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북한 인권영화 ‘사랑의 선물’ 국제사회 호응

북한 인권영화 ‘사랑의 선물’ 포스터.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서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상업영화를 만들어온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의 작품이 최근 미국의 한 영화제에 초청 받았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뉴스풍경 오디오] 북한 인권영화 ‘사랑의 선물’ 국제사회 호응

지난 12월 15일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국제영화제.

이 영화제는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재정 형편이 어려운 독립영화 제작자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소통하며 영화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영화제에 초청된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의 작품 ‘사랑의 선물’이 상영되는 1시간 30분 동안 관객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 북한에서 살고있는 한 가족의 비극을 숨죽인채 지켜봤습니다.

[녹취: 영화 트레일러] “자력갱생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영화 ‘사랑의 선물’은 1990년도 말 북한의 `고난의 행군’ 당시 황해도의 한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소재로 했습니다.

여주인공 소정은 결혼 직후 장애인이 된 상이군인 남편 강호를 돌보는 것을 운명으로 생각하는 착한 아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남편의 고통을 덜어주는 주사 하나도 마련할 수 없는 상황. 소정은 남편을 위해, 마을을 누비며 뇌물을 받아먹고 사는 안전원 대철에게 돈을 꾸게 됩니다.

다시는 걸을 수 없는 남편의 절망에도 소정은 희망을 버리지 않지만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못이겨 불법 성매매소까지 드나듭니다.

냉혈한 같은 안전원은 성매매소까지 직접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며 소정을 폭행하고 발로 짓밟습니다.

결국 안전원은 돈 대신 집 문서를 내놓지 않으면 소정은 체포되고, 남편도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잔인하고 집요한 안전원의 행태에 소정은 공포에 떨고 집 문서를 넘기기로 약속합니다.

소정은 몸을 팔아 번 돈으로 어린 딸 효심의 생일상을 차립니다.

수북이 담긴 하얀쌀밥과 고깃국을 바라보는 효심은 행복해 하지만 남편은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며 아내를 꾸짓습니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 높고 상이군인으로서 긍지가 높은 만큼 자력갱생에 간고분투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남편이 야속한 소정은 통곡하며 현실을 원망합니다.

[녹취: 영화 효과] “뭐가 있어야 자력갱생이고 간고분투도 하죠.. ..”

오열하는 아내를 보며 미안해하지만 소정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고, 결국 진실을 알아버린 강호.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됩니다.

영화 `사랑의 선물’은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주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의 인권단체인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입니다.

[녹취: 박지현] “영예군인이잖아요.대우받는 가족으로 알고 있고, 여성들이 결혼하면 여성들도 배려가 되는데, 여성들이 남편의 치료비를 국가에서 보장 안 해주다보니, 치료비를 위해 자기 한 몸 바치고. 그 자체가..”

박 대표는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의 삶이 그렇다면 일반 주민의 삶은 어떻겠냐고 반문합니다.

박 대표는 북한 여성들이 가장 노릇을 하려면 몸이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지현] “처음에 북한 나올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2004년도 북한에 북송됐다가 감옥에서 죽게돼서 내보냈잖아요. 갈 곳이 없어 청진 역전, 여자들이 꽃을 들고 있는 거에요. 저는 꽃을 파는 사람들인 줄 알았죠. 그런데 알고보니 그런 일을 하는 여자들이 더라고요..”

박 대표는 북한은 여성을 나라의 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꽃을 들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인권유린상황에 노출돼야 하는지..”

영화는 주민들의 고통에는 관심조차 없고, 주민들의 소유물을 빼앗아 자신의 출세를 꿈꾸는 북한 관리들의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쓰고 제작한 김규민 감독은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목격한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제작해왔습니다.

일명 ‘겨울나비 시리즈’로 불리는 영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야기는 굶주림으로 실성한 한 가족의 비극을 그린 2011년 작 ‘겨울나비’입니다.

미국에서 영화를 상영했던 지난 2105년, 김 감독은 `VOA’에 영화 제목이 겨울나비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규민 감독] “겨울나비 사진을 봤어요. 눈밭에서 얼어죽은 날씨가 따뜻해서 나비가 헷갈려서 태어난데요, 그러면 나비는 곧 죽어버리죠.아 북한 사람들과 똑 같구나 잘못된 나라에서 잘못된 시기에 태어난..”

당시 김 감독은 “큰 바다도 샘물에서, 아무리 큰 불씨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듯, 영화를 통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하는 불길이 되길 희망하며, 그것이 훗날 통일이 됐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겨울나비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기록영화로, 탈북자 20여 명이 미국에 가서 북한 인권을 알리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그린 2017년 작 ‘퍼스트 스텝’ 입니다.

이 작품은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인권 행사에 북한 대표단이 난입해 방해하는 장면과, 당시 참석했던 탈북자들이 북한 대표단을 쫓아내는 상황을 주요 장면으로 담았습니다.

북한 인권영화 ‘사랑의 선물’ 포스터.

​그리고 겨울나비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사랑의 선물’. 김규민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김규민 감독]”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인류사상 가장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 사랑이 저 북한 땅에서는 어떻게 비극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부부의 애틋한 사랑, 그러나 당에 충실했던 주인공과 그 아내의 비극적인 삶이 바로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제목의 역설적인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김 감독은 영화의 배경인 `고난의 행군’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주민들의 생존력이 강해진 것 말고는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랑의 선물’은 내년 3월 한국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미 국제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뉴질랜드 오클랜드 ,영국의 런던과 미국 몇 개 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 등 총 9개 국제영화제에서 우수영화 후보에 오르거나 이미 수상 목록에 올랐습니다.

사실 김 감독은 영화제 출품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천여명의 영화제 관계자가 이 영화를 관람했고, 이는 영화를 통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자신의 목적을 절반은 이룬 셈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감독은 겨울나비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서바이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국군포로의 자식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탄광에 집단배치되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