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에는 두 번의 아주 중요한 전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전쟁이고요. 또 하나는 흑인 노예해방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남북 전쟁인데요.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곳, 남북전쟁이 시작된 곳이 오늘 소개해드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입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미국의 동남부, 대서양에 접해 있는 주입니다. 원래는 북쪽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하나로 그냥 ‘캐롤라이나’라고 불렸는데요. 1729년에 공식적으로 남과 북, 두 개 주로 나뉘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역사나 자연환경 같은 게 꽤나 비슷한 편입니다. 캐롤라이나라는 이름은 영국 왕 찰스에서 유래된 거라고 해요.
주 면적은 8만km², 50개 주 가운데서는 40위로 작은 편이고요. 인구는 2017년 기준, 500만 명 조금 넘는데요. 주민의 약 68%가 백인이고요. 28% 정도가 흑인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1700~1800년대 흑인이 백인보다 더 많았던 때도 있는데요. 그건 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과거 흑인들의 노동력을 이용한 목화밭 같은 대농장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는 컬럼비아고요. 찰스턴과 그린빌 같은 도시가 몇몇 발달해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풍경은 전형적인 미국 남부 주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데요. 산과 들, 드넓은 목화밭이 펼쳐지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시골 느낌이 나는 그런 곳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민 김영실 씨 설명 들어보실까요?
[녹취: 김영실 씨]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서남쪽으로 산이 많이 있고요. 북쪽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갈 때까지 계속 들판이에요. 그쪽에는 옥수수 같은 것 재배하고요. 남쪽에는 목화 재배 많이 하는데요. 꽃필 때 가봤는데, 정말 끝없는 목화밭이 이어져 있어요. 컬럼비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중심도시고요. 남쪽으로 찰스턴 같은 상업 도시가 발달해있고요. 서남쪽으로는 스파턴버그와 그린빌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는 땅이 진흙이에요. 한국의 완전히 황토흙 같고, 나머지는 그냥 작은 도시들로 형성돼 있어요"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해변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자랑거리라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 린지 허버 씨는 소개하네요.
[녹취: 린지 허버 씨] "사우스캐롤라이나 하면 남부 시골로 생각해서 해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데요. 대서양을 따라 수백km 길고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집니다. 특히 머틀비치(Myrtle Beach)가 유명하고요. 아름다운 섬도 많이 있어요. 머틀비치 근처에 찰스턴이라는 유서 깊은 도시가 있는데요. 이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가장 오래된 도시고요. 역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
사우스캐롤라이나 날씨는 사계절이 뚜렷한데요. 하지만 여름은 길고 겨울이 짧아서 눈 구경을 하긴 어렵다고 하네요. 린지 허버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린지 허버 씨] "정말 덥고 습해요. 그래서 이곳 날씨에 익숙해지려면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겨울은 평균 섭씨 10도 정도 되고요. 눈이 오긴 하는데 정말 드뭅니다. 눈 구경을 잘 못 하니까 어쩌다 한 번씩 오면 정말 즐거워들 하는데요. 하지만 평소 제설 준비를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보니까 눈이 내리면 차들이 다 엉금엉금 기고 쩔쩔맵니다. 봄에는 비가 정말 많이 와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한인 김영실 씨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실까요?
[녹취: 김영실 씨] "4계절이 뚜렷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요. 비가 자주 오는 편이면서 1월이 벌써 한국의 봄 같고요. 3월이면 반팔 입고 다닐 정도입니다. 여름이 길고요. 겨울도 아주 추운 겨울은 2주 정도에 불과하고요. 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꽃이 피는가 하면 다음 주면 다 지고, 가을도 짧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별명은 '팜메토 스테이트(Palmetto State)'입니다. 팜메토는 야자나무의 일종인데요. 키가 좀 작은 종류라고 합니다. 왜 이런 별명을 갖게 됐는지 린지 허버 씨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린지 허버 씨] "팜메토, 야자나무의 일종인데요. 우리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하는 나무예요. 영국과의 독립전쟁 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격전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많은 야자나무숲과 늪지대가 영국군에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덥다 보니까 이런 야자나무가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팜메토가 새겨져 있고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깃발에도 그려져 있습니다. "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8번째, 1788년에 미연방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흑인 노예해방에 불만을 품고 1860년 연방에서 가장 먼저 탈퇴를 선언한 주기도 합니다.
미국은 흑인 노예해방을 지지하는 북부 주들과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흑인들의 노동력이 절실했던 남부 주들 간에 1861년부터 4년간 치열한 내전을 벌였습니다. 바로 남북전쟁인데요. 남부에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흑인 노예해방을 지지하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한 달 만에 바로 연방에서 탈퇴하고 맙니다.
남북전쟁이 발발하게 된 도화선이 된 곳도 바로 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인데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 린지 허버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린지 허버 씨]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미국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남북전쟁이 발발했습니다. 1861년 4월 사우스캐롤라이나 남부 찰스턴시의 섬터항에 북군들이 주둔하고 있었는데요. 불안했던 남군들이 첫 대포를 발사한 게 남북 전쟁의 시작이 됐습니다. 저희는 연방에서 가장 먼저 탈퇴한 주기도 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 정부 청사 앞에 남북전쟁 당시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리 장군의 북버지니아군이 사용하던 깃발이 게양돼 있을 만큼 보수적인 남부의 색채가 강한 곳입니다.
또 지난 2015년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 20대 백인우월주의자 청년이 총격을 가해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칫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적 성향이 있을 거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구동성 그건 일부 잘못된 사람들의 행동일 뿐 대부분은 순박하고 친절하다고 말하네요. 주민들의 이야기 한 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한인 주민들] “제가 여기 30년 넘게 살았는데요. 남부 지방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고, 어디 길을 물어봐도 자기 시간 내서 데려다주고, 조용하고 평화스럽고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순박하고 친절해요. 인정 많고 농사짓던 사람들의 성품이 있어요.”
사우스캐롤라이나 토박이 린지 허버 씨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매우 가족 중심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전해주네요.
[녹취: 린지 허버 씨] “저희 주뿐만 아니라 남부 문화는 매우 가족 중심적이에요. 작은 마을들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다 서로서로 다 아는 편입니다. 날씨도 영향이 있다고 우리들은 생각하는데요. 날씨가 덥다 보니까 아무래도 밖에 나와 쉽게 야외 활동을 하는 편이거든요. 운동도 많이 하고요. 남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친절하고 무뚝뚝할 거라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남북전쟁 당시 남군에 속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전쟁에 패하면서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아야 했는데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더 전해드리기로 하겠고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여기서 인사 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