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스포츠 세상] 아시안컵: 한국-이란 '창과 방패' 대결

2019 아시안컵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 사진제공=AFC Asian Cup

세계 곳곳의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새해 첫 순서입니다. 2019년에도 다양한 스포츠 행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열립니다. 당장 아시아의 가장 큰 축구대회인 ‘아시안컵’이 개막했는데요. 축구팬들뿐 아니라, 모든 참가국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2019 아시안컵 축구, 어떻게 펼쳐질지 함께 내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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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한국-이란 '창과 방패' 대결

[녹취: 축구장 관중 함성]

다음 달 1일까지 계속되는 2019 아시안컵은 5일,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경기로 시작됐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24개 대표팀이 참가했는데요. 월드컵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조별 리그 3경기씩을 치른 뒤, 16강을 가리고요.

16강부터는 경기마다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 방식입니다. 이렇게 해서 살아남은 두 팀이 2월 1일 결승전에서 맞붙는 건데요.

아시아 국가 대부분 축구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어느 나라 대표팀이 결승에 오를지, 또 거기서 누가 이겨 우승컵을 차지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오세아니아 지역을 대표하는 호주에서 우승 기대가 큰데요.

그 중에서도 누가 가능성이 높은지 아시아 축구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미국 유명 매체 ‘포브스(Forbes)’에서 스포츠 부문을 맡고 있는 스티브 프라이스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스티브 프라이스 '포브스' 기자] “I think Iran and South Korea, they’re the two teams who have the best chance to winning it. Iran’s defense is really, really strong.”

한국이나 이란이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는데요. 특히 이란의 수비가 무척 강해서 이번 대회 상대 팀들이 점수를 뽑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란의 수문장(골키퍼)을 주목하라고 말했습니다. 25살 알리레자 베이란반드(Alireza Beiranvand)라는 선수인데요.

베이란반드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란의 골문을 튼튼하게 지켰습니다. 이란은 월드컵 B조 예선에서 북아프리카의 강호 모로코에 한 골도 안 주고 1대 0으로 이겼는데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끈 포르투갈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쳐 1대 1로 비겼습니다.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과 붙어서도, 좀처럼 공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다 후반에 수비수가 차낸 공이 스페인 선수 몸에 맞고 들어가는 불운한 골을 내줘 0대 1로 아깝게 졌습니다.

수비를 탄탄히 갖춰놓고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 순간적으로 득점하는 이란의 경기력은, ‘빗장축구’로 유명한 유럽 강호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베이란반드가 변함없는 기량으로 골을 막아주고, 허벅지 부상을 당했던 공격수 알리레자 자한바크슈(Alireza Jahanbakhsh ·25세)가 회복한다면, 이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될 전망입니다.

이란은 지난 1976년 마지막 우승 이래, 아시안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이렇게 막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43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면, 맞수로 꼽히는 한국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스티브 프라이스 '포브스' 기자] “South Korea, they’ve got so many attacking talents. You have to focus on Son Heung-min, of course. There’s a lot of people watching him on what he can do.”

한국의 강점은 공격입니다. 그 중에서도 손흥민을 주목하라고 프라이스 기자는 말했는데요. 한국 대표팀 전력의 열쇠는 손흥민이 쥐고 있고, 손흥민이 어느 정도 활약하느냐에 따라 아시안컵 성적이 결정될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합니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 축구 무대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주전 선수입니다.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 합의에 따라 아시안컵 조별리그 초반 2경기에는 나설 수 없지만, 16강 토너먼트에서는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축구팬들이 기대하는데요.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주장을 맡았습니다.

한국은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 그리고 4년 뒤 2회 한국 아시안컵 대회에서 연달아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로 지금까지 59년 동안 아시안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요. 지난해 8월,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프라이스 '포브스' 기자] “I think the new manager has mixed a little bit more the attacking in several different ways. So there’s not so much pressure on Son.”

벤투 감독이 전술적으로 다양한 공격 방법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손흥민에게 집중되던 부담도 덜어준 상황이라고, 프라이스 기자는 말했습니다.

이란의 수비력과 한국의 공격력,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으로 아시안컵의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그럼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중국은 어떨까요?

[인터뷰: 스티브 프라이스 '포브스' 기자] “Ahh..., I think they’re going to be upbeat. But I wouldn’t say they’re quite as strong as South Korea and Iran.”

일본의 경우 낙관적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한국이나 이란 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프라이스 기자는 말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스티브 프라이스 '포브스' 기자] “Mainly because they’re kind of rebuilding at the moment. They’ve got quite a lot of new players and the new manager….”

일본은 지금 대표팀을 재정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선수들도 많이 바뀌고, 지난해 7월 대표팀을 맡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아직 팀을 충분히 장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프라이스 기자는 말했는데요.

이런 분석과는 달리,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 1일 일본 언론과 새해 인터뷰에서 “팀 파악은 다 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축구의 경우, 네덜란드 출신 유명 지도자 거스 히딩크 감독이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은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아시안컵 대표팀까지 영향이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프라이스 기자는 평가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도 참가하는데요.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인터뷰: 스티브 프라이스 '포브스' 기자] “Yeah, North Korea, they used to be pretty good getting to the World Cup not too long ago. But, haven’t been that good recently. They were doing quite well when they had the Norwegian manager, Jørn Andersen in charge. And after he left, they haven’t been that great.”

북한은 오래지 않은 과거(2010년)에 월드컵 본선(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 나갔을 정도로 잘했지만, 이후에는 좋지 않았다고 프라이스 기자는 평가했는데요. 몇 년 전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 감독이 맡았을 때 잠깐 좋아졌다가, 안데르센 감독이 떠난 뒤로는 전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봅니다.

2016년 5월 북한에 부임한 안데르센 감독은 1991년 헝가리 출신 팔 체르나이 감독 이후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었는데요. 부임 당시 노르웨이에서는,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팀을 지도하는 게 적절한가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2년여 동안 북한 축구를 맡았던 안데르센 감독은 당초 체육 당국의 요청에 따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머물 전망이었는데요.

지난해 3월 지휘봉을 내려놨습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아, 더 이상 머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유를 밝혔는데요. 북한 대표팀과의 관계를 끝낸 뒤 같은 해 6월,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프리미어리그' 본머스 vs 토트넘 홋스퍼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5 번째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앞서 나온 ‘프리미어리그’란 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리미어(premier)’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비롯한 서양 언어에서 ‘첫 번째’, ‘최초’, ‘제일’이라는 뜻인데요.

축구 종주국이랄 수 있는 영국 잉글랜드 지역의 프로축구 1부리그 이름이 프리미어리그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못잖게 유명한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도 비슷한 말을 써서 ‘프리메라리가(Liga de Primera)’라고 부르고요. 줄여서 ‘라리가’라고도 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개막한 아시안컵 축구 전망, 함께 했고요. ‘프리미어리그’가 무슨 뜻인지도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아시안컵 축구에 나간 24개 나라가 모두 좋은 성적을 바라고 있을 텐데요. 서양에서 행운을 비는 주문으로 통하는 ‘Abracadabra’라는 노래 전해드립니다. 스티브 밀러 밴드가 부릅니다. 2019년 새해에도 매주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