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생시민권제 폐지 논란...트럼프 부부, '총기난사' 피츠버그 방문

폴 라이언 미 공화당 하원 의장이 지난 6월 워싱턴 D.C. 연방 의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민권 부여 관련 규정을 바꿀 것이라고 다시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수정헌법 14조가 출생시민권 제도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30일 총기 난사 사건이 난 피츠버그시를 방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시민권 부여 규정을 바꾸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인터넷 트위터에 연이어 글을 올렸는데요. 이 글에서 이른바 '출생시민권 제도(Birthright Citizenship)'가 미국에 큰 부담이 되고 미국 시민권자에게 공평하지 않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 제도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같은 말을 했죠?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전문 매체인 악시오스와 한 회견에서 한 말이 30일 공개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이 회견에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데 근거가 되는 출생시민권 제도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없애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 was always told to me that you needed a constitutional amendment..,"

기자) 출생시민권 제도를 없애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전에 들었지만, 관리들과 학자들이 이게 대통령 행정명령으로도 가능한다고 자문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 출생시민권 제도라는 게 바로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거죠?

기자) 맞습니다. 속지주의 원칙을 따르면 어떤 나라 영토 안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한테 그 나라 국적을 자동으로 부여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국적이나 시민권 부여가 태어난 아이나 이 아이 부모의 이민 신분과 관계 없다는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도 아이를 미국 안에서 낳기만 하면, 이 아이는 바로 미국 시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미국에 들어와서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불가능하더라도 자식만이라도 미국 시민을 만들려고 그러는 건데요. 다른 나라 국적 여성들이 일부러 미국에 원정 출산을 오기도 합니다.

진행자) 미국의 출생시민권 제도는 헌법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 연방 수정헌법 14조 1항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 미국 사법권이 미치는 곳에서 태어난 사람을 모두 미국 시민으로 규정합니다.

진행자) 헌법에 이런 항목이 들어간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이게 만들어진 건 남북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북전쟁이라면 노예제를 둘러싼 내전이었죠? 이 전쟁은 노예제를 반대하는 북부군 승리로 끝났는데요. 남북전쟁이 끝나고 몇몇 조항이 헌법에 추가됐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수정헌법 14조입니다. 이 조항은 전쟁이 끝나고 자유인이 된 흑인 노예에게도 모두 미국 시민 자격을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엔 노예였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조항이었습니다.

진행자) 이런 원칙은 한국에서 적용하는 국적 부여 원칙하고는 다른 것 같군요?

기자) 네. 한국은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 원칙을 적용합니다. 그러니까 아이 부모의 이민 신분이나 국적을 따져서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데요. 미국과는 달리 한국 안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면 아이에게 한국 국적을 주지 않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가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죠.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국적 부여 규정을 언급한 이유가 뭘까요? 현재 중미 나라에서 캐러밴 행렬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과 상관이 있을까요?

기자) 그런 것 같습니다. 캐러밴 행렬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 출생시민권 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니까 이걸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캐러밴은 온두라스나 과테말라 같은 중미 나라에서 미국 남부 국경에 와서 망명을 신청하려는 사람들 행렬에 붙은 표현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엇갈리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먼저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 말이 눈에 띄는데요. 라이언 의장은 30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국적 규정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역시 국적 부여 규정이 헌법에 있는 조항이라는 걸 의식한 말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트위터에 수정헌법 14조가 출생시민권 제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라이언 의장에게 이 문제보다는 이번 중간선거에나 집중하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많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면 이에 불복하는 소송이 나올 것이고, 법원은 이 조처가 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진행자) 그럼, 투표를 해서 헌법을 바꾸면 되지 않습니까?

기자)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미국에서 헌법을 고치려면 수정안을 만들어서 연방 의회에 제출한 뒤에 상원과 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만 합니다. 아니면 50개 주 의회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헌법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는데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수정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전체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 그러니까 50개 주 가운데 적어도 38개 주가 비준해줘야 합니다.

진행자) 내용을 보면 비준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미국 상황을 보면 비준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이걸 논의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30일 해당 규정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이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연방 의회가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은 드디어 이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수정헌법 14조가 불법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을 대체할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야당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대표가 30일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건강보험제도 등 다른 쟁점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한편 민권단체인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분열과 반이민 정서를 조장하는 반헌법적인 말을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30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피츠버그시 '생명의 나무' 유대교 회당 앞 임시추모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에 있는 한 유대교 회당에서 지난 27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피츠버그시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지난 주말 참사가 난 ‘생명의 나무’ 유대교 회당을 찾았습니다. 대통령 부부는 이곳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도 함께했습니다.

진행자) 사위인 쿠슈너 고문은 유대계 미국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딸 이방카 고문도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방문에서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 공식적으로 연설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 부부는 회당에 들른 뒤에 용의자 체포 과정에서 다친 경관들과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서 위로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피츠버그에서 상당히 조용하게 움직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마도 대통령 방문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것 같습니다. 한편 연방 의회 지도부도 이번 방문에 초대받았는데요. 이들은 모두 다른 일정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번 방문에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탐탁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인종 간 분열이나 소수민족에 대한 공격을 조장하는 듯한 말을 많이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츠버그에 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날 피츠버그에서는 대통령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피츠버그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았고, 소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멀리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피츠버그 참사는 ‘인종 혐오 범죄’로 규정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바우어스 씨가 유대인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몇몇 사람은 연명으로 서명한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부정하고 난 뒤에나 피츠버그를 방문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쪽에서는 이날 방문을 두고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피츠버그 방문을 요청받았다면서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해 경의를 나타내고 지지의 뜻을 전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용의자는 이미 법원에 출두했죠?

기자) 네. 지난 29일에 법원에 출두했습니다. 용의자에게 모두 44가지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연방 검찰은 사형 구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