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어제(12일) 미국 내 5개 주에서 ‘프라이머리’가 진행됐습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현역 공화당 하원 의원이 낙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연방 지방법원이 AT&T와 타임워너사의 초대형 합병을 승인했습니다. 미국인들의 기부금 액수가 사상 처음으로 4천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어제(12일) 미국 내 몇몇 지역에서 프라이머리가 진행됐죠?
기자) 네.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인, 네바다, 그리고 노스다코타주에서 프라이머리가 치러졌습니다. 프라이머리는 보통 한국어로 예비선거라고 하는데, 11월 본 선거에 나갈 각 당의 후보를 뽑는 겁니다.
진행자) 어제(12일) 프라이머리에서 화제가 된 지역들이라면 어디를 들 수 있을까요?
기자) 단연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눈길을 끕니다. 특히 연방 하원 제1선거구 공화당 예비선거가 화제였는데요. 현역 의원인 마크 샌포드 의원이 케이티 애링턴 후보에게 졌습니다.
진행자) 샌포드 하원 의원이라면 공화당 소속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비판적인 사람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대상이 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비선거가 끝나기 몇 시간 전에 샌포드 의원이 문제라고 공격하면서 애링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샌포드 의원은 올해 하원 의원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두 번째 공화당 현역 의원입니다.
진행자) 올해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걸로 분석되는데, 결국 샌포드 의원도 이런 현상의 희생양이 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주지사 예비선거도 관심거리였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가 프라이머리를 통과할 수 있느냐가 주목됐는데, 맥매스터 주지사는 현재까지 약 42% 득표율로 1위에 올랐는데요. 하지만, 과반 득표를 못 해서 규정에 따라 올해 7월에 계획된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맥매스터 주지사는 유엔 대사로 나간 니키 헤일리 전 주지사 자리를 이어받은 사람이었죠?
기자) 네. 그래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정식 임기에 도전하는데, 같은 당의 존 워런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습니다. 언론 분석에 따르면 이 워런 후보도 결선투표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인 트레이 가우디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도 이번에 물러나는데요.
기자) 네, 가우디 의원의 지역구인 하원 제4선거구도 관심거리였는데, 현재까지 개표 결과 공화당에서 리 브라이트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브라이트 후보와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될 상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외에 다른 지역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먼저 메인주가 눈길을 끕니다. 일단 상원 의원 경선에서는 민주당의 잭 링글스타인 후보, 그리고 공화당의 에릭 브래이키 후보가 경쟁자 없이 당선됐습니다. 두 후보는 본선에서 무소속인 앵거스 킹 상원 의원과 맞붙습니다.
진행자) 이 메인주가 예비선거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기자) 네. ‘순위선택투표(ranked-choice voting)’ 방식이라고 합니다. 메인주에서는 투표할 때 유권자들이 후보로 나온 사람들에 대한 선호도를 순위로 매겨야 합니다.
진행자) 이게 무슨 말인가요? 가령 후보가 5명이라면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매긴다는 말입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개표 결과, 표를 가장 많이 얻은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했으면, 이 사람이 그대로 후보로 확정이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셈이 복잡해집니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후보들 가운데 1위에 오른 횟수가 가장 적은 사람을 탈락시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얻었던 표를 이 사람을 1위로 뽑았던 유권자가 2등으로 뽑은 후보에게 나눕니다. 이 과정을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겁니다.
진행자) 이렇게 복잡한 방식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런 방식을 쓰면 예비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일단 자기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요. 또 후보들끼리 타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진행자) 캘리포니아에서도 이런 방식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과는 다른 예비선거 방식이 있었죠?
기자) ‘정글 프라이머리(jungle primary)’라고 해서 당적을 불문하고 예비선거에서 1위와 2위에 오른 후보만 본 선거에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승리한 후보들 당적이 같을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자. 메인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외에 다른 지역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먼저 노스다코타주에서는 현역 상원의원인 민주당 하이디 하이트캠프 의원의 대항마로 케빈 크레이머 하원의원이 당선됐습니다. 하이트캠프 상원의원은 경쟁자 없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네바다주 상원 의원 예비선거도 눈길을 끄는데요. 공화당에서는 현역인 딘 헬러 상원의원이 이겼고, 민주당에서는 초선 하원 의원인 재키 로즌 의원이 본선거에 나갈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진행자) 이 네바다주 상원 의원 자리도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탈환을 노리는 자리 가운데 하나죠?
기자) 맞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데요. 헬러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네바다 현역 주지사가 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하는데, 민주당에서는 스티브 시솔랙 후보가, 공화당에서는 애덤 랙설트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지난 1999년 이래 네바다 주지사 자리는 모두 공화당이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버지니아 예비선거 결과는 어떤가요?
기자) 상원 의원 예비선거를 보면,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팀 케인 상원의원이 경쟁자 없이 이겼고요. 공화당에서는 코리 스튜어트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스튜어트 후보는 지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때 공화당 예비선거에 나와 간발의 차로 패배한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어제(12일) 연방 법원에서 초대형 합병을 승인하는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대형 통신회사인 AT&T와 역시 대형 미디어 회사인 타임워너의 합병을 승인하는 판결이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지방법원에서 나왔습니다.
진행자) 두 회사 합병이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네. 8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제까지 이 분야 합병 규모로는 가장 액수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AT&T와 타임워너라고 하면 해당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 아닙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AT&T는 유무선 전화망과 인터넷망, 그리고 유선방송망을 제공하는 통신업체입니다. 인수대상이 된 타임워너사는 유명 유선방송 채널인 HBO와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사 그리고 CNN방송과 TNT 방송을 소유한 거대 미디어 기업입니다. AT&T사는 자사가 보유한 통신망에 타임워너가 가진 콘텐츠를 결합해 거대 통신-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미 연방 정부가 두 회사 합병에 반대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연방 법무부는 AT&T가 타임워너사를 인수한 뒤에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방송 수신료를 올리거나 아니면 다른 불공정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시장 독점 문제를 담당하는 연방 법무부는 이를 이유로 두 회사 합병을 막아달라고 연방 법원에 소송을 냈었습니다.
진행자) 결국 이 소송에 연방 법원이 AT&T 쪽 손을 들어준 것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지법 판사는 두 회사 합병이 미국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주장을 연방 정부가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조건 없이 두 회사 합병을 승인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한편 소송 당사자인 연방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고 밝혔는데요. 상급법원 항소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 건 외에 다른 대형 합병 건도 승인을 기다리고 있죠?
기자) 네. 대형 이동통신 회사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건이 있고, 또 거대 미디어 업체인 월트디즈니의 21세기 폭스사 인수 건도 있는데요. 이번 연방 법원 판결이 이들 인수-합병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인들은 기부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데요. 기부금 총액 면에서 새로 기록이 세워졌군요?
기자) 네, 미국 비영리기관 ‘기빙유에스에이(Giving USA)’가 12일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미국인들이 기부한 돈이 총 4천10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기부금 총액이 4천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한 해 전보다 5% 정도 늘어난 겁니다.
진행자) 4천100억 달러라고 하니까 감이 잘 안 오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나 되는 액수입니까?
기자) 웬만한 나라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이스라엘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GDP가 3천200억 달러, 아일랜드는 2천900억 달러였습니다. 참고로 2016년 미국의 GDP는 18조5천억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기부금이 늘어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지난해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등 큰손들의 기부가 늘어난 덕이 큽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 설립자죠? 마크 주커버그 부부가 20억 달러, 또 컴퓨터 제조업체 ‘델테크놀로지(Dell Technologies)’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마이클 델 부부가 10억 달러를, 각각 자신들이 설립한 자선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인들이 주로 어느 분야에 기부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그간 늘 그래왔듯이 교회와 성당 등 종교기관에 대한 기부가 가장 많았습니다. 전해보다 3% 늘어나면서 거의 1천300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이는 전체 기부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겁니다. 그 다음 2위는 대학 등 교육기관으로 나타났는데요. 한 해 전보다 6% 늘어난 59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기부금이 늘어난 게 큰손들 덕이 크다고 했는데요. 일반 미국인의 경우를 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기부한 돈은 가처분소득, 그러니까 각 개인이 저금하든 뭘 하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의 2% 정도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1978년과 같은 수준입니다. 또 국내총생산(GDP) 비율로 봤을 때도 계속 2%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요? 금전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이런 너그러운 태도를 미국인들이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사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구 비율로 본다면, 최근 몇 년 동안 기부금을 내는 가구가 줄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00년에는 어느 곳에든 기부를 한 가구가 전체의 67%에 달했는데, 2015년에는 57% 정도에 그친 겁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