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힐 전 차관보] “트럼프-김정은 성명, 과거보다 후퇴…검증이나 일정 언급 전혀 없어”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 성명에는 검증 절차나 비핵화 일정이 명시되지 않는 등 과거 합의보다 후퇴한 선언이라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1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김정은이 미-한 양국의 사이를 틀어놓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힐 전차관보) 이 공동 성명은 매우 애매 모호하고 일반적이며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성명에는 일종의 행동 계획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제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라면 매우 빠르게 이런 일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기자) 비핵화 부문에 있어서 과거 성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힐 전 차관보) 과거 저희가 봤던 성명들보다 후퇴했다고 생각합니다. 검증이나 비핵화 일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비핵화를 어떻게 진행할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떻게 다시 가입하도록 할지 등도 다뤄지지 않았죠. 이번 공동 성명은 매우 일반적이며 채택 5분을 남겨놓고 작성된 것 같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모든 협상은 실패했고 유화정책에 불과했다고 비판해왔습니다. 과거 대북 협상을 이끈 경험도 있으신데요.

힐 전 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합의들과 이번 합의를 비교해본다면 과거 합의들이 훨씬 더 포괄적이었고 엄격했으며 명확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이번 성명 2항에 포함된 한반도의 평화 체계 구축 노력이 무슨 뜻입니까?

힐 전 차관보)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평화 협정을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직접적인 당사국이 참여해야 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둘이 얘기할 사안이 아니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중지하겠다는 식의 발언도 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에 앞서 한국 정부나 미 국방부와 미리 논의했을지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협의를 거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주장하듯 훈련이 매우 도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전쟁게임(war game)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지금까지 봤을 때 김정은이 미-한 관계를 틀어놓는데 있어 성공한 거 아닙니까?

힐 전 차관보) 김정은이 사이를 틀어놓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한국 대통령 역시 매우 행복할 것이라는 점을 빼면 말이죠.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지방 선거를 치르는데 이번 회담 등 모든 것들의 결과들로 인해 여당이 매우 잘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이 우려해야 하는 발언들이 많이 나온 것 아닙니까?

힐 전 차관보)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안전 문제를 북한과 논의한다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물론 저는 이런 발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논의를 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기자) 공동 성명이 채택됐는데 그럼 이제 앞으로 밟아야 할 단계는 무엇이 있습니까?

힐 전 차관보) 폼페오 장관이 이번 성명을 토대로 행동 계획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을 찾아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거죠. 저는 다자간 절차를 밟을지 지금과 같은 양자간 절차를 계속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 성명에 대한 평가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