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 해방을 둘러싸고 4년간 벌어졌던 미국의 남북전쟁은 미국 역사에 커다란 분기점이 된 사건입니다. 당시 흑인 노예해방을 반대하며 남군 편에 섰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남북전쟁에서 지면서 오랜 후유증을 앓아야 했는데요. 비록 풍요롭지는 않지만, 남부의 역사와 자긍심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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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통적으로 '동부 해안 지대(East Coast)'를 중심으로 발전하다가 20세기 들어 '서부 해안 지대(West Coast)'로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남부 지방은 오래도록 시골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요. 지금도 남부 하면 사실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시골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도 미국의 동부에 있긴 한데,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시골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주 면적 40위, 크기도 작고요, 잘 살지도 못한 곳입니다. 미국 50개 주에서 가난한 주를 꼽으면 10위 안에 꼽히곤 하는 곳이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남부의 역사와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특히 전통적 가치와 보수적 색채가 강한, 남부인의 자긍심이 도드라지는 곳인데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까요?
[녹취: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 인터뷰] "우리는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된 것, 전통을 사랑하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결같고 변함없는 것을 추구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또 저희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남부의 문화와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큽니다. "
"저는 삶의 모든 면에서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가족의 중요함 같은 전통적인 가치는 특히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죠. 저는 6명의 자녀를 뒀는데요. 저를 포함해 모두 다 공화당원들입니다. "
이 할머니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공화당이 아주 강세를 보이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또 이른바 '바이블벨트(Bible Belt)'에 속하는 곳인데요. 미국에서는 어떤 비슷한 지역군을 이야기할 때 띠를 의미하는 '벨트(belt)'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예를 들어 한때 중공업이 발달했다가 쇠퇴한 중동부 지역은 녹슬었다는 뜻의 영어 러스트(rust)를 써 '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하고요.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남부 지역의 주들은 이렇게 '바이블벨트(Bible Belt)'에 있는 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그중 하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주민의 80% 정도가 기독교인들일 만큼 종교성이 매우 강하고요.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 전반적인 경제 사정은 썩 좋은 편은 아닌데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인 컬럼비아의 경우, 1865년 남북 전쟁 당시 북군에 의해 불타서 폐허가 되는 불행을 겪기도 했고요. 또 남북 전쟁의 첫 포성이 울렸던 항구도시 찰스턴은 현재 인구 면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가장 큰 도시인데요. 한때는 미국의 면화를 선적하는 중요한 항구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남북전쟁 후 쇠퇴하면서 지금은 예전만큼의 명성을 누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으로 벼농사와 잎담배, 목화 재배를 많이 해왔고요. 감자나 땅콩 같은 작물, 수박이나 오이 같은 원예 농업도 활발한 편이라고 하네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 최재훈 씨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최재훈 씨] "유럽인들이 정착했을 때 시작한 게 쌀농사였습니다. 대규모적인 농장주가 많았고,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많은 노예를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오기도 했습니다. 또 섬유산업이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숍빌(Bishopville)'이라고 조그만 도시가 있는데 거기 가면 '면 박물관(Cotton Museum)'이라고 박물관까지 있어요."
계속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 린지 허버 씨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린지 허버 씨] "복숭아 산업도 유명합니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저희가 두 번째로 복숭아 생산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웃 조지아주도 복숭아로 유명하고 저희보다 더 많이 생산할 때도 있는데요. 하지만 저희 사우스캐롤라이나 복숭아도 정말 맛있어요. 물론 주 산업은 벼농사고요"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관광 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녹취: 최재훈 씨] "사우스캐롤라이나 해변가에 있는 '머틀비치(Myrtel Beach)'라는 도시에 가면 조그만 도시지만 골프장이 100여 개가 넘어요. 특히 날씨가 따뜻하니까 캐나다에서는 4월이면 추위를 피해 휴가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힐튼헤드(Hillton Head)'라는 섬이 있는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름이면 이곳으로 휴가를 올만큼 조용하고 유명한 도시가 있습니다. 큰 관광도시로는 주도인 '컬럼비아(Columbia)'가 있는데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이기 때문에 박물관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이 관광을 오고 있습니다. "
주민 김영실 씨는 무엇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자연 그 자체가 대단한 관광지라고 자랑하네요.
[녹취: 김영실 씨] "정말 멋있어요. 아름답고... 자연 속의 자연 같아요. 저기는 정말 정글같고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보면 필요한 시설들이 다되어져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은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거죠. 그대로... 정말 구석구석에 휴가 오시도록 참 권하고 싶은 곳이에요"
그런가 하면 자동차 산업도 주 경제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북쪽에 있는 도시 스파턴버그는 독일의 고급자동차 BMW 제조 공장이 있어 오랫동안 지역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다는 얘기가 나와 뒤숭숭하기도 했는데요. BMW사 측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이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새로 공장을 짓는 거라고 이전설을 부인해 한숨 돌리기도 했습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국에는 'Southern Hospitality', '남부의 친절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가 많은 북부 지방보다는 남부를 가면 시골 특유의 친절하고 순박한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사우스캐롤라이나 한인 주민들] “남부 지방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고, 어디 길을 물어봐도 자기 시간 내서 데려다주고, 조용하고 평화스럽고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여유 있고 인정 많고, 순박하고 친절해요.”
그런가 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먹거리 자랑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고기는 불맛이라는 말도 있듯이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훈제 고기 요리는 일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이게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기후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최재훈 씨 설명입니다.
[녹취: 최재훈 씨] "남부 지방은 날씨가 더우니까 음식이 빨리 상해요. 그래서 음식을 오래 저장하기 위해서는 연기에 구워 저장하는 훈제법, 소시지 같은 거나, 옛날부터 농장들이 많았으니까 집안에서 키우는 가축, 특히 튀김닭 같은 요리가 발달했죠. 스테이크도 그냥 구워 먹는 게 아니라 기름에 튀겨 먹는데 그게 특이한 것 같아요. 특히 유명한 건 돼지고기를 기름에 구운 다음에 그 살을 하나하나 뜯어서, 소스를 따로 만들어 먹는 게 있는데 이 바비큐가 우리 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토박이인 린지 허버 씨에게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음식 자랑을 부탁했는데요. 이런 대답을 들려주네요.
[녹취: 린지 허버 씨] "남부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아주 좋아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삶은 땅콩을 제일 좋아합니다. 주유소나 편의점 같은 데서 쉽게 살 수 있는 아주 흔한 건데요. 남부인들이 즐겨 먹는 간식이죠. 껍질 채 소금물에 땅콩을 삶는 건데요. 껍질을 까면 짭짤한 땅콩이 나옵니다. 맛있어요. 중독성이 있죠. 차가운 아이스티(Iced Tea)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아이스티가 유명한데요. 미국에서는 제일 처음 차를 생산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또 풍부한 해산물과 쌀 같은 걸 섞어 만든 음식도 맛있죠. 저희 사우스캐롤라이나 요리는 프랑스, 스페인, 아프리카, 카리브해 문화가 다 섞여 있는데요. 저는 어딜 가든 우리 고장의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이 제일 그리울 것 같아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