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인물 아메리카'. 오늘은 세계 만화업계의 거장, 스탠 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인간 거미 스파이더맨(Spider Man). 빨간 가면과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높은 빌딩 외벽을 거미처럼 기어오릅니다. 천정에도 붙어 악당을 쫓습니다. 손바닥에서 거미줄을 발사해 줄을 타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종횡무진 스파이더맨은 악한들을 물리치고, 위험에 빠진 도시를 구하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자도 살려냅니다.
세계의 팬들에게 재미와 통쾌감을 선사하는 스파이더맨은 스탠 리가 만들어낸 수많은 영웅 중 하나입니다. 만화제작업체 마블 코믹스 최고의 스타이자 원작자 스탠 리가 자식처럼 애정을 가진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스탠 리가 제작한 만화들은 초기에는 책이었지만 그 후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전자 게임, 광고 등 많은 분야로 확산했습니다. 스탠 리가 만들어 낸 만화의 영웅들은 세계의 팬들을 공통의 문화로 엮어 놓았습니다.
스탠 리는 1922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습니다. 루마니아에서 건너온 유대인 가정이었습니다. 태어날 때 이름은 스탠리 리버(Stanley Lieber)였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만화 제작자로서 어울리는 취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 신문사의 작문 콘테스트에 응모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연기에도 관심을 보여 연극학원에도 다녔습니다.
스탠 리는 17살 때 뉴욕 맨해튼에 ‘타임리코믹스(Timely Comics)’라는 월간지 출판사에 들어갔습니다. 대형 만화 제작사 ‘마블코믹스(Marvel Comics)’의 전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편집 조수로 일을 하기 시작한 스탠 리는 차츰 원작을 만드는데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스탠 리는 먼저 이야기의 내용과 주인공을 구상한 다음 그 안을 화가에게 주어 그림으로 완성하게 했습니다. 그림이 다 되면 스탠 리가 각 장면에 들어갈 대화와 해설을 써넣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탠 리는 만화책의 편집,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의 제작, 출판사의 경영인 등 만화 사업 전반을 이끌었습니다.
스탠 리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미 육군에 입대했다가 다시 마블코믹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만화는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스탠 리는 전직을 생각할 정도로 만화 제작에 좌절했습니다. 이때 부인 존이 “당신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얘기를 써보라”고 아이디어를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모델 출신인 부인 존은 스탠 리의 작품에 성우로도 자주 출연한 여성이었습니다. 스탠 리는 부인의 말대로 허황한 영웅담이 아니라 현실적인 요소를 투입하며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그 결과 그의 만화는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만화는 차츰 책으로부터 영화, 텔레비전으로 무대가 넓어졌습니다. 1962년과 1963년에는 스파이더맨,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엑스맨(X-Men), 아이언맨(Iron Man) 등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성공을 거듭한 작품들로 1960년대 후반 마블코믹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 제작사로 올라섰습니다. 스탠 리는 편집국장 겸 발행인으로 승진했습니다. 스탠 리는 마블코믹스 원작의 영화가 나올 때면 중요한 부분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스탠 리의 등장이 재미있어 일부러 그런 장면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주도해서 만든 마블코믹스의 작품들이 세계 대중 문화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회사의 수입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늘어났지만, 스탠 리는 재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경제 주간지 ‘머니(Money)’는 그의 재산을 대략 5천만 달러에서 8천만 달러로 추정했는데, 세계 여러 곳의 마블스튜디오 자산만 170억 달러에 달한데 비하면 결코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탠 리 자신도 ‘나는 재물에 좀 더 욕심을 냈어야 했다’고 탄식을 하기도 했지만, 세계 어디를 가나 자신의 팬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마냥 행복해했습니다. 스탠 리는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일생 동안 어떤 일을 하고 팬들이 당신이 해온 일을 사랑할 때 그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블코믹스의 거물 스탠 리는 지난 11월 12일, 장례식을 조촐하게 치르라는 말만 남기고 95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락문화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놓은 스탠 리는 갔지만, 그를 추모하는 팬들은 온라인 기념비에 수많은 찬사와 아쉬움이 담긴 글을 연달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