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프리 전 부보좌관] "군사훈련 양보, 쉽게 번복할 수 있는 협상 카드"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양보한 이유는 북한이 말을 번복했을 때 쉽게 재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킬 경우 유엔 제재를 완화했다 재개하는 것보다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게 훨씬 쉽다는 지적입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라크 대사와 터키 대사를 지낸 제프리 전 부보좌관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공동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우선 많은 세부사항을 알지는 못하지만 매우 일반적인 성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를 비핵화한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지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 군사훈련과 관련해 꽤 큰 양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이런 양보는 쉽게 뒤집을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전쟁연습에 비유하며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말하시는 겁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네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쉽게 뒤집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역시 진지하게 말했지만 합의의 일부분은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유일한 것은 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건 쉬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부품 시설들을 해체하지 않는다면 군사훈련을 쉽게 재개할 수 있죠.

기자)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어떻게 재개할 정당성이 있습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자신에게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말했기 때문이 이처럼 표현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와 일치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대통령이 아니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 훈련을 재개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선언은 과거 합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과거와 두 가지 상황이 다릅니다. 우선 두 정상이 이렇게 약속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이 모든 절차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타격 역량 개발을 검증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게 멈췄다는 점입니다. 미국 역시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행동을 준비하는 것에서 멈췄습니다. 저희는 군사충돌에 매우 가까워졌으나 이런 절차를 통해 이 상황이 동결됐습니다. 이는 좋은 일입니다.

기자)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목표는 추가 제재를 하지 않는 대가로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을 동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네 현재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개발을 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추가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죠. 또한 결과적으로는 비핵화로 향해간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영변 핵 시설 사례에서 봤듯이 북한은 자신들이 하던 행동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역시 저희가 하는 일을 뒤집을 수 있어야 하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제재를 완화하는 것보다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게 더 현명합니다. 제재의 경우 재개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필요한데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반면 군사훈련은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김정은이 주민들을 사랑하고 똑똑하다고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80%는 진지한 외교적 수사가 아닙니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트럼프처럼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클린턴이나 오바마, 부시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있죠.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최근 캐나다 총리에게 좋은 말들을 했다가 화가 나자 그를 나약하고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던 걸 보십시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떤 일정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알고 있는 핵 관련 시설들의 폐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어떤 로드맵을 택하고 시간 일정을 어떻게 잡으며 사찰단을 북한에 투입시키는 일이 될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제프리 전 부보좌관으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 성명에 대한 평가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