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연합훈련 중단은 한국 안보 훼손…주한미군 철수하면 미국 손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미-한 연합군사훈련 모습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은 한국의 안보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레이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코브 전 차관보는 14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약속된 미국의 군사적 양보 조치는 역내에 나쁜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보상은 강압적인 사찰과 핵 시설 해체 등 구체적인 행동 뒤에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코브 전 차관보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

코브 전 차관보) 북한에 무언가를 주면서 얻은 게 없습니다. 북한과 중국 모두 미-한 연합훈련에 매우 반대해 왔습니다. 북한을 침공하기 위한 ‘전주’로 여겼죠. 한국, 일본과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두 나라는 미국의 방어 공약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훈련을 “연기”한다고 말하는 대신 “중단”이라고 표현한 것은 곧 한국 방어 역량의 훼손을 의미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한 군사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보시는지요?

코브 전 차관보) 전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연합훈련은 도발적인 게 아니라 방어적 성격입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이 현지에서 (한국 군과) 협력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빈센트 브룩스 미-한 연합사령관이 총지휘를 하면서 공조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괌에 배치된 미 공군 등을 어떻게 현지에 투입해 병력을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죠. 도발적이 아니라 군사 준비 태세를 갖추는 차원이고, 미국은 이런 훈련을 전 세계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따라서 북한과의 핵 협상이 미-한 군사훈련 중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코브 전 차관보) 협상을 하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됐을 때, 뿐만 아니라 북한이 38선 바로 앞에 배치한 모든 포를 제거했을 때나 군사훈련 중단을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초반에 우선 훈련부터 중단하고 보는 것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무조건 뭔가 주는 것과 같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바란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는데, 북한과 중국, 그리고 역내 동맹국들에게 어떤 신호로 읽힐까요?

코브 전 차관보) 명백하게 나쁜 신호를 보낼 겁니다. 특히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가 미군의 훈련과 유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가령 주한미군을 모두 미국으로 철수시키면 미국이 치러야 할 비용은 더 커집니다. 현재는 한국 정부가 미군 주둔에 경제적, 혹은 다른 방식의 지원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저도 오래 전에 한국 정부와 미군 주둔 비용을 놓고 협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자) 미군을 본국에 두면 아무래도 유지 비용이 더 들것이란 뜻이죠?

코브 전 차관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해산시킨다면 모를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얘길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국방 예산은 병력 확대 계획을 보여주니까요. 따라서 주한미군을 귀환시키면 그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 등 비용이 발생합니다.

기자) 미-한 군사훈련 중단 등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유도하는 동력은 되지 않을까요?

코브 전 차관보)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1990년대 초부터 비핵화를 말로만 반복했죠. 그랬을 뿐인데도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건 북한에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런 보상은 나중에 주어져야 합니다. 가령 북한이 매우 강압적인 사찰을 받아들이거나 핵 관련 실험 시설을 해체하는 수준의 조치를 취할 때나 고려돼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 간의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은 어느 시점에나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코브 전 차관보)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고, 매우 강압적인 사찰을 받아들여 지속적인 비핵화 절차를 확인 받으며, 한국과의 접경지역에 집중 배치된 포들을 모두 제거하면 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북한의 군사 위협이 없다고 간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런 시점에 도달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의 안보를 훼손하게 될 겁니다.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직후 밝힌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 등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