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6.25 한국전쟁 기념일을 전후해 연례적으로 벌여온 `반미 주간'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입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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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탈북 남성은 탈북 전까지 매년 반복됐던 북한의 반미 주간 활동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자] “6.25 전후로 해서 항상 반미주제 영화를 돌리고 강연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6.25는 미국이 북침했고, 전쟁은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전했었는데. 사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승리의 날로 기념하고 있잖아요. 상반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북한의 행보가 다소 놀랍다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자] ”혹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이런 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겠죠. 굉장히 이제 사실 북한의 주장이 국제사회 보편적 인식과 상반되는데 그런 쪽에서 볼 때 북한도 좀 부담감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장치를 제거해야..”
북한은 한국전쟁 기념일을 즈음해 열었던 대규모 `미제 반대투쟁' 집회를 올해는 열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도 미국을 비난하는 어떤 기사나 논평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이런 변화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앞서의 30대 탈북 남성은 북한 주민들도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자] “굉장히 기대에 차 있겠죠. 북한의 실정에 대해 거의 실망하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가고, 기대감에 차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이번 기회에 좀 희망을 가져보는 계기가 될 거 같아요 의구심보다는 희망을 가질 것 같아요.”
이 남성은 자신은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된다고 해도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현 상황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 정권의 반미 활동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미국 국민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지 않다면서, 미-북 정상회담 이후 반미 주간을 조용히 보내는 북한 매체의 변화를 주민들은 반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변화에 무감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자] ”(대미 주간에) 매번 영화를 한다고 할 때 북한이 정치선전을 끊임없이 강화했잖아요.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시도가 새롭지 않을 만큼 포화가 되게 정치적인 선전을 해서 이젠, 내일 당장 전쟁을 한다고 해도. 인식이 둔화된 거 같아요.”
1990년대 말 러시아 내 북-러 합영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탈북한 박명남 씨는 현재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서 살고 있는데요, 북한의 변화가 혼란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명남] “이게 뭐가 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우리는 7.27 반미 주간이라고 하지만, 1년 열 두 달 365일을 반미 교육을 받고 살았잖아요. 이런 걸 (반미 주간에) 안 하는 이유가 김정은이 시간벌기 전술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강연을 하겠죠. 미국 놈들 나쁜 놈이다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또 진짜 김정은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 보자 해 가지고 미국하고 손잡아서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그렇게 하는 건지..모르겠어요.”
박 씨는 자신이 혼란을 느끼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반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체제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명남] ”한 마디로 미국이라는 반미를 내세우지 않으면 북한체제에 명분이 없거든요.”
박 씨는 결국 북한이라는 체제의 특성상 반미 활동을 중단한 현 상황은 전술적인 차원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1년 미국에 입국해 유타주에 살고 있는 30대 탈북 여성 제니퍼 김 씨는 북한이 반미 주간에 활동을 중단한다는 말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씨는 10여 년 군 복무를 한 경험을 말하며, 반미 주간에는 훈련도 더 심하게 했고 시위에도 참여했다면서 북한이 외부에 비쳐지는 행동은 자제해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한 주 간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내 민간단체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반미 주간의 변화를 포함한 현 상황과 관련해 미국 정부 관리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녹취:김성민] “오늘 NSA 들어가서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생각 없이 김정은이를 추켜세우고 미-북 관계가 좋은 듯이 이야기한 게 아니다. 지금 김정은은 자기도 모르게 함몰되었다. 그래서 유사 이래 처음으로 반미 주간에 미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김 대표는 북한의 최근 변화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또한 북한의 대미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관영매체나 내부 강연자료에서 반미 분위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북한의 반미 주간을 지켜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입니다.
김 대표는 미국 정부도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가 북한의 반미 활동 중단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편으로 반미 주간에 침묵하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과거에 북한은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 메고 핵무기 만드는데, 미국과 싸우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해왔어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이랑 찍은 사진 한 컷만 봐도, 환호를 해요. 드디어 장군님이 이기시는 구나. 장군님만 따라가면 되는구나. 라고 하는데, 북한은 내부 강연에서 늘 회담을 하면 할 수록 통일 준비를 늘 교육을 해왔어요. 북한 사람들은 당혹스러워 할 거예요. 왜 이러지? 이러다가 어떻게 되지?”
김 대표는 혼란스러워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이런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소위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탈북자들의 내부 정보의 유입이 실현돼야 한다고 봐요.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있을지 말지 한 핵무기에 관심이 없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에 관심 있다고 하더라고요. 백악관 관계자들이.. 내가 듣기엔 그렇게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듣기엔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김 대표는 한국에 돌아가면 자신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