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미국 내 한인 기독교단체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를 받고 울먹이며 목발을 추켜들었던 탈북자 지성호 씨.
의족과 의수를 한 장애인 탈북자 지성호 씨가 지난 12일 밤, 미 동부 매릴랜드의 한인 교회에서 180여명의 청중 앞에 섰습니다.
[녹취: 지성호] “세 시간, 수술하는 그 시간,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지옥 같던 시간이 그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 나왔죠..”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대표인 지성호 씨는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다리와 손가락이 잘려나간 후 마취제 없이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던 경험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톱으로 뼈를 썰고, 힘줄을 자르고, 깨어보니 손목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지 대표의 증언에 청중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 대표는 중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접한 이야기를 전했고, 중국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심한 고문을 당했던 사연 등을 전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인간으로서 가진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힐 때 그때 제가 하나님께 물었죠.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를 위해 왔다고요? 그것이 북한 주민들은 해당이 안 되는 것인가요? 슬펐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미안하지만, 여기서 그만합시다, 했어요. 그런데 북한 땅에서 내가 복음을 알고 피할 수 없었던 거예요. 몰래 기도했습니다. 하루만이라도 자유를 달라고.”
지 대표는 한국 내 탈북 청년들과 함께 민간단체를 세워 지난 3년 동안 25명의 탈북자를 중국에서 구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지 대표는 지금 한국에서 북한인권을 말하면 마치 역적 보는 듯한 현실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은 김정은이 갖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나의 뒤에는 하나님이 있어요. 북한 주민들은 하나님 뜻으로 통일돼야 해요. 그 땅으로 가라 할 때 하나님이 통일을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굶주림 때문에 장애인이 된 14살 꽃제비 소년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과 확신에 찬 기독교 청년으로 변모한 지 대표에게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지성호 리사이틀’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북한인권 행사는 전세계 한인 교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UTD-KCC 그 날까지 선교연합’이 주관하는 ‘북한 동포 구원과 한반도 통일’ 운동의 일환으로 열렸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지 한인 교회를 돌며 통곡기도회를 열고, 연간 수 차례 탈북자 구출과 한국 내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치유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UTD-KCC의 손인식 목사는 이날 `VOA'에, 현재 한반도 문제는 북한인권에 대한 가치를 다시 발견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손인식 목사] “지금 현재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정말 미국과 북한 회담을 하지만 그런 종류의 식으론 절대로 해결이 안 돼요. 북한의 사람들을 인간으로 보는 인권에 대한 가치를 다시 발견하지 않고서는, 한국은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들은 것처럼, 리얼한 스토리,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받는 게 아니라 본인들로부터 직접 들어야만…”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을 때 북한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이런 행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처음 공개 증언을 한 20대 탈북 여성 박혜진 씨도 이런 이유로 단상에 섰습니다.
지난 2006년 한국에 정착해 연세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박 씨는 1998년 첫 탈북 후 3번의 강제북송을 경험했습니다.
박 씨는 11세 나이로 어머니와 탈북했지만 북송돼 노동교화소에 가게 된 사연, 그리고 마지막 탈북 시도 후 고비사막에서 14시간을 걷다 기적적으로 구출된 이야기 등을 영어로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증언자로 나선 20대 탈북 남성 샘 씨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 손을 잡고 탈북했습니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어머니는 밀수로 돈을 벌어 아들 딸 교육을 시켰다며, 어머니와 여행 가는 줄 알고 나섰던 길이 탈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친척을 찾아갔지만 환영 받지 못했던 샘 씨 가족은 교회를 찾아 갔고, 그것이 기독교를 처음 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샘 씨는 북송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 중국 시골에 팔려가는 것으로 알았고, 브로커에 의해 값이 매겨지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지켜보던 순간이 어린 나이였지만 무척 힘들었다며 울먹였습니다.
[녹취: 샘] “브로커 분들이 저희 엄마랑 나랑 가격을 매기는거예요, 너의 엄마는 얼마 정도에 팔려갈 것 같다. 너는 얼마 정도에 팔려갈 거 같다. 사람이라는게 짐승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릴 때 사람에 가격이 매겨진다는 게 너무 충격을 받았고..그렇게 중국 시골로 팔려갔습니다.”
샘 씨의 가족은 중국인으로부터 탈출한 뒤 제3국을 거쳐 2004년에 15살 나이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청중들은 지성호 대표의 연설에 이은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훔쳤는데요, 손인식 목사는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여기저기 팔려다니는 일이 허다하다"며, "이 여성들은 중국에 두고온 아이들 때문에 평생 가슴을 앓고 산다”고 말했습니다.
손 목사는 이런 민족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아픔이 치유되고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유미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 부인은 이날 축사에서 탈북 청년들의 증언을 통해 새롭게 마음을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랬습니다.
[녹취: 유미 호건] “우리가 이를 통해 더 결심하고 결단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났을 때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잖아요.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 믿음의 선배들이 복음을 전했듯, 우리가 북한으로 복음을 전하기를 기도합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던 그 시간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기도팀들과 지혜와 전략을 위한 기도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으며 멀지 않은 미래에 평양에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성호 리사이틀은 한인들의 기도 열기 속에 세 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녹취: 한인들 기도소리]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