State, 바다의 주라는 거창한 별명도 갖고 있다는데요.
[녹취: 김희몽 교수] "로드아일랜드는 해변이 대서양을 직접 면하고 있어서 비치들이 굉장히 좋아요. 만이 쭉 들어와서 프라비던스시까지 이어지는데요. 강인데도 만조의 영향을 받아서 높이가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해안선이 길어서, '오션스테이트(Ocean State)'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주 면적 대비 해안선이 제일 깁니다. 여기는 바다하고 굉장히 밀접한 생활을 합니다. 여름에는 30분 운전하면 비치가 나오니까 낚시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뉴욕에서도 낚시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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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아일랜드는 비록 50개 주 가운데서 가장 작은 주지만, 주민들의 자부심은 아주 강한 곳입니다. 가장 작은 면적을 가졌지만 경제적 규모는 절대 뒤처지지 않았는데요. 심지어 150년, 200년 전에는 가장 잘 사는 주 가운데 하나였다는데요. 대서양에 붙어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김희몽 로드아일랜드대학 교수의 도움말입니다.
[녹취: 김희몽 교수] "여기 프로비던스에 노예선 선주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곳 프로비던스로 아프리카 노예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본보기가 존 브라운이라는 노예선 선주인데요. 이 사람 이름을 따서 브라운대학이 생겼어요. 브라운은 노예선을 몇 척 가지고 있었는데 노예선이라는 게 배가 한번 뜨면 돈이 많이 들어옵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데리고 와서 경매해 팔고, 남쪽에 공급하고 수금하고, 그곳에서 생면화를 가지고 오면 여기 방직공장에서 천 짜서 팔고 무역을 하면서 이중삼중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래서 존 브라운이 죽을 때, 그 돈을 당시 조그만 동네 학교에 기부하고 죽었는데 그 학교가 이름을 브라운으로 바꾸고 그 돈으로 건물도 짓고, 학교도 짓고 해서 아이비리그가 된 거죠. "
아이비리그(Ivy League)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 대학을 일컫는 말인데요. 노예선 선주였던 존 브라운이 형제 니콜라스 브라운 등과 함께 거액의 돈을 동네 대학에 기부함으로써, 오늘날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브라운대학교로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거라고 하네요.
로드아일랜드는 또 한때 방직 산업이 굉장히 성행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에서 잠깐 들으신 것처럼 이 역시 노예선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요.
당시 로드아일랜드의 노예선 선주들은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들을 남부에 있는 농장주들에게 팔았습니다. 목화 수확을 위해 일손이 필요했던 남부의 농장주들이 아프리카 노예들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당시 노예선들은 이들 노예들을 내려놓고 그냥 빈 배로 돌아오지 않고, 목화를 가득 싣고 돌아와 이곳에 있는 공장에서 실을 뽑고 옷감을 만들어냈던 겁니다. 자연 이 지역의 섬유, 방적 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오늘날 로드아일랜드에는 슬레이터스빌(Slatersville)이라는 도시가 있는데요. 로드아일랜드에 미국 최초의 방적 공장을 세운 새뮤얼 슬레이터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로드아일랜드를 미국의 가장 작은 보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유서 깊은 사적들이 보석처럼 빛나기도 하지만, 로드아일랜드는 실제로 보석 세공업이 미국에서 가장 발전했던 곳이기 때문이라네요.
[녹취: 김희몽 교수] "방직 공장 산업을 시작했을 때, 보석 산업도 시작됐습니다. 그건 진짜 비싼 장신구가 아니고 은으로 만든 장신구나, 주석 같은 데 금은 도금하거나 이런 식이었는데요. 당시, 그게 큰 비즈니스였습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ISD)'라고, 그런 비즈니스 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방직, 패션, 쥬얼리, 아트 스쿨 하나 만들자 해서, 그 사람들이 출자해 만든 학교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이란 곳입니다. 보석은 1970~80년대 지나면서 한국, 타이완으로 넘어가서, 이제는 중국으로 다 갔고요."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미술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들어봤음 직한, 미국 최고의 명문 예술 대학의 하나입니다. 브라운대학교와 더불어 로드아일랜드의 자랑거리이기 한데요. 한때 로드아일랜드의 부를 채워줬던 노예선, 섬유, 보석 세공 같은 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이제는 교육이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김희몽 교수] "힘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산업적인 것도 하려고 노력하지만, 소비 관광과 더불어 교육 쪽으로 눈을 돌리는 듯합니다. 일단 브라운대학교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이 있고요. 프라비던스칼리지, 로드아일랜드칼리지, 존슨앤웨일즈 등, 이 작은 곳에 대학교가 다섯 개나 되요. 몰려 있어요. 젊은 사람들 꽤 많고요."
그래서 로드아일랜드는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지역 환경과 열정과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젊은 학도들의 열기가 어우러져,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로드아일랜드 주민들은 자랑하고 있습니다.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시간이 다 됐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 하지만 주민들의 자부심만은 그 어느 곳보다 강한 보석 같은 로드아일랜드 주 이야기는 다음 주 더 들려드리기로 하겠고요. 저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